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음 입사했을 때 매니저는 싱가폴에 있는 싱가폴 사람이었다. 그래서 모든 연락은 이메일과 전화로만 했고 첫 프로젝트-랄 것도 없는 매우 간단한 일-은 나를 처음 인터뷰 했던 영국인 M과 진행했다. 첫 주에 혼자 솔루션 대충 테스트 해보고 고객 미팅하고 그 다음주 쯤 간단한 작업 하나 하고 끝.
2. 그리고 이런 저런 소소한 일들 하면서 슬슬 적응하고 금요일마다 마시는 맥주도 시큰둥해질 무렵, 첫 출장이 잡혔다.
마카오! 홍콩은 가 봤지만 마카오는 첨이었기에 기대됐다. 아시아의 베가스라던데, 그러면 홍콩+라스베가스인건가?!
흥분하며 준비를 했는데 가기 직전에 식중독인지 장염에 걸려 기어가다시피 했다.
거기에 상주하고 있는 홍콩 애가 있었는데 어느 호텔 예약해야 하냐고 했더니 호텔 많다고 와서 잡으면 된다고 했다 -_- 나 배낭여행 가는거니;;;
마카오에는 회사와 계약된 호텔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내가 검색해서 잡았다. 그 때 트립 어드바이저를 알았더라면 고민하지 않았을텐데.
홍콩에서 내려서 마카오까지는 페리를 타야 한다. 공항 안에 페리로 갈아타는 곳이 있다. 페리 티켓을 살 때 비행기 짐표를 보여줘야 짐을 트랜스퍼 해 준다. 처음에는 못미더웠는데 지금도 못미덥다..?
마카오에서 처음 예약한 호텔은 너무 낡고 에어컨이 온도 조절이 잘 안돼서 너무 추웠다. 퀴퀴한 냄새도 나고. 첫 출장이라 어리버리해서 너무 별로인 데를 잡았다, 지금 같으면 비싸도 좋은 데로 할텐데.
고객은 거만하고 막무가내였고 제품은 결함이 있었고 상주직원은 답답했고 프로젝트는 망했다. 그 후로도 몇 번 더 갔고 홍콩에서 새로운 엔지니어도 왔고 미국에서 PM도왔고 디렉터들도 많이 왔다 갔지만 고객의 괴롭힘을 감당할 수 없다며 디렉터가 철수를 결정하고 다시는 어떤 서비스도 그 고객에게는 팔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에 한쪽 발이라도 담궜던 수많은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그 해에 그만둠으로써 전설의 프로젝트로 기록...
이래 저래 마카오는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홍콩보다는 그냥 중국 스타일이다. 공기도 안 좋고 음식도 별로고 하여튼 별로였다. 도박도 안하기 땜에 할 일이 매우 없었다.
처음 호텔은 너무 별로였고 두번째 호텔은 그냥 있을만 했고 세번째 네번째에는 그랜드 하이얏트로 잡아줘서 그것만 딱 좋았다. 지금까지도 내가 묵어본 호텔방 중 최고다.
잠시 감상.
4. 출장 중 부활절 연휴가 있어 잠시 한국에도 다녀왔다. 호주 가는 것 보다 싸고 연휴동안 계속 호텔에 있는 것 보다도 싸기 땜에 회사 비용으로.
마카오 왔다 갔다 하는 도중에 팀 워크샵도 말레이지아에서 있었고 한번은 싱가폴에서 컨퍼런스도 있고 대만에도 2주간 출장을 가고 해서 이 당시에는 한번 출장 가면 20-25일씩 돌아다니다가 와서 한 5일 있다가 또 나가는 일정을 반복했다.
중간에 5월 말에는 휴가도 내서 일주일 동안 한국에 또 갔다 오기도 하고.
대만은 지금 다시 간다면 좋을 것 같은데 그 때는 너무 지쳐서 뭐 볼 마음도 안 나고, 딘타이펑이랑 화로에 구운 새우랑 골뱅이 빼고는 먹는 것도 별로였고 뭐 그랬었다는. 그래도 대만이 마카오보다는 백배 나았다. 사람들도 대체로 순하고 친절했음. 마카오 사람들은 아주 불친절하다.
