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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이기적 유전자, 눈먼 시계공

더글라스 아담스가 좋아하는 작가들 중 과학분야에서는 리차드 도킨스를 꼽았었고, 진화생물학에 대해 알고 싶으면 눈먼 시계공을 읽으라고 해서, 딱히 진화생물학에 대해 알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더글라스 아담스가 추천하니 눈먼 시계공을 읽으려다가, 그래도 가장 유명하고 첫 책인 이기적 유전자를 먼저 읽어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이기적 유전자를 먼저 읽었다.

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


나는 “공상과학”소설은 좋아하지만 “과학”만 있는 소설은 좋아하지 않고 (“공상”만 있는 소설도 별로 좋아하지 않음. 필립 K. 딕 제외) 소설이 아닌 “과학”이야기는 그냥 싫어한다.

하지만 더글라스 아담스가 좋아한 작가이니 긴가 민가 하며 읽었는데

오마이갓 진짜 너무너무 재미있다.
한글판은 번역이 이상해서 어렵다고 하던데 영문판은 전혀 어렵지 않다.
문장도 쉬운 편이고 (더글라스 아담스에 비하면 껌이다) 내용도 과알못이 이해하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아주 친절하고 쉽게 설명을 매우 잘 해 놨다.

“이기적”이 아니라 “유전자”에 방점이 찍혀야 하는 제목인데 시람들이 “이기적”에만 집중해서 오해가 많았다고 한다.

유전자는 대를 이어 복제하므로 그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유전자들이 자연적으로 선택된다. 유전자가 무슨 의식이 있어서 이렇게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면 그 중에 번식을 많이하고 오래 살아남는 것들이 결국 대를 이어 생존하게 된다.

뭐 대충 이런 요지의 이야기인데 풀어 나가는 방식과 논리와 설명들이 정말 감탄스럽다.

어려운 얘기를 어떻게 이렇게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는지, 글은 이렇게 쓰는 것이구나라는 걸 보여주는 모범답안인 것 같다.

눈먼 시계공 (The Blind Watchmaker)


원래 목표는 이 책이기도 했지만 이기적 유전자를 읽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이 책 뿐 아니라 다른 책들도 여러 권 주문했다.

이 책도 재미있긴 한데 이기적 유전자보다는 좀 어렵다.
설득력있고 내용에 비해 쉽게 풀어주는 설명과 탁월한 논리는 여전하지만 내용이 어려워서 하루에 조금씩 꼬박 일주일 걸려 읽었다.
후반부는 다른 이론 비판하는데 너무 힘을 빼고 반복도 많아서 조금 지치긴 했다.

이 책의 제목은 윌리엄 페일리의 유신론 주장 중 시계공 비유에 대응하는 의미인데 (시계같이 복잡한 것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라 누군가 만든 것이라는)
자연선택은 누가 처음부터 최종 목표나 의도를 가지고 설계한 게 아니라는 의미로 “눈먼” 시계공이라고 표현했다.

수십억 년에 걸쳐 일어난 아주 아주 작은 변이들이 쌓이고 쌓여서 진화하는데 이 변이들이 살아남을 것이냐 말 것이냐는 그 작은 변이의 시점에서 자연선택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는 요지로,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그림까지 삽입해가며 여전히 너무너무 이해가 잘 되게 친절히 풀어 준다.

다위니즘에 대한 무수한 오해와 비판의 오류에 대해 조목조목 아주 자세하게 반박하고 설명한다.
(너무 친절하게 설명하느라 몇번씩 반복도..)

제일 재미있었던 부분.

Periodic cicada (주기매미) 라는 애들이 있는데
얘들은 13년 또는 17년동안 애벌레로 지내다가 집단이 한꺼번에 다 성충으로 변화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 지역에서는 13년이나 17년에 한 번씩 매미떼가 발생하는...ㄷㄷㄷ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이런 주기매미의 종류가 세가지 있는데
세 종의 주기매미 모두 13년 주기와 17년 주기의 두 가지 변종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세 종류의 매미에서 똑같이 13년과 17년짜리가 각각 발생했다니!!!!

넘넘 신기하다 우왕

웃긴 게 14,15,16년은 없다. 오로지 13년과 17년만!!!

근데 왜 그런지 아무도 몰라!!

호..혹시 얘네가 소수(프라임 넘버)라서...? 천적이랑 주기가 안 겹치게 하려고...? 라는 추측이 있는데
밝혀진 건 없고 그냥 근거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왠지 그럴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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