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첫째 날 계속.
1.
독일에 대한 로망 중 하나는 소규모 살롱 콘서트나 하우스 콘서트에서 별로 안 유명한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는 거였다.
그래서 폭풍 검색 해 봤지만 인터넷에 있는 정보는 한정 돼 있고
제일 많이 뜨는 게 피아노 살롱 크리스토포리.
어떤 블로그에는 무료 콘서트이고 도네이션을 받는다고 되어 있던데
그 사이 정책이 바뀐건지 티켓 가격이 25유로로 정해져 있었다. 강제 도네이션...?
온라인에서 미리 예약을 해 놓고, 이메일로 확인 요청이 오면 링크를 따라가서 컨펌하면 된다.
http://www.konzertfluegel.com
2.
좀 외곽 지역이라 여기까지 한번에 가는 교통 수단이 있는 곳에서 저녁을 먹으려다 보니 알렉산더 플라츠가 제일 적당한 것 같아 그리로 갔지만,
황량함과 지저분한 거리에 충격을 먹고 KFC에서 치킨 버거로 저녁을 때운 후
U Bahn을 타고 Pankstraße 역에 내려서 걸어 갔다.
(베를린에서 탄 지하철들 중 S Bahn 들은 그럭 저럭 깨끗하고 괜찮았는데 U Bahn은 역도 좀 지저분하고 오래되고 열차도 좀 낡은 느낌이었다. 많이 안 타 봐서 꼭 그런 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버스가 쵝오. 버스는 다 깨끗하고 새거임)
인터넷에서 무슨 공장을 개조한 거라고 해서 어느 정도 분위기를 짐작하긴 했지만
....
야 이건 쫌 심하지 않냐 =_+
동네가 왜 이래.
안에 들어가니 그래도 나름 느낌 살려서 꾸며 놓긴 했는데
뭔가 좀 심히 의심스럽다. 그래도 화장실은 깨끗했다.
피아노가 두 대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뵈젠도르퍼라고 한다 (화장실 간 사이 구경 갔던 남편의 보고).
다들 구경 가서 기웃 기웃..
티켓 값에는 드링크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시작 하기 전 와인 한잔 씩 마시고 시작하기 전에 잔을 반납했는데
우리 앞자리에 앉은 어떤 할아버지는 계속 홀짝 홀짝 마시고 아래 내려 놨다가 연주 중간에 잔 깨뜨림 -_-;;
3.
프로그램은 브람스, 베토벤, 레거 소나타.
바이올린 족 세 가지 악기를 한 사람이 곡마다 악기 바꿔가며 연주 =_= 묘기 대행진이냐.
Sergey Malov - Violin, Viola and Violoncello da spalla
Beethoven - Sonata for piano and cello
Brahms - Sonatas for Viola and Piano op.120
Reger - Violinsonate
인데 베토벤 소나타는 첼로 대신 첼로 다 스팔라 (violoncello da spalla) 라는 이상한 악기로 연주했다.
누구냐 넌.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비올라 보다 크고 첼로보다는 훨씬 작은데 목에 걸고 연주한다 0_0
소리는..
...
왜 안 쓰는 지 매우 이해가 됨.
목에 걸고 몸에 딱 붙이고 하다 보니 울림이 없어서 약음기 낀 소리가 난다.
우와 답답해서 듕는 쥴..-____-;;;
피아노 소리에 묻혀서 잘 들리지도 않고. 도대체 왜 저 곡을 저 악기로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나 이런 것도 할 줄 안다. 신기하지? 신기하지? 으하하핳
이런 건가.
응 알겠어 근데 괴로웠다고 ㅡㅜ
그 이상한 악기 듣다 그 다음 비올라 소나타 들으니 비올라가 매우 샤프하게 들렸.. -_-;;
바이올린 소나타.
잘 하긴 하는데 막 전율을 느낄 정도의 감동은 없고 무엇보다 곡이 내 취향 아님.
앵콜 곡은 첼로 다 스팔라로 바흐 무반조 첼로곡을 연주했는데
그나마 이건 좀 악기에 어울리고 피아노 반주에 묻히지 않아서 들을 만 했다.
재미는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연주가 나빴던 건 아니니 그냥 분위기 느끼러 가본 셈 치기로.
그래도 어쨌든 어제 10 유로 짜리 공연이 훨씬 좋았다.
4.
호텔 슬리퍼에서 애벌레 나오고
차 반납하러 가면서 엄청 헤매고
흠집 났다고 트집 잡히고
저먼레일패스 사러 갔다가 허탕치고
알렉산더 플라츠의 황량함에 실망하고
먹을 거 없어서 KFC로 때우고
공연은 그닥 재미 없고.
여러 가지로 뭔가 읭? 스럽고 첫 인상이 좋지 않았던
베를린 첫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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