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월 초 부터는 스킬맥스에 다녔다. 이민자들을 상대로 직업을 구하는 방법에 대한 팁과 영어를 가르쳐주는 코스인데, 아이엘츠 점수에 따라 6.5 이상이면 스킬맥스, 그 이하면 English For Employment 코스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6주 코스였는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있었고 주로 중동과 아시아쪽이었다. 다들 영어는 무지 잘했고 자국에서 영어 선생이었던 사람들도 세 명이나 있었다.
스킬맥스는 선생님이 아주 좋았고 커리큘럼도 괜찮아서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 무엇보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You are not alone.
2. 스킬맥스를 다니는 도중에도 구직활동은 계속 하고 있었다. 예전에 다니던 그 미국 회사의 호주 이사가 시드니에 있었는데, 그 사람이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 Tech Support를 뽑고 있어서 추천을 받아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괜찮았지만 내 경력이 그 포지션에 비해 너무 많고 요구되는 스킬에 대한 경력은 그렇게 또 많지는 않아서 갈등하는 듯 했다. 결국 HR 인터뷰까지는 갔지만 다른 사람이 그 포지션에는 더 맞는 것 같다고 해서 탈락했다.
3. 그리고 지난번에 멜번에서 인터뷰 했던 다국적 기업의 다른 부서에서 연락이 왔다. 체크포인트를 주로 다루는 엔지니어 포지션이었는데 전에 컨설팅 인터뷰했던 사람이 추천해 줬다고 했다. 화상 인터뷰를 한번 하고 결과가 좋아서 며칠 후 매니저와 전화 인터뷰를 했는데, 처음에 경력 소개할 때 멍청하게도 체크포인트는 10년 전에 다뤄봤다고 굳이 안해도 될 얘기를 해버렸다. 처음부터 이렇게 부정적으로 소개를 해버리니 그 쪽에서도 황당했는지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며 인터뷰를 했다. 내가 인터뷰어였어도 얘는 할 생각이 없는 애라고 생각했을 거다.
4.또 한군데서 연락이 왔는데, 같은 포지션에 세 군데 경로로 지원을 했다. 하나는 seek.com.au에 나온 에이전시로, 하나는 linked in으로 연락이 와서, 하나는 내가 linked in으로 이전에 다니던 그 미국회사의 호주 지사에 있던 사람에게 연락을 했더니 자기가 사람 뽑고 있는데 시니어 레벨은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어차피 처음부터 시니어 레벨은 바라지도 않는다고 하고 이력서를 보냈다.
지원할 때 긴가 민가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세 군데가 다 같은 포지션이었던 거. 운좋게 내가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있던 회사에서 잠깐 다뤘던 솔루션에 대한 컨설턴트를 뽑는 중이었다.
1차 기술 인터뷰는 호주 지사의 같은 팀 시니어가 했고, 잘 안된 줄 알았는데 나중에 전화 인터뷰 요청이 와서 매니저와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바로 HR과 전화 인터뷰. 그 후 한국에서 마지막 회사의 매니저와 멜번에 있는 예전 매니저에게 레퍼런스 체크가 갔다고 한다. 둘 다 미리 부탁을 해 놨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잘 해줘서 일사천리로 채용이 됐다.
5. 첫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는 거에 너무 쫄았기도 하고 어느 정도가 적절한 연봉인지에 대한 감도 없어서 연봉을 좀 작게 부른 것 같다. 앞서 2번과 3번에 있는 회사들도 그렇고 지금 회사도 그렇고 전혀 망설임 없이 내가 부른 연봉에 OK한 걸 보면;;;
그래도 다행히 2번보다는 3번을, 3번보다는 4번을 더 높게 불렀으니 2,3번이 안된 게 차라리 더 잘 된일인 듯..
한참 지나고 나서 다른 사람들이 다른 회사 인터뷰 하는 걸 보니 거의 대부분 시험을 보든지 그에 준하는 수준이던데, 나는 세번 다 그런 거 없이 그냥 대충 인터뷰 했다..참으로 다행일세. 시험 봤으면 무식이 탄로났을텐데;;;
6. 바로 출근 할 수 있다고 외쳐서 스킬맥스는 한 주를 남겨놓고 그만 두게 됐다. 끝까지 했으면 좋았을텐데 괜히 흥분해서 서두르는 바람에.
취직을 하고 나니 한시름, 아주 큰 시름을 놓았다. 기분 좋아서 혼자 회식도 하고;;;
씀씀이도 달라졌다. 그 전엔 장 보러 가서도 무조건 제일 싼거, OEM 아니면 엄청 싼 ALDI라는 슈퍼마켓에서만 장을 보고 케이마트나 리젝트샵 같은 데만 다녔는데, 돈을 벌기 시작하니 장은 울워스에서 보고 다른 용품들도 타겟이나 전문샵에서 사는 걸로 -0-
7. HR 인터뷰가 끝나고 레퍼런스만 남겨둔 상태에서 와이너리 투어를 갔다. 원래는 후배 J 및 동거인들과 같이 가려고 했다가 그날 갑자기 인터뷰가 잡히는 바람에 나만 취소 했는데, 여행사에 나중에 전화해서 아파서 못 갔는데 다시 갈 수 있냐고 물어 봤더니 와도 된다고 했다. 120불이나 되는 건데 환불도 안되고 그냥 날리기 아까워서 혼자라도 갔다.
나 말고는 모두 커플이나 친구들이었는데, 신혼여행 중인 영국인 부부가 둘이나 있었다. 그 중 한 커플은 게이 커플이었는데, 둘 다 너무 잘생겨서 므흣;;; 하나는 좀 작고 통통했는데 나머지 하나는 키도 크고 몸매도 좋고 얼굴도 잘생겼...
리버풀에서 온 애들이었는데 어떤 와이너리에서 호주 아줌마가 발음 이상하다고 놀렸다. 음... 호주 발음이 더 이상한 거 모르나..물론 나는 호주 발음이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더 놀림 받는 건 호주 발음이쟎아;;;
뉴질랜드에서 온 노부부도 있었는데 한국에서 영어 선생님 몇 년 했었다고 한다 허걱.
점심은 영국 이성 커플이랑 같이 먹었는데, 내가 영국에서도 롱블랙이라고 하냐고 물으니 영국에서는 아메리카노라고 한단다 ㅋㅋ 도대체 왜 호주랑 뉴질랜드는 아메리카노를 모르는 걸까
와이너리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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