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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독일 2017

[독일여행] 16. 엄청난 문방구 모듈로 (Modulor)


​​베를린 넷째 날

0.

독일에 가면 꼭 사야지 마음 먹었던 건 씨디도 아니고 칼도 아니고 냄비도 밥솥도 아닌

볼펜.

호주에선 좋은 볼펜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필기감이 구린 건 물론이고 1mm 이하의 볼펜은 하늘의 별 따기.
무지 (Muji) 에는 있을 줄 알았는데 호주만 그런 건지 이상하게 괜찮은 볼펜이 없다

어릴 때 부터 필기구와 종이에 집착해서
파일럿이었던 외삼촌이 별 생각 없이 던져 주는 연필이나
학교 앞 문방구에서 사 모은 예쁜 종이 (당시 유행이었던 캐릭터 메모지) 따위도
쓰기 아까워 몇 십 년 동안 고이 모셔두고 아직도 집에 있다 (..)

그래도 이젠 집에 물건 늘어 놓는 게 싫어서 그나마 문구류 사 모으는 건 자제 중인데
집에 백 여 개의 볼펜이 있지만 맘에 드는 볼펜은 단 한 자루도 없는 현실에 분노하며
독일에 가서 꼭 볼펜을 사 오리라 결심했었다.

(딱 하나 마음에 드는 볼펜이 있었는데 잃어버림 ㅜㅜ 한국에서 산 일제 0.5 밀리 짜리 볼펜. 아깝다.ㅠ)

일본과 함께 필기구의 양대 산맥인데 내 맘에 드는 볼펜 쯤이야 널렸겠지.

색색의 수성 펜이나 젤팁 펜들은 한국에서 사 모은 것들이 아직도 멀쩡히 잉크 물고(...) 살아 있기 때문에
구경만 하고 더 이상 사지는 않는다.
요즘은 필기 할 일도 없어서 쓰지도 않고.

한국에 가면 교보 문고나 알파 문고,
일본에 가면 도큐 핸즈 같은 데 꼭 가서 한 나절 구경 하고 오는데
요즘엔 해외 출장도 없고 잘 안 나가다 보니 좋은 문방구 구경 할 일이 없다. ㅠ

1.

어제, 그제 이틀 간 너무 덥기도 하고 관광 포인트만 돌아 다니다 보니

​이것은 내가 기대 했던 베를린이 아니여!!!

라는 생각에 오늘은 문방구 순례를 하기로 결심,

폭풍 검색을 한 후 리뷰도 좋고 엄청 크다는 모듈로로 향했다.

https://www.modulor.de/en/store-berlin/

U Bahn 모리츠플라츠 (Moritzplatz) 역에서 나가면 바로 있다.


디자인 스쿨 건물에 있네.

2.

안은 진짜 더럽게 크다.

그냥 문방구가 아니라 미술 용품, 건축 모형 재료, DIY 재료, 공구 등 각종 재료들과 심지어 가구까지 있는 종합 재료 쇼핑 몰이었다.

엽서와 카드 코너.


​프리 폼 케이블 타이 + 알파. 대박 신기하다.


핸드폰 받침대도 됨.


뜨거운 물에 녹여서 주물 주물 해서 붙이는 몰더블 글루. 믹스 앤 픽스 같은 건가.


건축 모형 재료들.


뭔지 모르겠지만 DIY 재료들이었던 것 같다.


미술 재료들.


포장 및 DIY 재료들. 이건 극히 일부이고 진짜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재료들이 있다. 근데 진열을 어쩜 이렇게 예쁘게 해 놨는지 쓸 데도 없으면서 자꾸 사고 싶으다 ㅠ




​​

3.

드디어 필기구 코너.


생각보다 볼펜은 그닥 많지 않았지만
어쨌든 아무거나 집어서 한 번 써봤다.


우오오오어어어어어어어와아아


힘 하나도 안 줘도 미끄러지듯 술술 부드럽게 써 지는 이 느낌!!
그래 이거지. 감동의 눙물 ㅠㅠ

다른 데서도 사고 싶은 게 있을까 봐 일단 몇 개만 샀다.

4.

아름다운 종이들. 종이도 엄청 많지만 다 찍지는 못하고. 근데 역시 진열이 진짜 너무 훌륭하다.



마스킹 테이프


스탬프 재료.


2층엔 가구점도 있다.



문방구에서 열심히 사진 찍기가 민망해서 또!!
몇 개 못 찍었지만 이것 말고도 싱기하고 재미있는 것들 엄청 많았다.

5.

베를린 필도 좋고 다른 세계적인 연주 단체도 좋고
단열 방음 잘 되는 이중창도 좋고
묵직하고 견고한 문들도 좋고
튼튼하고 안전한 집들도 좋고
맛있는 빵도 좋고
맛있는 맥주도 좋고 다 좋지만

독일에 살고 싶은 딱 한 가지 이유를 꼽으라면

​문방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