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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독일 2017

[독일여행] 8. 라이프찌히 2일차 - 바흐 아카이브, 성 토마스 교회 모텟과 연주회


1.

라이프찌히에 온 가장 큰 이유는 바흐가 생애 대부분을 보낸 곳이기 때문이고
그 중심에는 토마스 교회가 있고
그래서 토마스 교회에서 세인트 토마스 콰이어의 합창을 듣고 싶었는데

마침 우리가 있던 토요일 오후에 모텟이 있었고 (무려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반주)
저녁에는 고음악 연주 단체의 공연이 있었다.


일찍 일어나서 바흐 박물관도 가고 미술관도 가고 하려고 했는데
아침에 남편은 술병나서 (맥주 두 잔에;;;;) 못 일어나고 -____-;;;
나 혼자 아침 먹으러 근처 빵집으로.


주말이고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없다.
호주 카페들은 보통 7시쯤 문을 여는데 여긴 카페들은 늦게 열고 베이커리만 7시-8시 정도에 여는 듯.
(벌써 6일차인데 아직도 시차 적응 안 돼서 7시에 일어남)



젊은 베이커가 나와서 주문 받았는데 영어도 한다(....!!)

(동독 지역은 나이 좀 있는 사람들은 영어를 전혀 못하는 사람이 많고
통일 이후 학교 다닌 젊은 사람들은 대충 하는 것 같고
학생들은 대부분 잘 하는 것 같다)

빵 맛 없게 생겼는데 엄청 맛있..


빵이랑 커피 합해서 2.59유로 밖에 안함 ㄷㄷ

엄청 싸고 맛있게 잘 먹어서 다음 날 먹으려고 큰 빵 하나 더 샀다.

(다음 날 아침 바쁠 것 같아서 그랬는데 결론적으로 후회. 하루 지나니까 딱딱해 져서 그 맛이 안나...ㅜㅜ
게다가 다음 날 아침 바쁠 일이 없어져서 그럴 필요가 없었음)

독일 빵들이 맛있다더니 이런 플레인 빵들은 진짜 다 넘나 맛있다. 반죽이 다른건가. 딱딱해 보이는 빵도 속이 촉촉+부드럽고 간도 잘 되어 있다.

우리 어릴 때 동네마다 독일 빵집이 있었다.
프랑스 빵집도 아니고 웬 생뚱맞게 독일 빵집? 그랬었는데
다 이유가 있는 거였어!! 독일 빵집 자부심 가질 만 해.


2.


오다가 수퍼에 들러 물을 사다가 공병 반환기 발견.

독일에서 물이든 음료수든 사면 공병 보증금 (Pfand) 가 보통0.15-0.25 유로씩 붙는데,

이렇게 생긴 기계에 공병을 반환하면


공병 보증금 만큼 쿠폰을 준다.

넘나 신기한 거.

쿠폰 만으로 물 사고 거스름돈 까지 받은 적도 있다 --v

독일 슈퍼는 알디, 리들, 노르마 같은 초저가 슈퍼가 몇 군데 있는데, 이런데서 500ml 물을 사면 0.11+0.25 Pfand = 0.36 유로에 살 수 있지만
일반 슈퍼나 가게에 가면 같은 물이 1유로가 넘기도 한다.

호주도 차이가 좀 나긴 하지만 그래도 물은 기본적으로 다 비싸서 차이가 그렇게 까지 크진 않다.

독일은 물은 참 싸게 살 수 있어서 좋음.


3.

좀 누워 있더니 약간 살아난 남편을 이끌고 호텔 코앞에 있는 바흐 아카이브로.



여기도 역시 오디오 가이드가 훌륭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바흐 가계도. 대대로 음악가 집안이라 다른 바흐들의 작품들도 틀어준다.


이름에 불 들어온 사람이 지금 나오는 음악의 주인.

그림 가계도. 여기서는 자기가 직접 작곡가를 골라 들어 볼 수 있다...? (아 여기가 아니라 다른 방이었나 헷갈린다)


각종 악기들.


리스닝 룸. 멘델스존 박물관 만큼 고급지지는 않다.




4.

