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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독서결산

2020. 11월 독서 결산

일년 내내 일 없다가 연말 되니 프로젝트 세 개가 한 번에 몰려서 운동도 못 가고 책도 많이 못 읽었다.
게다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큰 양장본에 700페이지가 넘는 책이라 며칠 째 읽고 있는데 3분의 1 밖에 못 읽었다.
보통 영문책들이 한글책보다 글자도 작고 간격도 좁아서 글자가 훨씬 많긴 하지만 이건 그래도 글씨가 깨알 정도까진 아닌데 일단 너무 두껍고 무거워서 =_= 읽기가 힘들다.

언제부터 바빴는 지 확 보이는



1. 네버웨어 (닐 게이먼)
생각보다 많이 안 웃기다. 스토리는 재미있는데 사족이 많은 느낌. 유머도 굿 오멘스만큼 웃기지 않고 런던 지하에서 벌어지는 얘기라 등장인물들이 다 꼬질꼬질 드럽고 냄새나고 지저분하고 쥐들도 많이 나옴. 역시 판타지는 아무리 재미있어도 나랑은 안 맞는다.

2. 프리즈너 오브 버쓰 (제프리 아처)
출생의 포로.. 인가 ㅎ
지루한 거 읽다 지쳐서 재미가 보장된 걸 읽으려고 할 땐 제프리 아처가 안전한 선택이다. 스타일이 다 비슷하지만 그래도 읽을 때마다 다 빠져들게 만드는 이야기들. 내친김에 한 권 더 읽으려다가 다른 거 읽는 중간 중간 오아시스 역할을 할 수 있게 보험으로 남겨두기로.

3. 허 라스트 무브 (존 마스)
더 원 재미있게 읽어서 데일리 딜에 뜬 거 샀는데 그냥 그렇다. 중후반까진 좀 지나치게 잔인하지만 재미있었는데 점점 루즈해진다. 주인공을 죽이는 패기는 좋았는데 몇 가지 복선은 너무 뻔하고 장황하고 구차한 설명에 지루함만 늘어간다.

4. 니더데일 머더 (제이 알 엘리스)
(한영 변환 귀찮아서 계속 한글로 쓰면서 꼬박 꼬박 글자색이랑 굵기 바꾸는 정성..)
줄거리는 재미있었는데 형사들의 사생활 이야기라든지 대화를 빙자한 장황한 설명 등 곁가지로 새는 게 너무 많다. 3분의 2 정도 길이로 사건과 관계된 이야기만 있으면 딱 좋았을 듯. 트릭은 셜록 홈즈나 크리스티 소설에서 많이 나왔던 거라 좀 뻔했음.

5. 삼체 (류츠신)
예상과 달리 재미있다. 좀 설명충같은 느낌이 없쟎아 있지만 어려운 개념이 많아서 어쩔 수 없는 듯. 주인공들의 행동도 충분히 이해가 갈 수 있도록 배경과 스토리가 짜여져 있고 미스테리 적인 요소도 사건의 전개도 이론적 배경도 좋았다. 중국 소설이라 정서나 표현들이 영어에서 잘 쓰이지 않는 것들이 좀 있어서 한글로 읽는게 더 나았을 것 같다.

6. 셰도우 헌터 (Geoffrey 아처)
(아 어쩔 수 없이 여기서 한영 전환을.. ㅠ)
제프리아처가 킨들 딜에 떴길래 웬 떡이야 하고 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Jeffrey가 아니라 Geoffrey... 어쩐지 웬 스파이 소설인가 했네.
속아서 사지 않았으면 재미있게 읽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속아서 사지 않았으면 읽지도 않았을 듯. (속인 사람은 없지만 속은 사람은 있는)
영국해군 중심의 스파이물인데 정통 스파이물은 또 아니고 군사 기술 용어가 너무 많아서 조금 지루했음. 네일바이팅이라고 했는데 별로 그렇지는 않은 듯.

7. 스노우 블라인드 (라그나 요나슨)
대빵 재미있다. 잔인하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으면서 간간히 웃기고 오버하지 않고 담담하고 차분하면서 이야기는 흥미롭게 전개된다.
무엇보다 오버스럽거나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자기연민 쩌는 중2병 스타일의 주인공이 아니라서 좋다 (극혐).
전체적으로 눈에 파묻혀 고립된 북극에 가까운 마을풍경이 주인공에게는 암울하지만 읽는 입장에선 분위기 있다. 스토리텔링 방식도 뛰어나고 미스테리도 좋고 결말은 그다지 시원하거나 띠용하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훌륭함.

8. 허 라스트 미스테이크 (칼라 코바치)
문장이나 표현이나 인물들이 정말 유치하지만 재미는 또 있어서 unputdownable 이라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다.
인물은 평면적이고 과장된 스테레오타입으로, 여자들은 다 머저리같고 남자들은 다 쓰레기.
클리쉐적인 표현들이 너무 많은데다 그나마 매우 한정되어 있어 모든 감정 묘사는 목구멍과 속(위장)과 의자로 다 표현된다. 그놈의 lump in the throat, fit in the stomach, stomach churns, stomach rolls, stomach tumbles, surge/kick of adrenaline 등등은 몇 번을 나오는 건지. 피의자는 항상 chair를 screech 함으로써 분노를 표출하고 미란다 원칙도 풀 문장으로 백만번 나옴. 보통은 권리를 읽어주었다 정도로 끝내지 않나. 반복에 반복으로 글자 수 늘리기 신공. 거기다 워커홀릭 트라우마 주인공까지.
욕하면서 보는 막장드라마를 웹소설로 본 기분인데 재미있어서 분하다. 하지만 독보적일 정도로 재미있는 건 아니니 작가의 다른 책은 피하기로.

9.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빈 (크리스토퍼 쉐블린)
쓰레기통에서 온 스파이. 넘나 재미있다. 앞의 두 편과는 좀 다르게 주인공이 좀 똑똑해졌고 배경도 베를린이고 진짜 스파이 이야기이고 뒤에는 심각한 주제도 다룬다. 그래도 처음부터 빵빵 터지고 황당하고 어이없는 건 여전하다. 베를린 거리 묘사가 많은데 지도랑 랜드마크 사진 찾아가며 보니까 더 재미있다. 베를린 다시 가서 책 속 인물들이 갔던 길들 다 따라다니고 싶음.

10. 레디 플레이어 원 (어니스트 클라인)
처음부터 끝까지 가상현실 게임이야기 + 80년대 게임과 영화와 음악에 대한 오마주. 청소년용 소설이라 중2병스러운 대사들과 인물들. 독자층이 어리다보니 명백한 것들도 시시콜콜 설명해주고 넘어가야 함.
게임 싫어하고 청소년용 소설 싫어하고 중2병 알러지 있고 시시콜콜 부연설명 싫어하는 나로서는 굳이 안 읽어도 되는 거였는데 평점에 속아서. 괜히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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