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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생활

[호주 생활] 기차와 관련된 뻘짓

전에도 썼지만 시드니의 대중교통은 안습이다.
지금은 구글맵으로 대중교통까지 검색이 되니 쉽게 갈 수 있지만
그런게 없을 때는 기차 노선도 보는 것조차 어려웠다(사실 지금 보면 어려울 게 없는데).
그렇다고 운전하기에 좋으냐 하면 절대 아니다. 내가 자주 다니는 퍼시픽 하이웨이는 꼬불꼬불하고 차선도 좁은데다 어마무시하게 막힌다.
출근길 분당-서울 구간보다 더 막히는 듯.
설사 안 막힌다고 해도 시내는 주차요금이 너무 비싸서 주말이나 휴일 아니면 돈이 많지 않고서야 차를 가지고 다니기 어렵다.

어쨌든 내가 심각한 길치이기는 하지만 일본에서는 지하철 노선도 보고 잘 찾아다녔고 타이페이 싱가폴 홍콩 방콕 모두 지하철 이용에 별 어려움이 없었는데
시드니에서는 유독 많이 헤맸다. 그나마 기차는 낫지 버스라도 한번 타려면 30분을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_=
멜번은 트램 시스템이 워낙 잘 되어 있고 정거장마다 안내도 및 도착 안내시스템이나 트램 앱도 잘 되어 있어서 처음 갔을때부터 트램, 기차, 버스 모두 어렵지 않게 탈 수 있었는데.


​변두리의 흔한 기차역.

1.

가장 많았던 뻘짓은 잘못 타거나 내려야 할 역에 내리지 못한 것.
다음 역에 대한 안내 전광판이 있는 경우가 있고 없는 경우가 있는데, 처음 왔을 때는 거의 없었고 그나마 있는 것도 작동을 안했었다.

안내방송이 나오긴 하는데, 이것도 녹음된 안내방송으로 하면 괜찮지만 직원이 생방송으로 하는 경우에는 =_=
웅얼거리고 발음도 잘 안들리고 역 이름도 생소하고 음질도 개판이라 뭐라는 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가끔 잘못 방송한다.=_=
그리고 기차가 2층이라 창밖에 있는 역이름이 잘 안보일 때가 많다ㅡㅜ
역 이름도 Warrawee, wahroonga, waitara, 뭐 이런 비슷하게 생긴 이름이 많아서 (...) 게다가 얘들은 다 이어진 역들이라는..

요즘은 많이 나아지긴 했다. 예전엔 거의 생방송이었는데 요즘엔 녹음된 방송을 많이 틀어주기도 하고 품질도 많이 나아졌다.
몇년 전 시각장애인이 방송이 제대로 안들려서 잘못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소송을 했는데 승소했다;;; 그 이후로 개선된 걸지도...

어쨌든 한번은 집으로 가는 기차를 잘못 타서 중간에 내렸는데, 내려서 탄 기차도 잘못 타서 다시 갈아탄 적도 있다 (눈물).

물론 잘못 타지 않았더라도 멍때리다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2.

내 잘못은 아니지만 기차가 연착되거나 아예 취소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날씨때문에 나뭇가지가 떨어졌다거나 신호등이 고장났다거나 사람이 선로에 떨어졌다거나 기차 내에서 환자가 발생했다거나 하는 경우인데
지난 연말부터 시작해서 내가 퇴근 시간에 기차를 탈때면 꼭 이런 일이 벌어진다. 그것도 내가 타는 기차만!

내 기차는 15분에한번씩 오는데 한 번 거르면 30분까지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게다가 그 다음 열차도 지연될 때도 있어서 기차는 콩나물 시루가 된다.
요즘은 퇴근 시간에 기차가 제시간에 오면 뭔가 이상하고 잘못된 기분까지 든다 =_=

한번은 역무원의 잘못된 안내로 역에서 내가 타는 노선을 기다리던 모든 사람들이 기차를 놓쳐서 30분을 기다린 적도 있다 (우리 기차인데 아니라고 해서 못탐. 알고보니 우리기차 맞았음).

3.

기차를 오래 기다릴 때는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노트북 배낭과 숄더백, 작은 핸드백 세 개를 들고 다닐 때가 있었는데, 가방 내려놓고 핸드폰질하다가 작은 핸드백을 놓고 기차를 탄 적이 있다.
타고 나서 잃어버린 걸 알고 그 다음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서 다시 타고 돌아왔다. 하지만 우리 기차는 15분에 한 대씩 온다는 점...
다행히 핸드폰이 있었기에 남편에게 전화해서 돈이랑 예비 차키(기차역에 두차하고 기차탐)를 받고 역무원에게 신고했다.

다시 기차를 타고 출근하고 있는데 우리집에서 두 정거장 반대방향에 있는 역에서 전화가 왔다. 핸드백 찾았으니 찾으러 오라고.
일단 내려서 찾으러 가려다가 너무 늦을 것 같아서 그냥 저녁에 찾기로 하고 또 15분을 기다려 다음 기차를 타고 결국 지각;;;

저녁에 가서 찾았는데 동전만 남겨놓고 돈은 다 빼갔다. 그래도 다행히 카드와 신분증 등 다른 것들은 남겨놨다. 어차피 카드는 이미 분실 신고 했기때문에 다시 받아야 했지만.
그날 따라 돈도 300불이나 들어있었는데 누군지 땡잡았다. 그래도 차키는 안가져가서 다행.

4.

하루는 카페에서 알게된 지인과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영화보기 전에 마트에 가서 장을 보러가려고 나왔는데 비가오길래
우산을 가지러 다시 올라갔다 내려와서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계산을 하려는데 지갑을 안 가져와서
맡겨놓고 다시 집에 가서 지갑을 가지고 와서 계산을 하고 집에다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영화를 보러 가려고 기차를 탔는데 핸드폰을 안 가져온 것을 알고
잠시 망설이다가 아무래도 연락이 안되면 못 만날 것 같아 내려서 다시 집으로 되돌아가서 핸드폰을 가지고 와서 다시 기차를 탔다.

좀 늦게 갈 것 같다고 문자를 했더니 지인이 자기가 표를 사놓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좀 있다 문자가 와서 맥쿼리 파크에서 내리는 거 아니냐며;; 영화관은 맥쿼리 유니버시티 역인데 (..)
결국 내가 먼저 도착 ㅋ 어쨌든 약속을 여유있게 잡아놨었기 때문에 영화는 볼 수 있었다.

5.


오팔카드=시드니 교통카드.

오팔 카드가 도입되고 나서는 일주일에 기차 8번을 타고 나면 그 주의 나머지는 공짜로 기차를 탈 수 있다. 출퇴근만 한다면 월-목 왕복했을 때 금요일날 공짜.
요즘엔 일주일 내내 기차를 타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 혜택을 못받고 돈 다 내고 다녔었는데
오랜만에 이번주는 5일 내내 기차를 타고 출퇴근한다.

보통 핸드폰 케이스에 넣어가지고 다니는데 오늘 오팔 카드를 찍으려고 보니 없다...!?
집에서 흘렸나보다 생각하고 아깝지만 왕복 티켓을 끊었다. 무려 10.8불. 종이티켓은 약간 더 비싼 것 같다.

티켓을 사고나서 가방 안을 보니 오팔 카드가 뙇!
핸드폰 지갑에서 떨어져서 가방안에 들어가 있었나보다 ㅠ
결국 이번주도 할인 혜택은 못 받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