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주직장생활

[호주 직장 생활] 근무 시간과 업무 강도

0. 호주의 법정 근로 시간은 주당 37.5시간이다.
점심 시간은 아마 근무 시간에 포함 안되는 것 같다.

(아닌가?? 계약서를 읽어본 지 오래 돼서 기억이 가물 가물..)

보통 9시-5시인데 8시반쯤이면 대부분 출근을 하고 12시 반쯤 밥을 먹고 5시쯤 퇴근을 한다.

우리 회사에는 거의 없지만 고객사에 가 보면 7시에 출근해서 3시에 퇴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출퇴근 시간이 탄력적이다.

애가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일찍 나오는 사람들도 있고;;;
맞벌이인데 애 등하교를 분담하느라 일찍 나와 일찍 가는 사람도 있고
그냥 부지런해서 일찍 오는 사람도 있고
사정은 다양하다.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호주 사람들은 대부분 일찍 자고 겁나 일찍 일어난다.
블루칼라들은 7시나 그 전에 시작해서 3시 전에 끝나는 경우가 많다.)

1. 처음에 호주에서 회사를 다닐 때는 일찍 퇴근을 해도 무진장 피곤했다.
왜 그런지 한동안 모르다가 나중에 생각이 든 게,
말을 알아 듣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 세우고 8시간 넘게 일하다 보니 그냥 일하는 것보다 두 배 이상 피곤할 수 밖에 없었다.

제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 해도 확실히 모국어와는 다를 수 밖에 없어서
한국 티비는 틀어 놓고 딴 짓해도 잘 들리지만
호주 티비는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뭔 소린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집중한다고 다 들리는 것도 아니라는 게 함정 ;;;

(호주에 있다가 미국에 가면
그렇게 알아듣기 쉬울 수가 없다.
호주 발음이 이쁘긴 하지만 알아 듣기는 힘든데다가 단어나 문법도 희한하게 쓰는 경우가 많다.
미국 발음은 친숙하다 못해 콩글리시 같다는;;;)

말이 안 통해서 수습 기간을 못 넘기는 한국 사람들이 종종 있을 정도로
호주 영어는 만만하지 않다.

게다가 사람마다 억양이나 발음이 제각각이라
같은 사람들하고만 계속 일한다면 익숙해져서 괜찮지만
짧은 프로젝트로 여기 저기 이사람 저사람이랑 일해야 하는 나는
익숙해질 만 하면 새로운 억양에 또 적응해야 하는 불상사가..
(그 중 최고봉은 스코틀랜드 억양. 인도 싱가폴 다 저리가라임)

2. 영어에 익숙해지더라도 하루 집중해서 일하고 나면 정신줄을 놓게된다.

근무 시간이 짧은 대신 노닥거릴 시간 없이 미친듯이 일만 해야 되는 날이 많은데,

물론 할 일이 없어서 점심때 한 두 시간 나가서 놀거나 커피 마시러 나가서 돌아다니다 오는 날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바쁘기 때문에 점심도 사와서 책상에서 먹을 때가 많다.

8시간 초집중해서 일하고 나면 머리가 멍해지면서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3.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하는 사람들은 특히 더 시간에 민감하다.
문서 작업 따위를 할 때 나는 처음에는 엄청난 고품질을 목표로 시작하다가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원래 하려고 했던 것들 대충 다 생략하고
시간에 품질을 맞추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일이면 한번도 약속 시간을 넘겨본 적이 없는데
그런 걸 선호하는 사람도 가끔은 있지만
여기서는 대부분 시간보다는 품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프로젝트가 기한 내에 끝나는 일이 별로 없다. 다 못한다고 해서 진짜 크리티컬하지 않는 한 밤을 새워 일하는 일은 거의 없으니)

문서 작업의 종류나 방식도 한국과는 상당히 다른데
한국에서는 제안서 포함 거의 모든 문서를 PPT로 만들지만
여기서는 대부분 워드로 만든다.
내용이 많아지고 완성된 문장을 써야 한다는 것만 빼면 워드가 편하긴 하다.

(영어로 문서를 작성할 때 한가지 좋은 점은 존댓말로 써야할 지 반말로 써야할 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거 =_=)

근무 시간 얘기를 하다가 또 산으로...

아무 의미 없는 사진 투척. 노스 시드니 쪽에서 바라본 하버 브릿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