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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독서결산

2020. 9월 독서결산 (한글책)

 


크레마 사운드업 사고 예스 24 북클럽 한달 무료 체험중이다.
뽕을 뽑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읽었다.
한글이라 읽는 속도가 빨라서 영문책과 병행하며 읽었는데도 보름만에 10권... 근데 대부분 책이 짧기는 하다. 같은 페이지 수라도 영문책은 글자가 작고 촘촘한데 한글책은 대부분 글자도 크고 간격도 넓은 것 같다.
(생각해 보니 9월엔 휴가를 많이 쓰기도 했다.
7-8일 정도?)

나는 내가 영문책을 읽는 게 한글보다 두 배 정도 더 걸린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서너 배 정도 더 걸린다. 또르륵... ㅠ


1.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상도 받고 평도 엄청 좋길래 기대했는데... 이게 한국 SF의 최선인건가 싶었다.
많이 허술하고 대체로 유치하며 특히 외국인 이름이 주인공인 작품들은 너무 어색하다.
그나마 한국이 배경인 것이 나았는데 공생가설은 괜찮았고 관내분실은 좋을 뻔 했으나 마지막이 너무 진부하다.
필력이 뛰어난 것도 문장이 수려한 것도 아니고
아이디어가 기발한 것도 그럴싸한 가설이 있는 것도 과학적 이론이 탄탄한 것도 아니며
황당한 것도 유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심오한 철학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문제 제기는 다 겉핥기 식으로 얕게 스쳐지나감)
도대체 왜에에에에???? 라는 생각만 자꾸 드는 것이다.

아니 저 많은 요소 중에 하나라도 만족을 한다면 이해를 하겠는데, 20년 전 한국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달까.

2.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심너울)
우리가 빛의 속도..를 읽고 한국 SF에 대실망하여 다 이런가 궁금해서 바로 이 책을 읽었는데 그래 이거지 싶었다.
정교하고 그럴듯한 과학적 가설을 세울 게 아니면 차라리 판타지로 가라고. 필립 케이딕도 이론적 배경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아이디어 하나로 수많은 걸작들을 쓰지 않았냐며.

앞의 두편 정적과 경의선 중앙에서...는 매우 좋았고 뒤의 세편은 간간히 웃기지만 엄지척까지는 아니었다.
특히 경의선 중앙에서 마주치다는 몇번 육성으로 빵터졌다. 유머가 내 취향이다.

3. 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처음엔 설명이 너무 친절해서 좀 유치하다 싶었는데 뒤로 가니 좀 재미있어졌지만 논리는 허술하고 과장됐다.
예전에 한국 추리소설 너무 허접해서 일본 추리소설 보던 기억이 솔솔.
막 너무 재미있어서 일부러 파고 싶을 정도는 아니고 그냥 영문책만 보다 좀 지칠 때 가볍게 빨리 읽을 수 있는 가끔 외도하는 용도로 좋은 정도.

4.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잠들어야만 입장 가능합니다 (이미예)
잠든 사람들에게 꿈을 파는 백화점. 너무 동화같긴 하지만 그래도 아기자기하게 재미있었다.

5.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조예은)
제목이 귀여워서 웃긴 얘기인 줄 알았는데 별로 웃기지는 않지만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장편이지만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단편처럼 엮여있다.
젤리와 고양이 얘기는 너무 귀엽고 웃기다가 막판에 너무 가슴 아픈 것. 사람이 죽어나가도 하나도 안 슬픈데 죽는 것도 아니고 그냥 헤어지는 게 왜 이리 슬퍼 ㅠㅠ

6. 검사내전 (김웅 )
앞의 3부는 사건과 검사 업무중 생긴 에피소드들이라 웃기고 재미있다. 유머가 많은데 과한 시도로 실패한 게 반, 피식이 유머가 40퍼센트 정도, 빵 터진 게 10퍼센트 정도 되는 것 같다.
4부는 법에 대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 것인데 에피소드도 없고 진지체로 논설같은 글들이라 좀 졸리다.
법원과 정치 재계 비판은 좋았는데 정작 검찰 비판은 없다. 검찰이 문제가 아니라 형사법이 문제이고 권력자가 문제란다.
아무 권력자 눈치나 보는 게 아니던데? 권력자도 차별하던데? 내가 볼 땐 그 중에 제일 썩은 건 검찰이던데?? 자기 내부 썩은 건 잘 안 보이고 남 썩은 것만 아주 잘 보이나보다. 책에서 스스로 우려한(?) 대로 책 내고 얼마 안돼서 정치 입문함 ㅋㅋ

7. 대멸종 (시아란|심너울|범유진|해도연|강유리)
다섯 편 중 두 편은 아주 좋았고 (세상을 끝내는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 선택의 아이)

한 편은 좀 식상한 소재라 반전을 시도한 거라면 실패했지만 스토리와 디테일한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글솜씨가 딸려 재미가 없고 (우주탐사선 베르티아)

한 편은 재미있다가 너무 횡설수설하는 바람에 망했고 (달을 불렀어 귀를 기울여 줘)

한 편은 스토리도 아이디어도 글솜씨도 엉망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

8. 브루투스의 심장 (히가시노 게이고)
1989년 작품이라 그런지 일본남자라 그런지 구닥다리같은 대사와 단편적인 인물들이 흠이긴 하지만 공허한 십자가보다는 재미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추리소설은 독자의 지능을 무시하는 건지 대체로 지나치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세련되지 못하고 유치한 경우가 많다. 이 책도 디테일은 좀 그런편인데 그래도 스토리도 미스테리도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9. 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짧고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은 단편집. 다 괜찮았는데 특히 마지막편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아주 많이 좋았다. 전체적으로 좀 피가 많이 튀어서 좀 잔인하고 엽기적인 분위기이긴 하다. 하긴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도 좀 엽기적이었지. 그런데 담담하게 글을 잘 써서 뭔가 의연한 느낌이랄까.

10. 냉면 (김유리|범유진|dcdc|전건우|곽재식)
한 편 빼고 다 재미있는 단편집

A,B,C,A,A,A 완전 재미있었다. 별 거 아닌 얘기인 것 같으면서도 그냥 재미있다. 알고보니 옥탑방 고양이 작가 ㅎㄷ

혼종의 중화냉면도 괜찮았다. 이 작가 대멸종에서의 단편도 괜찮았는데 글을 잘 쓴다. 사회문제도 적절한 깊이로 다루고 있고.

남극 낭만담은 진짜 썰렁하고 재미없었다. 웃기려고 노력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 실패.. 지루하고 유머 스타일은 처참하고 차라리 그냥 진지하게 쓰는 게 훨씬 나았을 듯.

목련면옥은 긴장감도 적당하고 미스테리도 적당하고 끝이 좀 엽기적이긴 하지만 스토리도 괜찮았다.

하와이안 파인애플 냉면은 이렇게 우리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초반에 좀 썰렁한 듯 싶다가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오는 시트콤같은 상황이 전개되면서 유쾌하게 진행되어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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