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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생활

호주 이민 기록 - 9. 집 사기

1. 한번 렌트 하면 기본 6개월 계약이기 때문에 6개월까지는 버티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집이 너무 좁고 렌트비가 아까워서 그냥 빨리 집을 사기로 했다.

나는 특히 큰 돈을 쓸 때 충동 구매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예를 들자면 차라든지 집이라든지..;;;


한국에 있을 때도 갑자기 새 차가 갖고 싶어서 바로 그 주 주말에 가서 계약한 적이 있고

처음 집을 살 때도 일산에서 전세 살다가 갑자기 분당으로 가서 후다닥 집을 혼자 보고 와서 바로 계약을 해 버리지 않나

집을 넓혀 이사를 갈 때도 충동적으로 갑자기 집이 좁다는 생각이 들면 그 때부터 집을 알아보러 다니는 등

뭔가 차근 차근 계획을 세워서 사는 게 아니라 사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돈을 인출하고 있더라는;;;;


한국에서 처음 집을 사기 몇 년 전에, 길가다 모델하우스가 있어서 그냥 구경해볼까? 하고 들어갔다가

충동적으로 오피스텔을 계약해버렸는데 - 그것도 프리미엄 붙여서-

그러고 나서 얼마 후 건설사가 부도 나서 계약금은 물론 보지도 못한 대출금까지 날려버렸다는-_-

그 후 계약자들끼리 소송을 했는데 몇 년 걸려 1심에서 지고 결국 대출금에 몇 년 치 이자까지 은행에 뺏긴 후

다 잊었을 때 쯤 다른 건설사에서 그 공사를 인수받아서 원금을 돌려줬다는

씁쓸하지만 마지막은 약간 훈훈한;;;; 전설이 있다.

그 때 날렸다고 생각한 돈 때문에 한동안 집 사는 건 생각도 안하고 있다가

어느날 가만히 계산을 해보니 손해본 돈 빼고도 작은 집은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와서

바로 분당으로 출동;;;

물론 그 때만 해도 집 값이 쌌으니까 가능한 일이었지만.


2. 호주 집 사는 얘기 하다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어쨌든 집이 너무 좁다는 생각을 하자 바로 또 집을 보러 다녔다.

우리가 호주에서 큰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대출 안 받고 한국 집 판 돈 (살 때보다 엄청 떨어진 가격에 팔았음 ㅡㅜ)으로 살 수 있는 집을 구하다 보니

당연히 좋은 동네에 좋은 집은 언감생심이고

기차가 다니는 안전한 지역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기차 라인이 있는 곳은 일단 대체로 비싼데

그 중에서 학군이 안 좋은 지역은 그나마 좀 싸다.

우리는 애가 없으니 학군은 상관이 없어서

주변 환경에 비해 학군이 안 좋아 비교적 저렴한 지역에 있는 타운하우스를 골랐다.

그 전에 다른 지역의 아파트 몇 군데를 봤는데,
가격이 너무 비싼데 비해 마감이 날림인 새 아파트가 있었고,
가격은 괜찮은데 관리비가 너무 비싼 아파트가 있었고,
둘 다 괜찮은데 구조가 별로고 좀 좁은 아파트가 있었다.

그리고 산골짝 하우스 하나, 30년된 타운하우스 하나, 3층짜리 비좁은 타운하우스 하나 정도 본 것 같다.

그러다 지금 있는 타운하우스를 봤는데

겉으로 보기엔 엄청 좋은 단지처럼 보였다. 집도 꽤 넓고.

그 전에 본 호주의 주택이나 타운하우스들은 다 너무 옛날 스타일이고 낡았었는데

여기는 단지 자체가 고급져 보였다;;;; 집 외관도 괜찮고.

나중에 이사오고 나서는 단점들이 마구 부각되긴 했지만.




3. 마음에 드는 집이 나왔으므로 바로 계약을 했다. 어차피 더 봐 봤자 이보다 괜찮은 곳이 나오긴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었고,
남들이 채가기 전에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흥정도 안하고 달라는 대로 다 주고 계약 -_-

호주는 땅이 있는 단독 주택이 가장 비싸고, 그 다음이 타운 하우스, 그 다음이 아파트, 유닛 순서이다.

아파트가 편하긴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또 아파트 살기는 좀 꺼려졌고

마당이 있는 집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었다.

하우스는 비싸기도 하지만 관리도 어려울 것 같아, 타운하우스가 가격면에서나 관리면에서나 보안면에서나 제일 나은 것 같았는데
몇 년 살아보니 하우스가 더 나을 듯.

타운하우스는 관리비도 많이 나가고, 뭐 고장나도 내맘대로 못 고치고 꼭 관리인을 불러서 계약된 업체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규칙도 많고, 집 수리도 맘대로 못하고, 옆집이랑 벽이 붙어 있어서 시끄러울까 눈치보이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불편한 점이 많다.

딱 하나 좋은 것은 단지 안에 있으니 좀 더 안전한 느낌이 드는거. 이게 참 중요하긴 하다만.




4. 계약을 하고 나면 일주일 간의 쿨링 타임이라는 게 있다. 이 기간 동안 페스트 인스펙션과 또 무슨 세이프티 인스펙션? 같은 걸 해서 하자가 발견되면 계약을 취소하거나 조건을 달 수 있다. 별 문제는 발견되지 않아서 그냥 일사천리로 계약.

계약은 꼭 솔리시터나 컨베이언서?를 통해서 해야 한다. 매도인과 매수인은 서로 마주치는 일 없이 에이전트를 통해서 모든 일이 처리 된다. 그러다보니 불편한 점도 많긴 하지만 나중에 집 팔때는 귀찮은 일 없어서 좋을 것 같긴 하다.

한국에 있는 집 팔고 나서는 집 산 사람이 자꾸 전화해서 귀찮았는데.




우리 집은 아니고 그냥 같은 단지 내 집들.





5. 이사는 한국 이사 업체를 이용했다. 역시 이사는 한국 업체가 짱이다.

다른 집들 이사하는 거 보면, 짐 하나 들고 나와서 어슬렁 어슬렁 차에다 넣고 담배 피우고 놀다가 또 어슬렁 들어가서 짐 하나 들고 나오고 이런 식인데, 한국 이삿짐 업체도 편차가 있기는 하겠지만 우리가 계약한 업체는 아주 괜찮았다.


이사하기 전에 하루 이틀 청소를 했어야 하는데 날짜를 너무 서둘러 잡는 바람에 -_- 청소가 덜 된 상태로 들어갔다. 이사하는 날 저녁에 나는 멜번 출장을 가야 했기 때문에 혼자 도망쳤다;;;

그리고 나서는 6주 연속 출장;; 그 때가 바로 6주 연속 멜번 출장 기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새 집에는 주말에만 잠깐 있다 가고 집 산 기쁨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한편
남편은 혼자서 집 정리하느라 낑낑대고 하여튼 너무 서둘러 이사한 후유증을 제대로 겪었다.



다음엔 언제 쯤 이사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느긋하게 천천히 알아보고 꼼꼼히 살펴본 후 여유있게 이사 가야지.... 라고는 해도 그러기가 쉽지 않다지.

집을 사고 나니 이제 웬만큼 정착이 다 된 것 같았다. 그 이후로는 뭐 이렇다할 게 없으니. 

아주 나중에 돈이 남아 돌면?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고 인테리어도 완벽하게 하는 게 꿈인데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