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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직장생활

[호주직장생활] 호주에서 일하기의 단점


한국과 비교했을 때 호주 직장생활의 단점을 열심히 생각해봤지만,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사실 한국보다는 모든 면에서 더 낫다. 단 호주에서 태어나거나 적어도 영어가 모국어라는 전제하에.

그래서 한국에서 직장 경력이 있는 토종 한국인이 호주에 와서 일을 한다고 했을 때의 경우만 생각해 보기로 했다. 물론 이것도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고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또 다르겠지만.

1. 언어의 문제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단점은 영어로 읽고 쓰고 듣고 말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연하겠지만 아무래도 언어가 딸리면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바보같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고;;;

가끔가다 어설픈 영어라도 전혀 꿀리지 않고 할말 다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솔직히 부럽다. 이것도 타고난 복이다.

그런데 IT의 경우는 기술 용어가 죄다 영어이기때문에 문서를 작성할 때는 오히려 더 편하기도 하다. 보고서에 존댓말 안써도 되고;;
한글로 문서 작성할 때는 영어로 된 자료를 보고 번역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건 없어서 좋다.

2. 경력의 문제

외국계 회사의 지사에서 내부 트랜스퍼로 온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처음 시작할 때 한국 경력보다 낮은 포지션에서 시작한다.
경력 3-5년 정도 되는 사람이 1-3년차 주니어로 시작하는 건 사실 별 문제 아니지만
경력 10년이상 된 사람들도 5년차 정도의 포지션으로 들어가면 성공한 셈이니 한국에서 경력이 많은 사람일수록 불리하다.

경력을 다 인정받으려면 너무 고급 포지션이라 현지 경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거의 가능성이 없고, 너무 낮춰서 들어가려고 해도 경력이 지나치게 많아 탈락되는 경우가 많다.

뭐 낮춰서 들어가도 초고속 승진하면 되지...라고 생각하지만 스타트업이나 아주 작은 회사가 아니고서야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직급이 높고 연봉을 많이 받으면 구조조정 당하기도 쉽다. 그러니 그냥 말단 사원으로 길게 가자..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3. 나이 어린 매니저

이건 사실 나한테는 전혀 문제가 아닌데 나이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호주에서도 어느정도 경력이 쌓이면 관리직으로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 그냥 계속 기술직으로 남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다.

매니저는 나이 순으로 되는 게 아니라,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거기 때문에, 나이 많은 엔지니어나 컨설턴트 + 나이 어린 매니저의 조합이 드물지 않다. 특히 나이들어 온 이민자라면 대부분의 매니저들이 나이가 어려도 한참 어린 경우가 많을 것이다.

단점이라고는 썼지만 사실 나에게는 이런 시스템이 더 좋다.

나이에 별로 신경 안쓰고, 나이 들어도 계속 기술직 하고 싶고, 사람관리에는 젬병이기 때문에 한국이었으면 조기 은퇴를 할 나이에 여기서는 더 일할 수 있는 것도 있고,

한국에서 나이 먹으면 자동적으로 되는 무자격 무능력 쓰레기 매니저들과는 달리, 여기서 내가 본 매니저들은 대부분 매니저의 소양을 가지고 있다.
사람을 대하는 (또는 다루는) 스킬도 좋고 성격도 원만하고 사교적인 경우가 많은데다, 권위적이지 않아서 하고 싶은 말 편하게 다 할 수 있다. (물론 악덕 매니저도 있겠지만. 남편의 차상위 매니저는 좀 나쁜 매니저임)

​4. 회식 문화

이건 어떤 사람에게는 큰 장점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단점이다.

회식이라고 해봐야 일년에 한두번, 조직에 따라 더 많이 하는데도 있지만 대부분은 거의 회식을 하지 않는다.
저녁에 회식을 하게 되면 보통 다섯시쯤 나가서 펍에서 술을 한두잔 마시다가 밥을 먹으러 가서 또 술을 먹는다. 여기도 자정 넘어서까지 노는 애들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 8-9시면 끝나는데, 더 일찍 가도 되고 그나마 참석조차 안해도 된다.

이러니 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얼마 있지도 않은 회식이 참 싱겁기까지 하다. 요즘은 회식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은데, 나도 회식은 싫어하기 때문에 나한텐 이것도 장점이긴 하다.​​

​5. 수다떨 친구가 없다

아무래도 그렇다. 이게 호주라서 그런건지 성격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새로 만나는 사람과 친해지기 어려운 것도 있고, 특히 백인들과는 너무 관심사나 공통 화제가 적고 살아온 배경이 다르다보니, 사적으로 친해져서 같이 뒷담화하고 수다떨고 막 그래지지가 않는다.

보통 아시안들끼리는 그래도 살아온 배경이나 문화가 비슷하기때문에 친해지기가 쉬운데, 우리팀에 딱 하나 있던 아시안 여자가 싱가폴로 가버리는 바람에 이제 친한 사람이 없다.

친해지려고 해도 우리팀은 다 나가서 일하기때문에 일년에 한두번밖에 못 보는 경우도 많아서 친해질 수가 없기도 하다. 아무래도 매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면 조금은 더 친해질 수 있겠지만 사무실에만 있으면 지루할 것 같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나이가 들수록 새로 사람을 사귀기가 어려웠고 친해지기는 더욱 어려웠는데, 나이 먹을대로 먹어서 이민왔으니 친구 사귀기가 더 어려운 건 당연한 것 같다. 사실 별로 친구가 고픈 건 아니지만 심심할 때 잡담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조금 아쉽다.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냥 가면 대문이 허전하니 아무 그림이나 투척.​


한국 갔을 때 사온 스티커인데 너무 귀여워서 사진으로 찍어놓고 가끔 보며 혼자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