출장 가서 무뚝뚝하고 무표정한 사람들 속에서 칙칙하게 있다가 가끔 시드니에 오면 파란 하늘과 쨍한 햇빛과 여유있고 밝은 사람들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호주에 살러 왔는데 왜 여전히 아시아만 돌아다니고 있는 지 살짝 우울해지기도 했다.
5. 5월에는 원래 있던 매니저가 그만두고 새로운 매니저가 시드니로 왔다. 스위스 출신의 T.
도대체 왜 스위스에서 여기로 이민 오냐고 했더니 다들 그렇게 물어본다며;;; 근데 다 장단점이 있다고 했다.
이 매니저는 내 평생 최고의 매니저였다. 그 전까지는 멜번에 있는 내 추천인 1호가 최고의 매니저였는데. 2위로 물러남.
새 매니저는 말도 잘 들어주고 능력도 있고 발도 넓고 성격도 좋았다.
어찌나 말을 잘 들어주는지,
내가 너무 아시아로만 출장을 많이 다니는 것 같다고 했더니 그 다음부턴 아시아 출장을 안 보냈고,
그 후 멜번에 한참동안 매주 출장을 갈 일이 있었는데 그게 끝나고 나서도 PM이 또 가라고 해서 더이상 멜번에 처박히기 싫다고 했더니 그 후론 아예 출장을 안 가게 됐다 ;;;;;
그 후 꽤 오랫동안 출장이 없었는데,
우연히 팀원들끼리 얘기하다가 스타 얼라이언스 골드 얘기가 나와서 내가 좀 부러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걸 눈치챘는지 매니저가 출장 가고싶냐고 물어보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출장 싫다며' 그러면서 내가 싫어하는 줄 알고 안 보냈다는 거다.
(아니 난 멜번만 연속으로 6주 가고 또 바로 이어서 4주 연속 또 가야 하는 게 싫었을 뿐이고,
다른 나라'만' 한달씩 5일 간격으로 가는 게 싫었을 뿐인데. 중간이라는 건 없는거냐)
그래서 난 어떤 익스트림도 싫을 뿐이라고 했더니 그 다음부터 지금까지는 출장을 줄기차게 가고 있다 ;;;
6. 그 뒤 소소한 작은 프로젝트들이 있다가, 큰 프로젝트 하나가 멜번에 생겨서 아파트를 석달 정도 빌렸다.
이 아파트는 임대 끝내기 4주전인가 통보를 해야 되는데 그걸 모르고 너무 늦게 통보를 해서 결국 쓰지도 않는 렌트비를 내야 했다는;;;
뻘짓으로 날린 돈 중 아마 이게 금액이 제일 컸을 거다.
이 때는 1-2주마다 시드니에 가서 옷도 챙겨오고 했는데, 그래서 멜번에서 주말을 보내는 일이 종종 있었다. 덕분에 멜번 시내는 많이 돌아다녀서 따로 여행을 갈 필요는 없어졌다.
멜번은 시내에서 가까운 비치가 하나밖에 없는데 그나마 별로 안 깨끗하고 사람도 너무 많다. 멜번의 가장 큰 단점이 날씨라고들 하는데 나한테는 비치가 없다는 것도 그에 못지 않은 단점이다.
느낌상 인종차별도 멜번이 좀 더 심한 것 같았다. 시드니엔 아시안이 정말 너무 많아서 일일이 차별할 수가 없을 정도일텐데 멜번은 많긴 해도 그보다는 적기도 하고, 좀 도도한 백인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도 시내는 멜번이 훨씬 깨끗하고 예쁘고 세련됐다. 음식과 커피도 시드니보다 훨씬 낫다. 문화 예술도 더 발달했고, 건물들도 더 세련되고 예쁘다. 단지 정이 안간다는 것 뿐.
2. 그리고 이런 저런 소소한 일들 하면서 슬슬 적응하고 금요일마다 마시는 맥주도 시큰둥해질 무렵, 첫 출장이 잡혔다.
마카오! 홍콩은 가 봤지만 마카오는 첨이었기에 기대됐다. 아시아의 베가스라던데, 그러면 홍콩+라스베가스인건가?!
흥분하며 준비를 했는데 가기 직전에 식중독인지 장염에 걸려 기어가다시피 했다.
거기에 상주하고 있는 홍콩 애가 있었는데 어느 호텔 예약해야 하냐고 했더니 호텔 많다고 와서 잡으면 된다고 했다 -_- 나 배낭여행 가는거니;;;
마카오에는 회사와 계약된 호텔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내가 검색해서 잡았다. 그 때 트립 어드바이저를 알았더라면 고민하지 않았을텐데.
