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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스노우 블라인드 (Snowblind)

라그나 요나슨이라는 아이슬란드 작가의 Dark Iceland 시리즈 중 첫 작품이다.

북유럽 느와르라고는 하지만 잔혹 스릴러가 아닌 정통 추리 미스테리.

요즘 아마존 데일리+기타등등 딜을 애용하고 있는데 이것도 그 중 하나로 득템했다. 원래 이 책 말고 다크 아이슬랜드 시리즈 4편인 Whiteout 이라는 책을 (역시 아마존 딜로) 먼저 읽었는데 읽다가 재미있어서 같은 시리즈 하나 더 읽어 보고 싶어서 산 게 이 책이다. 근데 이게 훨씬 더 재미있음.

아마존 딜로 산 것 중 반은 그냥 그렇고 반은 괜찮은데 모르고 산 책 중 이 책만큼 재미있는 건 드물었다.
특히 요즘 스릴러 미스테리들은 다들 자극적이고 쓸데없이 선정적이고 잔인해서 한 권 읽고나면 다음 시리즈 읽고싶은 마음이 전혀 안 드는데
이건 전혀 자극적이지도 잔인하지도 선정적이지도 않고
담담하고 차분하면서 과장되지 않고 감정의 과잉도 없고 (감정 과잉 진짜 피곤함)
미친 사이코패스도 없고
그렇다고 지루하거나 무미건조하냐면 전혀 그렇지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으면서 간간히 웃기고 이야기는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야기 구조가 매우 잘 짜여져 있어서 계속 궁금하게 만들고 등장인물들의 상황이나 심리가 잘 느껴지는데 시시콜콜 묘사하는 건 또 아니다.

무엇보다 오버스럽거나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자기연민 쩌는 중2병 스타일의 주인공이 아니라서 좋다. 어려서 약간의 무모함과 쭈삣쭈삣 어리버리하지만 그래도 감은 있는? 어쨌든 귀여운 매력이 있다.

주인공은 아직 경찰학교 졸업도 안한 애송이인데 (Wet behind the ears) 레이캬비크에 살다가 일자리 찾아 북쪽 끝까지 왔다. (아마도 일하면서 졸업은 했겠지...?만)
근데 여자친구한테 상의도 안하고 결정해서 여자친구는 화나고 주인공은 또 그런 여친에게 화나서 롱디 + 냉전중.. (에휴 어리다 어려..)

하여튼 “절대 아무일도 안 일어나는” 인구 만 이천명의 쪼만한 Siglufjördur라는 마을에서 갑자기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

전체적으로 눈에 파묻혀 고립된 북극에 가까운 마을풍경이 주인공에게는 암울하지만 읽는 입장에선 분위기 있다. 문장도 좋고 스토리텔링 방식도 뛰어나고 미스테리도 좋고 결말은 그다지 시원하거나 띠용하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훌륭함.

그래서 같은 시리즈 두 권 더 결제.

*이 책 바로 뒤에 읽고 있는 책은 모든 인물이 감정과잉에 트라우마 범벅 워커홀릭 주인공이라 읽으면서 매우 피곤하다. 그래서 이런 책이 많지 않은 게 매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