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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생활

호주 이민 기록 - 4. 초기 정착, 직장 구하기

1. 렌트를 하고 나서는 운전면허를 따고 차를 사고 가구들을 사고 직장을 구해야 했다.이력서는 이미 만들어 둔 게 있어서 seek.com.au 에서 만만한 포지션들이 보이는 족족 지원을 했다.
이 때가 이미 12월 둘째 주로 휴가시즌이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에 어차피 별로 기대는 안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면허를 바로 바꿔주는 게 아니라 시험을 봐야 했기 때문에 운전 연수를 받았다. 한국에서 운전을 그렇게 오래 했지만 방향도 바뀌고, 규칙도 많이 다르고, 타고난 길치인데다 호주 길은 익숙치 않아서 운전 배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는.

차는 새 차를 사고 싶었지만 차 값이 너무 비싸서 친구 통해 아는 사람에게 중고 차를 사기로 했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빨간색에다 해치백이었지만, 사기 안 당하고 중고차 살 자신도 없고 해서 그냥 사 버렸다.
차를 인수하기 전에 면허를 따야 했는데, 첫번째 시험에서는 차선 바꿀 때 머뭇거리다 타이밍을 놓쳐서 위험하게 운전했다며 떨어졌고, 두번째에는 노란불에서 급정거하다 떨어졌다 -_-;; 세번째 시험 날이 차 인수 받기 전날이었는데, 다행히 합격해서 차는 무사히 받을 수 있었다.

2. 이베이에서 이케아 소파를 중고로 100불에 사고, 쿠션과 매트 커버를 이케아 매장에서 새로 샀다. 침대, 책상, 의자, 매트리스는 인터넷에서, 조그만 식탁과 의자,티테이블, 티비 거치대는 이케아에서 구매를 했다. 그 때는 차도 없었고 차가 있었다 해도 내가 혼자 옮길 수 있는 짐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케아 배송 서비스를 이용했다.

침대는 사람 불러서 조립하고, 소파는 따로 딜리버리 불러서 배달받은 후 커버 바꾸고, 책상과 식탁 및 의자는 낑낑대며 혼자 조립했다. 티테이블은 혼자 하긴 벅차서 후배의 도움을 받아 둘이 같이 조립했다. 호주 와서 초기 정착 때 쓴 배송비를 나중에 합쳐보니 한 1000불 정도 되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 오는 배송비 제외). 배달의 나라에서 살다가 가구를 사도 냉장고를 사도 배송비를 따로 받는 나라에 오니 배송료가 렌트비 다음으로 제일 아까웠다는.

후배 J는 예전에 다녔던 미국 회사의 한국 지사에서 알던 동생인데, 회사 그만두고 어학연수 받으러 아일랜드로 가려다가 매니저 추천으로 시드니에 와서 영어공부도 하면서 회사도 다니고 있었다. 이 후배에게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주로 뭘 어디서 사야 하는지, 어디서 뭘 먹는지 어디 갈지 등등 그리고 이사하면 와서 청소랑 정리도 도와 주고, 크리스마스 때도 자기 집으로 불러서 같이 보내고, 바베큐도 같이 해먹고, 영화도 같이 보고, 덕분에 심심치 않게 보낼 수 있었다.

3. 지원한 포지션들의 잡 에이전시들로부터 아주 가끔씩 연락이 왔다. 그 중에 하나는 내가 시끄러운 쇼핑센터에서 전화를 받았는데다 말도 빠르고 발음도 적응이 안된 아주 초기에 통화를 하는 바람에 말이 안 통한다고 안되겠다고 했다 =_=

멜번에 학교 선배가 살고 있어서 만나러 갈 생각이었는데, 마침 멜번에 있는 어떤 에이전시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연락이 왔다. 그리고 며칠 후 멜번에 있는 직접 채용하는 다른 회사에서도 인터뷰 연락이 왔다. 예전에 다니던 미국 회사의 직속 상사였던 사람도 멜번에 살고 있어서 멜번에 가는 김에 겸사 겸사 만나기로 했다.