홍콩에서 내려서 마카오까지는 페리를 타야 한다. 공항 안에 페리로 갈아타는 곳이 있다. 페리 티켓을 살 때 비행기 짐표를 보여줘야 짐을 트랜스퍼 해 준다. 처음에는 못미더웠는데 지금도 못미덥다..?
마카오에서 처음 예약한 호텔은 너무 낡고 에어컨이 온도 조절이 잘 안돼서 너무 추웠다. 퀴퀴한 냄새도 나고. 첫 출장이라 어리버리해서 너무 별로인 데를 잡았다, 지금 같으면 비싸도 좋은 데로 할텐데.
고객은 거만하고 막무가내였고 제품은 결함이 있었고 상주직원은 답답했고 프로젝트는 망했다. 그 후로도 몇 번 더 갔고 홍콩에서 새로운 엔지니어도 왔고 미국에서 PM도왔고 디렉터들도 많이 왔다 갔지만 고객의 괴롭힘을 감당할 수 없다며 디렉터가 철수를 결정하고 다시는 어떤 서비스도 그 고객에게는 팔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에 한쪽 발이라도 담궜던 수많은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그 해에 그만둠으로써 전설의 프로젝트로 기록...
이래 저래 마카오는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홍콩보다는 그냥 중국 스타일이다. 공기도 안 좋고 음식도 별로고 하여튼 별로였다. 도박도 안하기 땜에 할 일이 매우 없었다.
처음 호텔은 너무 별로였고 두번째 호텔은 그냥 있을만 했고 세번째 네번째에는 그랜드 하이얏트로 잡아줘서 그것만 딱 좋았다. 지금까지도 내가 묵어본 호텔방 중 최고다.
잠시 감상.
지금이야 흔하(지까진 않으나 간혹 있)지만 당시만 해도 (호텔방 전화기로선) 획기적이었던 시스코 IP폰.
4. 출장 중 부활절 연휴가 있어 잠시 한국에도 다녀왔다. 호주 가는 것 보다 싸고 연휴동안 계속 호텔에 있는 것 보다도 싸기 땜에 회사 비용으로.
마카오 왔다 갔다 하는 도중에 팀 워크샵도 말레이지아에서 있었고 한번은 싱가폴에서 컨퍼런스도 있고 대만에도 2주간 출장을 가고 해서 이 당시에는 한번 출장 가면 20-25일씩 돌아다니다가 와서 한 5일 있다가 또 나가는 일정을 반복했다.
중간에 5월 말에는 휴가도 내서 일주일 동안 한국에 또 갔다 오기도 하고.
대만은 지금 다시 간다면 좋을 것 같은데 그 때는 너무 지쳐서 뭐 볼 마음도 안 나고, 딘타이펑이랑 화로에 구운 새우랑 골뱅이 빼고는 먹는 것도 별로였고 뭐 그랬었다는. 그래도 대만이 마카오보다는 백배 나았다. 사람들도 대체로 순하고 친절했음. 마카오 사람들은 아주 불친절하다.
출장 가서 무뚝뚝하고 무표정한 사람들 속에서 칙칙하게 있다가 가끔 시드니에 오면 파란 하늘과 쨍한 햇빛과 여유있고 밝은 사람들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호주에 살러 왔는데 왜 여전히 아시아만 돌아다니고 있는 지 살짝 우울해지기도 했다.
5. 5월에는 원래 있던 매니저가 그만두고 새로운 매니저가 시드니로 왔다. 스위스 출신의 T.
도대체 왜 스위스에서 여기로 이민 오냐고 했더니 다들 그렇게 물어본다며;;; 근데 다 장단점이 있다고 했다.
이 매니저는 내 평생 최고의 매니저였다. 그 전까지는 멜번에 있는 내 추천인 1호가 최고의 매니저였는데. 2위로 물러남.
새 매니저는 말도 잘 들어주고 능력도 있고 발도 넓고 성격도 좋았다.
