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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생활

마틴플레이스 일주일 후, 토니 애벗 또하나의 레전드


1.

사건이 있은 후 사람들이 주변에 꽃을 갖다놓기 시작했다.
처음엔 사건 발생지점이 차단되어 있어서 그랬는지 한블럭 떨어진 곳에 어마어마한 꽃다발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는데
어제 가 보니 카페 주변에도 헌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왼쪽 사진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보이는 갈색 건물이 카페).
오늘부터 또 비가 내려서 꽃들은 다 치울 예정이라고 한다.

이 사건을 테러로 봐야할 지 한 관심병자의 미친짓으로 봐야할 지 애매하다.
테러집단에 소속된 것도 지령을 받은 것도 아니고 개인의 잘못된 사상에 집착하다가 잘 되지 않자 꼭지가 돌아버린 케이스인데
정작 자기는 열심히 IS에 소속되려고 하고 IS 깃발을 갖다달라질 않나 현재 IS가 호주를 테러하고 있다고 방송을 해달라지 않나.

이걸 테러라고 규정하는 것이 이 사람이 원한것인데 거기에 놀아났다며 비판하는 의견도 있고
이런 상황에 예산안을 발표했다며 무신경한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둘 다 맞는 말인 듯;;; 테러든 아니든 이 긴박한 상황에 예산안을 꼭 그때 발표하고 앉아있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2.

어제는 (본인은 아니라지만 명백히) 남성우월주의자인 토니애벗 총리가 아침방송 인터뷰에서
여성들을 위한 가장 큰 정책이 뭐였냐는 질문에
<탄소세를 없앤 것>이라고 해서 또 한번 무뇌 인증을 했다 (인터뷰 할때마다 사고 안치면 서운함).

<​우리 모두 알다시피 여자들은 가정경제가 큰 관심사이기에 탄소세 인하로 인한 에너지 요금 인하가 여성들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탄소세 도입 전인 2010년 선거 때는
<주부들이 다림질할 때 생각해야할 게, (탄소세 때문에) 세탁소에 맡겨도 더 비쌀거고 집에서 다림질을 해도 전기요금이 올라 돈이 더 많이 들 거라는 것> 이라며 선거운동을 했다 (탄소세는 노동당의 공약이고 토니 애벗은 리버럴-내셔널 연합).

줄리아 길라드가 입만 열면 거짓말로 욕은 많이 먹었지만 그래도 탄소세 도입하고 장애인 연금 도입하고 잘한 일도 많은데
그나마 잘한 것 하나를 토니 애벗이 당선되자마자 없애버렸다.

없애자 마자 G20에서 미국과 중국이 파격적인 탄소배출절감 공약을 발표하고 전세계의 관심이 기후 문제로 집중되는 와중에 혼자 거꾸로 가는 정책으로 망신살이 뻗쳤는데
애써 외면하고 곧죽어도 잘했다고 끝까지.
하긴 그렇다고 바로 잘못을 인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도 하고 뭐 워낙 망신당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으니 신경 안쓸지도.

한국도 그렇지만 호주도 점점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난을 많이 받는다.
남녀 임금 격차도 더 벌어지고 가정폭력 문제도 심각한데 상황을 인식 못하고 호주 사회는 평등하다는 둥 무뇌아스러운 발언들이나 하고 옛날 가부장적 사고 방식으로 자기 뿐 아니라 국민들까지 과거로 데려가려고 한다며.

환경 교육 인권 복지 등 분야도 다양하게 골고루 다 퇴보하는 중이다.

어제 그 발언에 대해 유투브에서는
<여자들에게 가장 중요한건 다림질이지! ...
...어 그런데 교육비도 중요하고 (교육예산 대폭 삭감) 기후변화도 중요한데...
...그래도 역시 가장 중요한건 다림질이지!>
라고 비꼬며 다림판을 불태우는 동영상이 떴고
트위터에서는 #ThanksTony 해쉬태그로 풍자와 조롱의 퍼레이드가 벌어졌다.

그나마 여성 장관이 딸랑 하나였는데 어제 내각 개편하면서 여성 장관이 하나 늘어 무려 두배가 됐다.

오바마는 올해 마지막 기자회견 때 여기자들에게만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조지 부시는 40건 이상의 기자회견 중 여기자의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기사에서 얘기하던데.
그 때 남자기자들은, <여기자들은 이런 걸 수십년동안 당해왔다고 생각하니 불평할 수가 없었다>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그랬으면? 역차별이라고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 호주라면 어땠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