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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직장생활

[호주직장생활] 운수 나쁜 주

0.

어쩐지 오기 싫더라니.

고객놈이 제대로 대답 안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맨날 묻는 말에는 대답 안하고 지 할말만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1.

이번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솔루션은 다른 외부시스템에 의존해야 하는 게 많아서
고객 환경이 완벽히 준비되지 않으면 제대로 설정을 끝낼 수가 없다.

그래서 체크리스트와 환경 설정 가이드를 보내주고 준비가 다 됐는지 계속 확인을 했던 건데,
보아하니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고
잘 모르거나 복잡한 건 그냥 무시하고
제멋대로 판단해서 몇 개만 준비한 후
다 됐다고 한 것 같다.

정작 와서 보니 하나도 제대로 되어 있는 게 없는데
안 되어 있는 거 빨리 해결할 생각은 안하고
몇번을 얘기해도 귓등으로도 안 듣고
자기가 관심있는 한가지 생각에만 꽂혀 그 얘기만 하고 앉아 있고
자리에는 맨날 없고
세시면 퇴근하고
그나마 하루는 집에서 일하고
뭐 하나 제대로 한 번에 해결 되는 것도 없는데
자기말로는 다 됐다고 하고
잘난 척 아는 척은 혼자 다하고
도움이 안된다.

엑스맨인건가.

2.

원래 있던 솔루션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는 건데,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버전도 잘못 얘기해줘서 업그레이드 하느라 개고생했다.
예를 들어 원래 버전이 13이라면 14라고 얘기를 해서 14.1로 간단한 패치만 하면 될 줄 알고 그렇게 준비를 했는데 와서 보니 13.2.

문제는 아키텍처가 완전히 바뀌어서 13에서 14까지 가는게 이 솔루션 역사상 제일 어려운 업그레이드인데
테스트환경 말고는 해본 적이 없는데다 그나마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도 안 난다는 거.

게다가 15가 얼마전 새로 나왔는데 이 되도 않는 고객놈이 15를 쓰겠다며;;;
다른 고객들은 모르모트 되기싫다고 웬만하면 안정적인 버전 쓰는데
준비도 제대로 안 해 놓은 주제에 새거 쓰겠다고.

13.2에서 15로 가려면
13.2 > 13.4 > 13.5 > 보안패치 > 14.1 > 15
이렇게 가야 한다.

(솔루션 만드는 애들이랑 QA팀이 ​게을러서
바빠서 버전 건너뛰기를 잘 지원 안함.)

사실 13.5를 할거면 13.4는 안 해도 되는 거였는데
14.1 가이드에 13.4 부터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서
13.4로 업그레이드를 한 후 14.1을 적용하려다 보니
커널 버전이 낮아서 보안 패치를 먼저 적용해야 14 로 갈 수 있다고..

근데 보안 패치는 최소 13.5가 돼야 적용이 됨;;;

야 그러면 처음부터 13.5부터 된다고 써놨어야지 장난하냐. 13.4는 되는 게 아닌거였쟎아.

업그레이드 하는데만 이틀 반 걸림.

3.

원래 고객이란 절대 완벽하게 준비를 해 놓는 법이 없는 존재다. 간단한 방화벽 설정 하나조차도 한번에 제대로 하는 고객은 거의 본 적이 없다.

(호주 애들이 똑똑하다고 했었지만 방화벽 관리자들은 다들 안 똑똑한가 싶다. 아니면 덤벙대던가)

어쨌든 그래서 체크리스트를 미리 주는 건데, 이렇게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자신감에 넘쳐서 준비 다 됐다고 하는 또라이도 참 오랜만이다.

처음에 킥오프 미팅할 때,
<미리 준비해야 하는 외부 시스템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면 내가 설정해도 되는데, 관리자 권한을 줄 수 없다면 고객이 환경설정을 해 놓아야 한다>고 얘기했더니
<관리자 권한 주는 거 문제 없을 거>라고 해서,
준비 다 됐다고 했을 때 못 미더웠어도
관리자 권한 그거 하나 믿고 더이상 꼼꼼히 따지지 않은 건데,
막상 와서 보니 관리자 권한은 개뿔 시스템 정보도 제대로 안 알려주고
자기도 접근 권한 없는 주제에 무슨.

4.

도착하는 날부터 짐을 잃어버리지 않나
호텔도 없어서 구석탱이 아파트에 묵질 않나.

재수없는 일주일 + 재수없는 출장.

결국은 다 못 끝내고 시드니에 돌아가서 원격으로 나머지를 끝내야 할 판인데
원격 접속도 다 설정됐다고 하더니 정작 시스템에는 접근 안되는 권한만 줘서 무용지물;;;

프로젝트 할당량은 하루밖에 안 남았으니
남은 부분을 다 못 끝내면 추가 계약을 하든지
아니면 비상시에 쓸 수 있는 내부 코드를 써서 공짜로 해 주든지 해야 하는데
공짜로 해 주기는 괘씸하고
그렇다고 추가계약을 하자니 찝찝하고.

원래 계획은 매일 멜번 센트럴과 엠포리엄에 가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쇼핑을 하는 거였는데
짜증나고 피곤해서 1층에 있는 한국 치킨집에서 치킨 떡볶이 해물파전 사먹고 IGA에 가서 라면 사먹고
결국 멜번 센트럴에는 돈 찾으러만 한번 갔다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