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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직장생활

[호주 직장 생활] 회사 사람들 이야기 3. 나이 이야기

1.
빠른 년생까지 따져가며 나이로 서열을 세우고 차별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호주 사회에선 나이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우리 팀만 하더라도 매니저가 바뀌기 전까지는 나를 포함해서 세 명이 매니저보다 나이가 많았고
매니저는 그 위의 디렉터보다 나이가 많았다.(...)

지금은 내 매니저가 그 위의 매니저보다 나이가 많고 그 위의 매니저는 디렉터보다 나이가 많다.

우리 부서의 APJ 디렉터인 S는 올해 서른살로
부모님은 피지 출신이고 인종은 인도계인;; 이민 2세이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그냥 시드니에 있는 세일즈였는데,
그 때 팀이 막 생겼을 때라 혼자 세일즈 다 하고 1년 후 세일즈 매니저로 승진했다고 한다.

내가 입사했을 땐 세일즈 매니저로 승진 한 후였는데,
1년 있다 싱가폴 APJ 본부로 발령받아 가더니
조직이 커지고 원래 우리 부서 디렉터가 다른 부서까지 맡게 되면서
S가 우리 부서 APJ 전체 매니저로 승진.

또 1년 후 그 디렉터가 퇴사하고 S가 그 자리를 물려받음.

1년마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여 지금은 100명 넘는 조직의 디렉터가 됐다는.

뭐 능력이 있으니 그랬겠지만 운도 잘 따라준 케이스다.
어쨌든 이 디렉터가 너무 젊다 보니 디렉터보다 젊은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다;;;

하지만 너무 늙어보여서 처음에 나이 듣고 기절했었기 때문에 별로 어리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2.
나보다 두 달 정도 늦게 입사한 M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릴 때 이민을 왔다고 한다.

처음에 PM 으로 들어와서 나랑 같이 프로젝트를 몇 번 했는데, 출장 가서 같이 저녁 먹다가 나이 얘기가 나왔다.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 나를 보고, 다른 사람한테 쟤는 graduate (대학 갓 졸업한 신입사원) 아니냐고 물어봤다며 =_=
(한국에 가면 다들 내 나이로 본다. 대부분의 한국 여자들이 다른 나라 여자들에 비해 대체로 많이 심하게 젊어 보일 뿐)

나보고 몇 살이냐고 계속 캐묻는데 절대 안 가르쳐줬다. 지금은 대충 알겠지만.

그러면서 자기는 몇 살로 보이냐고 물어보길래,
"서른 다섯?" 그랬더니
스물 다섯이라고 =_=

당연히 뻥인줄 알고 안 믿었더니 급기야 면허증 깠다...
85년생. 그 당시 스물 다섯 맞다;;;;

얘는 생긴 것도 그렇지만 말하는 것도 나이든 사람처럼 말을 한다.
젊은 나이에 비해 노련하고 협상도 잘하고 능력 있는 PM이었다.

지금은 같은 부서지만 다른 일을 하기 때문에 마주칠 일이 거의 없는데
예전에 프로젝트 할 때는 몇 번 싸웠다...기 보다는 좀 부딪쳤었다. 딱히 싫어해서 그런 건 아니었는데.

어쨌든 요령이 좋은 넘이다. 월급도 엄청 많이 받는 걸로 알고 있음.

3.
처음 멜번에서 프로젝트 할 때 고객 PM 이었던 호주 아줌마 C는 떼쓰는 여섯살 캐릭터로 악명이 높았다.

한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호주에도 진상 고객이 있구나를 처음 느끼게 해 준 =_=

이 PM 말고도 그 당시엔 우리끼리 싸이코패스라 부르는 J와
엄청 깐깐해서 여러 사람에게 살의를 품게 한 D 등, 진상의 총 집결지인 고객사였다.

얘네들은 미국을 엄청 좋아해서 뭔 일만 있으면 미국이랑 컨퍼런스콜 하자고 하고
맨날 미국 컨설턴트 불러달라고 하고 ;;;

(호주 사람들이 대체로 미국을 무지 동경한다. 영국도 동경하지만 그건 영국 이민자도 많고 조상이 영국이니 이해하겠는데
도대체 미국은 왜;;;)

하여튼 참 내가 겪은 호주 고객사 중엔 제일 진상이다. 미국에 있는 제품 매니저나 개발자들도 다 안다.
게다가 이 고객 담당 어카운트 매니저도 진상이라 미국애들이 또 쟤냐;;; 이런 반응을..

(하지만 그 후 개인으로는 최고의 진상이 다른 고객사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업무가 바뀌어서..모두들 매우 기뻐했음)

하여튼 이 C라는 사람은 나보다 다섯살은 많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랑 동갑;;;
호주는 자외선이 심해서 그런지 여자들이 다들 스무살만 넘으면 주름이 생기기 시작하고 엄청 늙어 보인다.

어느날 C가,
"모기지 갚아야 하는데 계약 연장 안되면 어떡하지" 걱정하길래 (계약직이었음. 호주는 계약직이 돈을 더 많이 받는다)
속으로, '아니 저렇게 돈을 많이 버는데 아직도 모기지가 남아 있나'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 별장과 패밀리 비치가 있다고;;;

부...부럽다...털썩...

말이 나온 김에 그레이트 오션로드 사진 다시 투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