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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생활

호주의 휴일, 미고렝 인스턴트 누들, 네스프레소 알루미늄 슬리브

1. 
7주 연속 멜번 출장을 다녀오고 오랜만에 일주일 내내 시드니에 있는 중.
분기가 끝나고 하루 여유가 생겨 지난 분기에 못 썼던 '전직원 보상휴가'를 오늘 쓰고 있다.

10월 6일은 뉴사우스웨일즈 주와 퀸즐랜드 주의 노동절이라 연휴이니 나는 4일을 노는 셈이다.

호주는 주마다 공휴일이 약간씩 다른데 대표적으로 노동절 날짜가 다르고, 멜번의 휴일인 멜번 컵은 다른 주에서는 휴일이 아니고, 여왕 생일도 서호주는 다르다고 들었던 것 같다.

웃긴게 여왕 생일은 영연방 국가마다 다 날짜가 다른데, 실제 여왕 생일에 노는 게 아니라 지들 맘대로 놀고 싶은 날 여왕 생일이라고 정해서 논다.

2. 

호주의 공휴일은 크리스마스와 그 다음날, 1월 1일, 1월 26일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4월에 이스터 금-월, 4월 25일 Anzac day (현충일과 비슷), 6월에 여왕 생일, 그리고 주마다 다른 노동절이 있다.

대부분 12월말에서 1월초까지는 휴가를 가는 편이고 1월 말까지 노는 사람들도 많다.
고객사들도 다들 놀기 때문에 나도 해외에 일이 없는 한 억지로 놀게 된다 =_=
그리고 이때가 날씨가 가장 좋기 때문에 한국에서 놀러오는 친지들에게는 이때 오라고 권장한다.

1월말까지 흥청망청 놀다가 다시 회사에 가면 일하기 싫을 것 같지만 의외로 별로 그렇지 않고 오히려 당분간은 즐겁게 일하기까지 한다.
그러다 지칠때쯤 이스터가 오고, 좀 아쉬운채로 다시 복귀해서 일하다 보면 가뭄에 단비같은 여왕 생일.

그 이후 10월까지는 노는 날이 없기 때문에 중간에 지쳐서 7월이나 8월에 잠깐씩 휴가를 가고 =_=
10월에 하루 놀고 11월까지 견디면 12월초부터는 연말을 바라보며 가열차게 일을 하거나 일이 없어서 놀거나 둘중 하나다...

11월말에서 12월 중순까지 여기 저기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다. 

정작 크리스마스때는 가족들과 같이 보내고 가까운 사이일 수록 크리스마스에 가까운 날, 
회사나 다른 모임 같은 경우는 일찍부터 파티를 한다. 아마 다른 중요한 약속에 부담 안 주는 쪽으로 하려고 그러는 듯.

진짜 파티를 하는 데도 있지만 비용 절감 하느라 그냥 크리스마스 런치로 때우는 데도 많다. 첫 해 멜번에서 프로젝트를 할 때는 프로젝트 팀끼리 11월 말에 크리스마스 런치를 했다.

우리 사업부도 전에는 저녁에 진짜로 파티를 했는데 요즘엔 그냥 회사 전체 크리스마스 런치, 그것도 그냥 회사 옥상에서 바베큐하는 걸로 때운다. 대신 고객 불러서 하는 파티는 저녁에 진짜 파티처럼 한다.

3. 
전직원 보상 휴가라는 건 4년반 동안 이 회사에 근무하면서 처음 있는 일인데, 우리 사업부에만 해당되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이유에 대해 어떤 소문이 있는데 진짜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오랜만의 휴가를 알차고 보람되게 보내려던 계획은, 
아침에 늦게 일어나기, 기약없는 아이폰 6플러스 배송 언제될지 초조해하며 포럼 들락거리기, 집에 없어서 못 받았던 택배 찾으러 우체국 갔다오기, 연휴 시작 전 금요일 교통 정체로 인해 채스우드에 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다시 집에 돌아오기 
등으로 무산되었다.

원래 채스우드에 가서 한국 갈때 들고갈 선물도 사고 한국식당 찾아서 밥도 먹고 카페에 가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아이폰 케이스를 알아보려고 했는데
현실은 집에와서 미고렝 라면 끓여먹고 네스프레소 커피 마시고 블로그질이나 하며 아이폰 케이스 검색하는 걸로.

4. 
그래서 만들어 먹은 미고렝 인스턴트 누들. 인스턴트라는 말이 무색하게 만들기 참 귀찮게 해놨다.

스프가 무려 다섯 가지. 게다가 저 투명 봉다리에 든 스프들은 뜯기도 어렵고 손에 다 묻고 다 빼기도 어렵다. 그래서 가위로 윗부분을 자른 후 젓가락으로 훑어 내용물을 저 작은 그릇에 모두 담아서 섞어 놓고, 면을 삶고 물을 따른 후 비빈다.



맛은 괜찮다. 저렴한 나의 입맛에 딱임. 그런데 오늘은 물을 너무 많이 남겨서 좀 실패.
어제도 오랜만에 카레를 하는데 물 양을 못맞춰서 카레국을 먹었는데 음..

5. 
우체국에서 받아온 네스프레소 캡슐들을 슬리브에 장착. 저 슬리브는 원래 하나에 네줄씩 넣게 돼 있는데(뒤에 한줄씩 더 있어서 정사각형 모양임)두개 사서 여덟 종류를 돌아가면서 마시고 있다. 
그 전에는 넙적한 박스에 알을 하나 하나 넣어두었었는데 너무 귀찮아서 저걸로 바꿨다.



호주 최대의 세일이 시작되는 박싱 데이에 시내까지 꾸역꾸역 가서 산건데 정작 네스프레소는 세일을 안 하기 때문에 굳이 그날 갈 필요가 없었다는. 
박싱 데이 때 시내에 나가본 건 작년이 처음인데 시드니에 원래 사람이 많긴 하지만 저 쇼핑몰 주변에 저렇게 많은 건 처음 봤다. 신기해서 사진 찍어봄.



쇼핑은 시드니보다 멜번이 더 좋았는데, 이제 유니클로도 시드니에 들어온다고 하니 무지만 들어오면 멜번 부러울 게 없겠다.

예전에 멜번에 있는 세일즈 여자가 싱가폴 출장을 가게 됐는데, 가기 전에 나보고 싱가폴 쇼핑하기 좋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완전 좋지!' 라고 했더니 '여기보다 더 좋아?' 그래서 잠깐 벙쪄있다가 
'어디든 여기보단 좋지' 했더니 충격 받았다.

멜번이 그래도 호주 내에서는 트렌드 리더여서 멜번 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얘도 아마 그랬던 것 같다. 
당황하길래 '여긴 너무 비싸쟎아' 라고 하긴 해 줬지만 사실 가격 뿐 아니라 품질도 개판이고 무엇보다 물건 자체가 없는 게 너무 많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