어찌나 말을 잘 들어주는지,
내가 너무 아시아로만 출장을 많이 다니는 것 같다고 했더니 그 다음부턴 아시아 출장을 안 보냈고,
그 후 멜번에 한참동안 매주 출장을 갈 일이 있었는데 그게 끝나고 나서도 PM이 또 가라고 해서 더이상 멜번에 처박히기 싫다고 했더니 그 후론 아예 출장을 안 가게 됐다 ;;;;;
그 후 꽤 오랫동안 출장이 없었는데,
우연히 팀원들끼리 얘기하다가 스타 얼라이언스 골드 얘기가 나와서 내가 좀 부러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걸 눈치챘는지 매니저가 출장 가고싶냐고 물어보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출장 싫다며' 그러면서 내가 싫어하는 줄 알고 안 보냈다는 거다.
(아니 난 멜번만 연속으로 6주 가고 또 바로 이어서 4주 연속 또 가야 하는 게 싫었을 뿐이고,
다른 나라'만' 한달씩 5일 간격으로 가는 게 싫었을 뿐인데. 중간이라는 건 없는거냐)
그래서 난 어떤 익스트림도 싫을 뿐이라고 했더니 그 다음부터 지금까지는 출장을 줄기차게 가고 있다 ;;;
6. 그 뒤 소소한 작은 프로젝트들이 있다가, 큰 프로젝트 하나가 멜번에 생겨서 아파트를 석달 정도 빌렸다.
이 아파트는 임대 끝내기 4주전인가 통보를 해야 되는데 그걸 모르고 너무 늦게 통보를 해서 결국 쓰지도 않는 렌트비를 내야 했다는;;;
뻘짓으로 날린 돈 중 아마 이게 금액이 제일 컸을 거다.
이 때는 1-2주마다 시드니에 가서 옷도 챙겨오고 했는데, 그래서 멜번에서 주말을 보내는 일이 종종 있었다. 덕분에 멜번 시내는 많이 돌아다녀서 따로 여행을 갈 필요는 없어졌다.
멜번은 시내에서 가까운 비치가 하나밖에 없는데 그나마 별로 안 깨끗하고 사람도 너무 많다. 멜번의 가장 큰 단점이 날씨라고들 하는데 나한테는 비치가 없다는 것도 그에 못지 않은 단점이다.
느낌상 인종차별도 멜번이 좀 더 심한 것 같았다. 시드니엔 아시안이 정말 너무 많아서 일일이 차별할 수가 없을 정도일텐데 멜번은 많긴 해도 그보다는 적기도 하고, 좀 도도한 백인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도 시내는 멜번이 훨씬 깨끗하고 예쁘고 세련됐다. 음식과 커피도 시드니보다 훨씬 낫다. 문화 예술도 더 발달했고, 건물들도 더 세련되고 예쁘다. 단지 정이 안간다는 것 뿐.
멜번의 핫 플레이스 중 하나인 야라 강변. 강물이 갈색이나. 브리즈번 강도 갈색인데. 물이 안 좋아.
처음 멜번에 출장 갔을 때 팀버튼 전을 하고 있어서 구경하고 책도 샀다.역시 팀버튼은 미친넘이다.
한 번은 주말에 후배 J가 놀러와서 뮤지컬도 보고 그레이트 오션 로드 일일 관광도 갔다왔다.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진짜 꼭 한번 가볼 만 하다. 가는 길이 좀 무섭긴 하지만 정말 장관이다.
드러운 사진 실력에 아이폰 3로 찍어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진짜 멋있다.
멜번에서의 마지막 주 전에 남편이 완전히 들어왔다. 그 전에도 휴가 내서 3월에 한 번 8월에 한번 왔고, 내가 4월, 5월에 한번 씩 한국에 갔었으니 네번 만났었고, 매일 스카이프로 화상통화도 해서 멀리 있는 것 같지 않았지만, 그래도 같이 사는 거랑은 달라서 다시 합치니 감개무량했다;;;
오래 떨어져 지내서 좋은 점은 다시 합쳤을 때 더 애틋하다든지, 내가 좀 철이 들어서 짜증을 되도록 (한동안) 안내려고 노력한다든지 하는 게 있다. 그런데 다시는 절대로 안할 거고, 고민하는 다른 사람들도 될수 있으면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그 일년 동안은 거의 트라우마처럼 남아서 아직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근데 남편은 잘 지냈던 것 같다 ㅋ)
어쨌든 멜번에 있는 동안 남편은 열심히 혼자 잘 돌아다녔다 ㅎ 그리고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 같이 시드니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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