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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생활

호주 이민 기록 - 10. 정착의 끝 또는 시작

1. 보통 처음 이민을 오면 가장 급한 문제는 렌트를 구하는 것이다. 어쨌든 잘 데는 있어야 되니까.

젊고 무난한 사람들은 쉐어를 하기도 하지만
나이 들어 오거나 예민하거나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사는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래서 렌트를 구해야 하는데, 렌트를 하려고 하면 신분 증명 소득 증명 렌트 이력 등등 요구하는 게 많아
호주에 처음 온 이민자들은 이것도 쉽지 않다.

그래도 다들 어찌 어찌 렌트는 구하게 돼 있다. 렌트를 구하고 나면 정착 1단계 성공.

2. 다음은 직업 구하기인데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최대의 난제다. 만족할 수 있는 직업을 구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별다른 걱정이 없다.

직업을 구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정신이 피폐해지고 경제적으로 파탄이 날 지경에 이르러, 초조해진 나머지 생각에 없던 일을 하거나 포기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IT가 쉬운 편이라고는 하지만, IT로 왔어도 어쩔 수 없이 다른 일을 하거나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결국 절박하면 대부분은 구해진다만 처음부터 입맛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은 자기 경력보다 낮춰서 시작하게 되는데,
절박하기 때문에 좋은 자리를 기다려 고르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로컬 경력이 없기 때문에 처음엔 좀 쉬운 자리부터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쉬운 자리라 해도 인터뷰에서 한두번 씩은 다 떨어진다.
경력이 많은데 너무 낮춰서 지원하면 또 오버 퀄리파이드 돼서 안되는 경우도 허다하고.

하지만 사회적 지위에 연연하지 않고 낮은 자세로 임하면 -_- 언젠가는 구할 수 있다... 고 믿는다. 끈기와 의지만 있으면.

3. 일단 직업을 구한다 해도 프로베이션 (수습) 기간을 통과하지 못하고 해고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역량이 모자라거나 태도가 불성실해서 탈락되는 경우도 많지만 한국인의 경우 대부분은 의사소통의 문제다.

영어도 문제지만 한국과 호주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좀 다른데,
뭐라고 딱 정리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뭐 그런 게 있다 =_= 아직 나도 사실 잘 못한다.

실력이 부족하고 의사소통이 안돼도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인성이 뛰어나고 태도가 훌륭하면 웬만해서는 내치지 않는다.

나는 인성도 별로고 태도도 별로기 때문에 특히 긴장해서 일을 잘 해야 하는데
점점 한계가 오다보니 이제 좀 착해지고 친절해지려고 노력중이다.

어쨌든,
호주에서는 한국보다 더 인성과 태도가 중요하다. 는 개인적인 의견임. 틀릴 수도 있음.

4. 직업을 구하고 프로베이션도 통과하고 안정적인 수입이 생긴다면 다음 단계는 집을 사는 것이다.

렌트비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돈이 있으면 집을 사는 게 낫다. 는 역시 개인적인 의견. 귀찮아서 계산은 해보지 않았다.

나는 집에 대한 욕구가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돈이 모이면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가는 데 쓰는 편이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렌트비를 내면 생활이 어려우므로 -_- 집을 사긴 해야 한다.

5. 집까지 구하면 이제 정착이 거의 다 됐다고 볼 수 있는데

맞벌이의 경우는 배우자도 직업을 구하는 게 마지막 남은 숙제라고 하겠다.

남편은 한국에서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일을 하기 위해 TAFE라는 직업학교 비슷한 곳을 2년반동안 다닌 후
어드밴스드 디플로마 디그리를 취득했다.

어찌나 고생을 하면서 다녔는지 옆에서 보는 사람이 다 짜증이 날 정도였다.

어쨌든 졸업하고나서 한달 반 후 원서를 한군데 내고, 면접을 두번 보고 오늘 합격 통보를 받았다.

호주에 이민 와서 여러 사연을 들었지만 한번의 지원으로 한번에 합격되는 사람은 처음 봤다 =_=

중요한 건 영어도 잘 못한다는;;;

TAFE 다닐 때 직업 훈련 프로그램으로 일주일간 그 회사에서 일했었고,
그 회사에서 임시 인력이 필요하다 하여 선생 추천으로 6주간 임시직으로 일했었는데
아마 그 때 경험과 선생의 추천이 주효했지 않나 싶다.

호주에서는 인성과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했는데
남편 자랑이지만 인성과 태도는 내가 본 사람 중 최고다 -_-
말은 잘 안 통해도 행동으로 보여주니 사람들 마음에 든 게 아닌가 싶다.

물론 그렇다고 실력이 없는 건 아니다. 좀 느려서 그렇지 ;;; 퀄리티와 아이디어는 뛰어나다. 고 사람들이 그랬다.

어쨌든 이제 드디어 호주에서 사회생활 시작이니
한편으로 정착 끝이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이제부터 새로운 삶으로 정착 시작인 셈이다.

이렇게 한 짐 또 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