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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직장생활

[호주직장생활] (짜증주의) 지루한 일상과 대나무숲

지난 분기에는 유틸라이제이션이 80%를 넘도록 바쁘게 보냈는데 (목표는 70%),
4월에는 일도 없고 잠깐 멜번 다녀온 것 말고는 있던 출장도 다 취소되고 해서 지루하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

처음엔 출장이 잦은 게 힘들었는데 이제는 2-3주 지나면 좀이 쑤신다. 다른 지역에서 사람들을 많이 뽑은 탓이기도 하지만, 시드니에 있는 짜증나는 고객이 일-이주일에 하루, 이틀 잡아놓는 바람에 다른 프로젝트를 하기도 힘들다.

이 시드니 프로젝트는 디자인을 작년 3월에 시작했는데 아직 설치도 다 안 끝났다 =_= 아무리 호주라지만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그렇다고 복잡한 솔루션도 아니고, 한국같았으면 진심 두달 안에 설계부터 테스트까지 다 끝나고도 남을만한 프로젝트인데. 사실 한국에서 두달이나 주면 진짜 관대하고 천사같은 고객인거고 보통은 1-2주에 끝내라고 xx할 듯.

게다가 여기는 다른 고객과 달리 융통성도 좀 없어서 아직 가동 전인 시스템인데도 프로덕션 환경에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데이터센터 작업을 밤 여덟시 이후에 해야 한단다.

원래 내가 할 일은 아니지만, 문제가 있는데 고객이 해결을 못하고 있어서 어젯밤에 가서 들여다봐 줬는데, 결국 환경 문제였다.

보통 이런 큰 고객은 고객 엔지니어들도 스킬이 엄청나지만, 이번 프로젝트 담당자는 OS도 잘 모르고 고집은 세고 문제가 생기면 구글링 할 생각도 안해서 참 내가 고생이 많다.

2.

멜번에 있는 다른 프로젝트도 한달에 며칠 이렇게 부르는 바람에, 다른 스케쥴 방해 하는 건 물론이고, 사이트에 없는 동안에도 끈질기게 뭘 자꾸 물어봐서 귀찮다.

지난 주에는 너무 많이 물어봐서 원래 스케쥴에 없던 열시간 정도를 해당 프로젝트에 청구했다.

여기는 원래 고객 담당자가 참 괜찮고 좋았는데, 담당자가 퇴사하고 새로 입사한 애가 아무것도 모르고 염치도 없는데다, 고객사측에서는 제대로 업무 파악을 안 시켜줘서 허구헌날 지들 프로세스를 나한테 물어보고 난리다.

근데 정작 중요한 건 안 물어보고 지멋대로 추진.

이미 반쯤 진행된 상태였는데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서, 터무니 없는 계획을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혼자 결정 내려서 추진하고 있길래
너 그거 죽었다 깨어나도 못한다고 했더니 또 엄청난 폭풍 질문;;;

3.

날씨도 도움이 안돼서 지난주 18년만의 대 폭풍우를 기록 후 이틀 잠깐 맑더니 오늘부터 또 비오고 난리다.

내가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어떤 인터넷 사주풀이가 있는데, 다른 토정비결이나 사주와 달리 이건 신기하게도 잘 맞아서 몇년째 연초마다 이용하고 있다.
이 사주풀이에서 올해 운세가 별로 안 좋게 나왔는데 그 중에서도 4월이 최악이라더니, 진짜 그런듯.

그나마 4월에 프로젝트가 거의 없어서 다행인 거였나. 며칠 안 남은 4월 빨리 지나가고 싶다.

4.

지난 번 잠깐 멜번에 갔을 때 선배 언니 부부랑 사우스 멜번 마켓에서 먹은 츄러스와 파에야. 조금 짜긴 했지만 맛있었다.특히 오징어 먹물 빠에야.
츄러스도 호주에선 처음 먹어봤는데 한국에서 먹었던 퍽퍽한 츄러스와 달리 겉은 바삭 안은 쫄깃하니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