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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골드, 아이작 아시모프


아이작 아시모프의 후기 단편들과 에세이들을 모아서 만든 책으로 “골드”는 단편 중 하나의 제목이다.

3부로 나뉘어져 1부는 단편들, 2부는 SF 장르에 대한 에세이 (거의 앤솔로지나 다른 책들 서문 또는 잡지 컬럼), 3부는 SF 창작에 대한 이야기이다.

1부는 재미있고 2부는 그냥 그렇고 3부는 대부분 웃기다.

1.

아시모프는 SF는 몇가지 예외 (시간 여행 등)를 빼고는 과학적으로 가능한 가설에 기반해야한다고 하지만
더글라스 아담스나 필립 K. 딕처럼 완전 황당한 이야기를 더 선호하는 나로서는 너무 좁은 시각으로 느껴진다.

더글라스 아담스가 성공적인 유머는 논리적이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가설은 전혀 말이 안돼도 상관없지만 그 가설 안에서 세운 논리는 지켜야 하고 그걸 지켜야 유머가 성공한다

고 했는데, 살짝 바꿔서 SF에 대한 나의 기준은

아무리 말이 안되는 가설을 세워도 그 안에서만 논리만 따라가면된다

이다.

2.

아시모프는 자기애가 상당히 강하고 자기 얘기 하는 걸 좋아한다. (근데 그게 밉지 않고 대놓고 하니 귀여움)

글쓰기에 대한 에세이에서 재미있는 일화가 많았다.

아시모프는 글을 굉장히 빨리 쓰고 많이 쓰기로 유명하지만 글쓰기 수업을 제대로 받지는 않았다 (그런 게 있는지 몰랐...)
처음 시작할 때 부터 보통 초안을 휘리릭 쓰고 한번 수정하면 그게 끝이었다.

2차대전때 로버트 하인리히와 군대에서 같이 근무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하인리히가 책 어떻게 쓰냐고 물어서, 한번 쓰고 한번 수정한다고 했더니
하인리히가 “왜 처음부터 똑바로 안 쓰고 수정을하냐” 고 해서 자괴감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하인리히도 장편을 쓸 때는 두세번 수정을 한다고 나중에 인정했다고..)

3.

그런데 몇 년 후 어떤 글쓰기 컨퍼런스에 가서 어떤 사람이, “글쓰기는 수정과 수정과 수정의 반복이다. 당신이 어떤 문장을 처음 썼는데 너무 유려하고 시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쓰레기” 라고 해서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다.

그 후 글을 쓰고 나서 몇 번 수정을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너무 훌륭해서 고칠 곳이 안 보였다고. 자기는 자기 글이 다 너무 좋다고...

4.

그러던 어느 날 소설을 쓰려면 아웃라인을 먼저 써야 한다는 게 정석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아웃라인은 보통 단편이나 중편 길이)

하지만 아시모프는 그런 걸 써 본적이 없고 플롯과 캐릭터, 시작과 결말만 정해지면 그냥 흐르는 대로 쓰는 스타일이다.

처음 출간 소설을 쓸 때 편집자가 7만자에 맞추라고 했다. 그래서 7만자 쓰고 딱 멈췄는데 (...) 다행히 거기서 끝이 났...

두번째 소설을 쓸 때는 그런 우연을 또 바랄 수는 없으므로 아웃라인을 써 보기로 했다.
그런데 절대 아웃라인에 맞춰서 쓸 수가 없었다고... 캐릭터들이 절대 그 틀 안에 갇히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원래 쓰던대로 흐름에 따라 줄줄 써 내려 갔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