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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생활

호주 이민 기록 - 2. 렌트 구하기

1. 친구집에는 방이 세 개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쉐어생이 쓰고 있었다. 그 쉐어생이 며칠 후면 나갈 계획이었어서 2-3일은 친구 안방에서 신세를 지고 친구 남편이 애들 방에서 같이 잤다 -_-.
물론 친구가 먼저 제안한 거고, 정말 괜찮냐고 거듭 확인을 했더니 남편 친구들은 일주일 동안도 그렇게 신세지고 갔다고 ;;; 그 땐 자기가 애들이랑 잤으니 괜찮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고마운 친구다. 그렇게 며칠 신세를 지고 쉐어생이 나간 후 내가 그 방에서 임시로 쉐어를 하기로 했다. 렌트 구하기 전까지. (쉐어비는 냈다...)

첫 토요일에 렌트를 보러 다녔는데 타고난 길치인데다 생전 처음 가보는 동네들, 지도도 잘 볼 줄 몰라서 역에서 내리면 거꾸로 가기는 기본, 기차 타는 것도 어리버리 그리고 친구가 잘못 알고 가르쳐 준 곳에서 기다리다 시간 놓치기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네 군데 보려고 계획했는데 한 군데 밖에 못봤다 --;;

아이폰을 처음 써봐서 데이터가 얼마나 나올 지 몰라 지도도 처음엔 안 켜고 다녔다. 그 때 약정이 1.25기가였는데 전혀 걱정 안하고 맘대로 지도 켜고 다녀도 될 용량이었던 것을.
결국 한 군데 본 데가 지도 켜고 겨우 찾아간 곳. 너무 외지고 역에서도 좀 멀어서 결국 신청 안하고 거기서 한 역 떨어진 다른 곳으로 가려 했는데 시간이 너무 지나서 월요일로 약속을 미뤘다.

이 때 신청 안하고 포기한 그 아파트에서 어떤 사람이 죽은 지 두 달 후 벌레들이 들끓는 바람에 시신이 발견된 일이 일어났다. 그 때 거기 안 하길 천만 다행이었다.

2. 월요일에 집을 보러 갔다. 역에서도 가깝고 아파트가 많은 지역이라 한국 같은 친숙함이 드는 동네였다 ㅎㅎ. 물론 한국보단 밀도가 많이 낮긴 하지만.
아파트는 방 하나 짜리로 예산을 약간 초과 했지만 마음에 들었다. 사실 호주 집들은 다 후진 줄 알고 있었는데 의외로 아파트들은 괜찮다는 걸 알게 됐다는;;


그 때 가격이 주당 350불이었고 6개월 후 380불로 올랐다. 당시 환율이 천원 조금 넘었으니 방 하나짜리 아파트 월세가 160만원이 넘었던 셈이다. 지금은 아마 더 올랐을 듯. 게다가 여기는 시내 근처도 아니고 시내까지 40분 정도 걸리는 외곽이었는데도.

방 하나짜리라 수요가 많지 않아서인지, 당시 직업이 없었지만 잔고 증명과 추천서 두 장으로 렌트를 할 수 있었다.
열흘 정도였지만 남의 집에서 눈치살이 하다가 내 공간을 가지게 되니 살 것 같았다. 그 때 한 일주일 쉐어한 경험으로 나는 절대 쉐어를 할 수 없는 인간이란 걸 깨달았다.

3. 집 바로 앞에는 웨스트필드라는 대형 쇼핑센터가 있었다. 양대 슈퍼마켓인 콜스와 울워스가 있고 케이마트, 타겟, 시네마, 백화점 두개가 들어 있고 다른 가게들도 많다.

이사하는 첫날 쇼핑센터를 몇번 왔다 갔다 했다.
제일 먼저 빙리라는 전자제품 판매장에 가서 냉장고, 청소기, 샌드위치 메이커, 전자렌지, 밥솥, 다리미, 심지어 프린터까지 --;;; 샀다.
뭐가 급하다고 그렇게 하루에 다 샀는지. 냉장고는 배달시켰고 나머지는 카트에 다 담아서 진짜 낑낑대며 밀고 왔다.
집을 구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뻐서 미쳤던 것 같다.

그리고 케이마트에 가서 토스터, 전기 주전자, 정수기물통을 샀다. 브리타라는 정수기인데 물주전자에 필터를 꽂아서 쓰는 방식이다. 호주는 생수 값이 너무 비싸서 정수기가 꼭 있어야 한다.
원래는 필터를 새로 넣고 두 세번 물을 걸러 따라 버린 후 다음 번 물부터 마셔야 하는 건데, 설명서도 제대로 안 읽고 급한 마음에 첫번 째 거른 물을 그냥 마셔버렸다는;;;
마시고 나서 설명서를 보니...
...
음...?
...
호주 와서 진짜 뻘짓 엄청나게 했다. 이 정도는 일상임.

그 때 살던 집은 찍어 놓은 게 없다. 혼자 살기에 딱 좋고 정이 가는 집이었는데.

대신 아무 의미 없는 사진 또 투척. 맨리 비치 산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