4. 멜번에 가긴 했는데 마음이 콩밭에 있어서 제대로 구경은 못했다. 다만 멜번 집들이 시드니보다 인테리어나 외관이 세련되고 깔끔하다는 느낌만 받았다.. 그리고 선배 집에서 버스 및 트램을 타고 시내에 나가는데, 시골 마을 풍경에서 갑자기 대도시 풍경으로 예고도 없이 바뀌는 바람에 좀 놀라기도 했다. 나중에 다시 갔을 땐 내가 시골 마을이라고 생각했던 데가 시골이 아니라 단지 오래된 테라스 형태의 집들이 모여있었던 거라는 걸 알았지만.

첫번째로 만난 에이전시는, 만나자마자 그 포지션이 고객 사정으로 캔슬되었다며 그냥 나중을 위해 얘기만 조금 하자고 했다. 얘기하다 보니 듣던 대로 로컬 경력이 없으면 취업이 어려워서 처음에는 엔트리 포지션으로 시작해서 경력을 만든 후 올라가든지 옮기든지 해야 할 거라고 했다. 그 정도야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던 바였고 이미 그렇게 하려고 마음 먹었던 차였지만.

두번째로는 예전 매니저를 만나 커피를 마시면서 얘기 좀 하고 헤어졌다. 이력서를 주면 자기가 아는 사람들에게 한번 뿌려 보겠다고 했지만 좀 있으면 태어날 아기 생각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별 기대도 안했고 솔직히 믿지도 않았었다 -_-

세번째로 만난 직접 채용하는 회사에서는 엔지니어가 아닌 컨설턴트를 찾고 있었는데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버벅거려서 당연히 안됐다. 엔지니어야 좀 버벅거려도 되지만 프리세일즈도 하고 프리젠테이션도 하는 컨설턴트 포지션이라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이 사람은 그래도 나를 좋게 봐서 나중에 좀 더 테크니컬한 포지션이 나오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인터뷰를 못했는데도 좋게 본 이유는 누군가 레퍼런스를 너무 잘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이전에 다니던 미국회사 말고 그 후 잠깐 다니던 다국적 기업의 호주 계열사였는데, 그 때 잠깐 봤던 싱가폴 지사의 한국 사람이 레퍼런스 체크를 했다고 한다. 웃긴 건 내가 지금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싱가폴에 컨퍼런스를 갔는데, 거기서 그 분을 만났고 그 때 자기가 레퍼런스를 했다고 얘기해 줬다.

5. 젯스타 항공이 제일 싸기 때문에 그걸 타고 갔었는데, 멜번에서 돌아오기 전날 젯스타에서 문자가 왔다. 내 비행기 편이 취소됐으니 전화 하라고.
....
음..?!!
....
비행기가 막 취소되기도 한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다. 너무 황당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종종 일어나는 일이었다.
어쨌든 전화를 했더니 다른 시간으로 바꿔준다며 고르라고 하길래 일찍 돌아가는 걸로 바꿨다. 원래 그 시간으로 예약하려다가 비싸서 늦게 가는 걸로 한 거였는데,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6. 크리스마스는 후배 J의 집에서 보냈다. J는 다른 두명과 쉐어를 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한명은 한국에 가 있었고 나머지 한명이랑 J의 회사 친구, 그 친구의 친구와 같이 고기를 구워 먹었던가 그랬다. 호주에서는 딴건 다 비싸고 와인과 소고기만 싸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와인에 고기나 구워먹곤 한다...
원래는 거기서 자고 오려고 했는데 베란다에 바퀴벌레가 있는 걸 보고 택시 불러 타고 집으로 왔다 -_- 집 바퀴는 아니라 괜찮았겠지만.

아무 의미 없는 포트 스티븐의 한 바닷가 사진 투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