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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시드니

[호주생활] 짧은 휴가

0.

2-3주 쉬던 여느해와 달리
올해는 프로젝트 일정때문에 마지막 1주만 쉬게 되었다.
어차피 남편은 리테일 업종이라 연말 연시에 많이 놀지 못하기 때문에
굳이 휴가 내고 혼자 노느니 나중에 시간 맞춰 같이 노는 게 더 낫다 (요즘 낳다라고 쓰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낫다가 맞는 말인지 잠시 고민).

한국에 있는 친구 한명이 딱 이 때 휴가가 맞아서 급 시드니행을 결정하고,
남편과 에너지 넘치는 아들을 대동하고 놀러왔다.

최대한 알차게 논다고 했는데 4박 5일로 너무 짧은 일정이라
수박 겉핥기 식이 돼 버렸다.

1.

도착한 첫날은 피곤할 것 같아 멀리 안 나가고
코알라파크
에 들렀다가 ​Blaxland Riverside Park에 갔다.

마침 코알라들이 다 아파서 병원에 가 있는 바람에
자고 있는 세마리 밖에 못 봤지만,
보기 힘든 웜뱃도 보고 (보통 자고 있어 못보거나 엉덩이만 봄),
주머니에 새끼 넣은 캥거루도 보고,
뛰어다니는 캥거루도 보고 (보통 축 늘어져서 누워만 있음),
나름 나쁘지 않았는데,
떼 코알라를 기대했던 친구네는 좀 실망하긴 했다.

친구 남편이 <코알라 몇 마리 보유> 라고 밖에 써 놔야 하는 거 아니냐며.. --;;;

​블락스란드 리버사이드 파크는 처음 가봤는데,
바베큐 시설도 잘 되어 있고
강가에 있어 경치도 좋은데다
애들 놀이 시설도 잘 되어 있어서
사람이 더럽게 많았다 =_=


저녁에는 우리집에 놀러오는 모든 사람의 필수 코스인 블루검 Blue Gum 스테이크 흡입.

2.

짧은 일정에 너무 멀다며 반대했지만
모두 가는 필수 코스 + 돌고래를 꼭 봐야 되겠다는 친구의 집념으로
둘째날은 ​포트 스티븐즈 Port Stephens 에 다녀왔다.
자기들끼리 데이 투어 가겠다고 했는데
시티에서 7시에 출발이라 너무 힘들 것 같아 만류하고
같이 드라이브 삼아 갔다 왔다.

(서큘러키나 맨리에서도 고래+돌고래 투어를 하긴 하지만
고래를 볼 수 있는 5월부터 11월까지만 하기 때문에
여름에 돌고래 투어를 하려면 저비스 베이나 포트 스티븐즈로 가야 하나보다.)

포트 스티븐즈도 사람이 정말 더럽게 많았다 --;;
돌고래 투어하는 동안 우리는 근처에서 산책하며 빈둥대다가


돌고래 투어 끝나고 나서 모래 썰매 타는 것에 데려다 주고
시원하고 경치 좋은 카페에 앉아서 또 빈둥댔다.


그런데 돌고래는 거의 못봤다고 ㅡ.,ㅡ
원래 고래는 보기 어려워도 돌고래는 흔해 빠졌는데
어떻게 못 볼 수가 있지;;;

모래 썰매장 사진 친구 카스에서 줏어옴.


썰매 타고 내려오면 저 모래 언덕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보기보다 무지 힘들다 -_-;;
옛날에 저거 올라가다가 머리 아파서 딱 한 번 타고 그만 탔었다.

친구 아들은 만 세살밖에 안됐는데 일곱 번이나 탔다고 한다. 돌고래도 못봤는데 이거 안했으면 큰일날 뻔.

저녁엔 강남 BBQ에서 또 고기고기.

3.

셋째날은 12월 31일이라 시내 나가면 깔려 죽을 것 같아서
​팜비치 Palm Beach 로 놀러갔다.

가서 바베큐를 해먹었는데,
3일 연속 고기 흡입이라 부담돼서 고기는 조금만 하고
피망, 양파, 버섯을 섞어서 테판야끼를 했다.

보통 바베큐를 해서 식탁으로 가져와 먹으면 고기가 말라서 맛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테판야끼로 해먹으니 고기도 덜 마르고 훨씬 맛있었다.

친구의 말로는 바베큐 > 블루검 > 강남BBQ 순으로 맛있었다고 함.

바베큐를 먹고 수영하러 갔는데
하필 이 날 Rip Curl 때문에 수영 금지.. =_=
그래서 끝자락에서 발만 적시고 놀다가
그나마 친구 아들이 강한 파도에 밀려 자빠져 우는 바람에;;;
조기 철수.

게다가 나중에 보니 바베큐 사진도 안 찍고 바다 사진도 안 찍었다.

저녁엔 Infuzion 에 가서 이것 저것 맛있는 것들을 (주로 태국 요리) 많이 먹고
진짜 맛있는 디저트도 먹었는데
또 사진을 하나도 안 찍었다.

에너지 과다 세살짜리 때문에 다들 정신이 탈출해서
사진 찍는 걸 단체로 까먹음.

4.

넷째날은 드디어 ​시티투어.
달링하버로 가서 주차를 하고,
시드니 익스플로러 이층버스를 타고 우선 ​​록스 The Rocks​ ​로 갔다.

예쁜 골목길 구경 좀 하고
뢰벤브로이에서 맥주와 점심을 먹고
서큘러 키로 가서 페리를 타고
​​​왓슨스 베이 Watsons Bay에 가서

​갭 팍 The Gap 잠깐 보고
다시 페리를 타고 서큘러 키로 와서
또 이층버스를 타고 한바퀴 돌고 센트럴 역으로 가서
본다이 익스플로러로 갈아타고
​본다이 비치 Bondi Beach 에 내려서 사람 반 모래 반인 본다이 비치 구경.


사진에는 안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기가 해운대인가 싶을 정도로 개떼같이 사람이 많았다.

정신줄 놓고 있다가 막차를 놓쳐서 결국 택시 타고 다시 달링하버로.

원래 허리케인 그릴에서 저녁을 먹으려 했으나,
한시간 반 기다려야 된대서 여기 저기 헤매다
Braza에서 브라질리안 바베큐를 먹었는데,
잘 먹다가 서버가 고기 썰다 핏물을 친구 남편 옷에 튀기는 바람에
기분 잡쳐서 급 마무리.

5.

내 스타일의 느긋한 휴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알차게 보냈다.
너무 타서 얼굴에 기미가 한가득 난민 몰골이 됐다.

그 전 주에도 계속 비가 왔고 그 다음 주에도 계속 비가 오고 있는데
친구가 와 있던 동안만 신기하게 계속 날씨가 좋았다.
사진을 많이 못 찍은게 아쉽다.

팜비치 갔을 땐 친구가 팜비치에 집 사라고 하다가
왓슨스 베이 가더니 또 거기가 더 좋다며 거기에 집 사라고 하길래
80억만 달라고 했다.;;;

가면서 돈을 몰래 놓고 갔길래 (80억은 아님;;;)
그거 보태서 집 사기로..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