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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독서결산

2020. 8월 독서 결산

8월에는 좀 바쁘기도 했고 4-500페이지 되는 두꺼운 책들이 많아서 9권 밖에 못 읽었다.


1. 실버 로드 (Stina Jackson)
스릴러라기보단 문학작품에 가까워서 스릴러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좀 지루하다. 다른 스웨덴 스릴러와 다르게 전개가 느리고 심리 묘사와 반복적 설명이나 서사가 많다.
반 정도 읽을 때까지 아무 진전이 없어 답답했는데 뒤로 가니 좀 괜찮아졌다. 그냥 일반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는 게 좋을 것 같다.

2. The Man Who Folded Himself (David Gerrold)
시간 여행에 대한 이야기. 큰 드라마틱한 사건 없이 한 사람이 시간 여행을 하면서 겪는 모순과 자아에 대한 혼란, 사랑과 이별과 고독과 기타등등을 보여준다. 1973년 작품이지만 2003년 개정판에서 시대에 맞게 좀 고친 듯 하고 그 사이에 일어난 일들도 추가됨. 옛날에 읽었으면 재미있었을 듯.

3.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 (Life, the Universe and Everything, Douglas Adams) -히치하이커 3권
처음 읽었을 때는 좀 지치고 뭔가 좀 이해가 안되는 기분이었는데 두번째 함읽으로 차근차근 읽으니 이전에 안 보이던 것들도 보이고 닥터후와 크리킷멘에서 읽었던 이야기의 축약판이 있어서 훨씬 재미있었다.
급하게 읽으면 안되는 책이었구나.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읽어야 한다.

4. 마션 (Andy Weir)
실리콘밸리 블로거 스타일의 우주 조난기.
스토리는 너무 뻔한 헐리웃 영화 같아서 뒤가 별로 궁금하지 않아 딱히 몰입이 안되고 읽는데 좀 오래 걸렸다.
기술적 고증에 충실했다고 하는데 과알못이라 그건 잘 모르겠고 SF로서 즐기기에는 공상적인 요소가 부족하고 그냥 화성에 간 맥가이버 느낌이랄까.
내가 좋아하는 SF는 “아니 인간이 어떻게 저런 생각을! 이런 미친!” 류의 독창성 있고 상상력 대마왕인 쪽이라 (그래서 필립 K. 딕과 더글라스 아담스) 너무 현실적이고 고증에 치우친 건 별로인데, 그래도 그런 것 치고는 재미있게 읽은 편이다.
유머도 괜찮았지만 역시 나는 영국식 유머가 취향.
물 만드는 부분과 통신 두절 후 로버 개조하는 부분은 좀 많이 지루했다. 잘 되어 가는 듯하면 문제 터지고 어찌 어찌 헤쳐 나가는 스토리 구조와 특히 나사 관제센터 환호성 너무나 전형적인 헐리웃 스타일.

5. 종이 동물원과 다른 아야기들 (Ken Liu)
대체로 재미있는데 몇 편은 지루한 단편집. SF라기 보다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더 많다.
중국 정서와 사상, 역사, 문화 또는 중/일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차라리 한글 번역판으로 읽는 게 나을 뻔 했다.
마지막 편 The man who ended history: A Documentary 가 특히 좋았고 타이틀인 Paper Menagerie와 Regular도 괜찮았다.

6. 안녕, 그리고 물고기는 고마웠어 (So Long, and Thanks for All the Fish, Douglas Adams) - 히치하이커 4권.
함읽으로 다시 읽었다. 처음 읽을 땐 생각지도 못한 아서의 연애 얘기가 왠지 징그러워서 싫었는데 다시 보니 비의 신 얘기도 있었고 엄청 웃겼던 샌드위치와 문장꼬기 신공의 최고봉도 여기 있었다.
(영국 펍의 샌드위치는 뭔지 모를 국가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먹는 거고 그 옆의 소시지는 그 죄가 뭔지 아는 사람들이 좀 더 깊게 속죄하기 위해 먹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호텔방에 2주간 갇혀서 스트레스 받으며 쓴 티가 좀 난다. (원고를 독촉하다 지친 편집자가 호텔 에 데려다 놓고 옆에서 감시하면서 쓰는 족족 검수하고 바로 본사행)
원래 엄청 오래 질질 끌고 여러 번 고치는 스타일인데 억지로 빨리 쓰느라 퇴고도 제대로 못하고 바로 넘겼다고 함.

7. 핑거스미스 (Sarah Waters)
스토리는 정말 재미있는데 너무 세세한 묘사와 나열과 반복으로 인해 전개가 너무 너무 느리다. 1부와 2부 중반 정도 까지는 같은 시간을 다른 관점으로 다시 보는 거라 더 답답하다.
2부 중반까지는 디테일 빼곤 아가씨와 거의 같다가 그 이후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는데 아가씨의 결말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반면 원작은 훨씬 드라마틱하고 이야기가 풍부하다.
구구절절 과한 묘사와 설명으로 지나치게 길어지지만 않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원작도 재미있지만 영화를 너무 잘 만들어서 원작보다 영화가 더 재미있는 몇 안되는 작품.

8. 더 원 (John Marrs)
챕터도 짧고 다섯 명 얘기가 번갈아가면서 나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고 챕터 자르는 게 마치 아침드라마 보는 듯 절묘해서 뒤가 너무 궁금한 나머지 페이지가 훅훅 넘어간다.
문장도 쉽고 얘기도 어렵지 않아 잘 읽히고 중간에 좀 잔인한 장면들도 있긴 하지만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서 부담없이 가볍게 보는 스릴러로 딱 좋음.

9. First Among Equals (Jeffrey Archer)
영국 수상을 목표로 하는 4인의 정치인 이야기.
제프리 아처 책 중에선 그리 잘 읽히는 책은 아닌데 영국 의회의 내부 모습들과 절차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게 되어이서 좋았다.
대화의 탈을 쓴 설명이 많아서 중간에 살짝 지겹기도 했다. 스토리보다 이런 (대화를 통해 하는) 해설이 많아서 긴장감은 좀 떨어진달까.
작가가 실제 정치인이었어서 자기 경험이 많이 들어가 있는 듯.
결말이 마음에 안든다. 4명 중 2명 호감 2명 비호감인데 비호감 중 1인이 수상이 됨. 게다가 훼이크 치면서 호감 1인이 수상된 척 하다가 호구 만들고 비호감 1인으로 급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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