박물관 구경 잘 하고 나와서 뮤지엄 샵에서 폭풍쇼핑 후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맛있어 보이는 튜링거 소세지가 맛있어 보이길래 또 사 먹었는데 독일에서 먹은 소세지 중 제일 맛있었다. 튜링거 소세지 쵝오.

맥주 두잔 먹고 술병 난 남편이 국물을 먹고 싶다 해서
일식 라멘집 검색해서 찾아 갔는데



Aㅏ...


내 생애 최악의 라멘과 야끼소바. 이건 라멘도 아니고 음식도 아니여.
맛도 더럽게 없는 게 값도 더럽게 비쌈. Umaii 절대 비추.


5.

모텟 들으러 성 토마스 교회로.
일찍 갔는데도 이미 줄이 이렇게..


하지만 내부가 넓어서 자리는 많았다.

2유로 도네이션을 하고 입장. 합창단이 2층에 있기에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감.

자리를 잡았더니 오르간이 정면에 뙇.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는 왼쪽에.



<내 주는 강한 성>
1부는 같은 주제를 가지고 여러 작곡가들이 작곡한 노래를 좀 부르고, 2부에 바흐 칸타타 연주.

종교 개혁 축제 기간 교회의 날 기념 공연이라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반주(...!!) 오케스트라 당연히 최고 합창단도 최고.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공연도 보고 싶어서
몇달 전에 여행 일정을 정하자 마자 바로 공연을 찾아 봤지만
이미 모두 매진이라 아쉬웠는데
소규모지만 그래도 어쨌든 듣긴 들었...;;;

(하지만 홀이 좀 아쉬웠다. 킹스 칼리지에서 한 번 들어 봤다고 -_-;;
그 때 그 첫 음을 들었을 때의 전율은 없었다.)

어쨌든 이런 합창을 동네 교회에서 주일마다 들을 수 있다니
막 신앙심이 저절로 생길 것 같고 막
라이프찌히 사람들이 부러웠던 두번째 순간.

6.

연주 끝나고 나서 시내를 좀 돌아다니다가


북적이는 사람들을 헤치고
슈만이 즐겨 다녔다던 코페 바움 앞에도 가 보고


괴테의 단골집이자 파우스트에도 나왔던 아우어바흐스 켈러도 앞에서만 구경 (음식점 평이 별로라..).


저녁에 또 토마스 교회에서 하는 연주회를 위해 저녁을 간단히 때우기로 하고
아시안 패스트 푸트 (?) 비스무리한 가게에서 오징어 링, 스프링 롤, 누들, 치킨볼 등등 따위를 포장해 와서


호텔에서 먹고 다시 토마스 교회로.

7.

저녁 공연은 텔레만 루터 칸타타.

이것도 종교 개혁 교회의 날 기념 공연인데 10 유로 밖에 안한다.
일찍 가서 맨 앞자리. 하지만 의자가 무대와 직각으로 놓여져 있어 계속 고개를 돌리고 봐야 했다. =_=


Bach Consort Leipzig 합창단
Sächsisches Barockorchester 오케스트라
Cornelia Samuelis (Sopran)
Susanne Krumbiegel (Alt)
Tobias Hunger (Tenor)
Bass und Leitung: Thomaskantor Gotthold Schwarz

나는 텔레만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몇 번 들으면 질려..) 성악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날 연주회는 텔레만의 성악곡이라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만

역시 처음 듣는 곡이라 그런지 ;;;;
는 아니고 아무튼 우와 진짜 충격적으로 좋았다.

특히 소프라노 최고.
솔로들이 나와서 노래하는 단상이 바로 내 자리 앞에 있었는데 너무 잘해서 계속 입 벌리고 빤히 쳐다봄.. ㅡ.,ㅡ

저기 이름 나온 사람 말고 합창단 중 다른 테너도 목소리 꿀성대 완전 잘하고 멋짐.


늦게 끝났지만 호텔이 바로 코 앞이므로 부담없이 귀가.
매우 알찬 하루였다 공연도 두 개나 보고 바흐 박물관도 가고 폭풍 기념품 쇼핑도 하고. 뿌듯하다

휴.. 라이프찌히 진짜 좋다.

이런 연주자들이 동네에 있고 이런 공연을 10 유로에 볼 수 있다니
라이프찌히 사람들이 부러웠던 세번째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