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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필립 K. 딕

[필립 K. 딕]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드디어 읽었다.

장편 소설 중 제일 유명하지만 연대별로 읽느라 아직 순서가 돌아오지 않아 계속 못 읽고 있었던.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


재밌다.
진짜 재밌다.
대빵 넘나 열라 재밌다.

(아직 안 읽은 게 몇 권 남았지만) PKD의 장편 소설 중 단연 최고.
필립 K. 딕의 후기 장편은 처음이든 중간이든 아니면 처음부터 끝까지이든 지루한 부분이 있는 게 대부분인데
이건 진짜 지루한 부분 하나도 없이 너무너무너무 x 100000000 재밌다.
첫 장부터 재미있음.

블레이드 러너 오리지널의 원작이지만 영화와는 큰 줄기 빼고는 많이 다르다.

소설 속의 세계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식민지로 이민가고
지구는 방사먼지로 인해 남은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 아파트들은 텅텅 비었고
동물들도 희귀해서 동물 한 마리 사려면 가격이 어마어마.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동물을 한 마리 이상 길러야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지 않는데
(그나마 얼마 전까지는 동물을 안 기르는 것이 불법이었으나 법이 바뀌어서 불법까지는 아닌 수준)
동물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기르던 동물이 죽었는데 여유가 없거나 하면
전기 동물들을 사서 진짜 동물인 척 하고 키운다.

전기 동물들은 워낙 정교해서 깊숙히 숨겨진 제어판을 발견하지 않는 이상
진짜 동물과 구분이 안되는데
릭 데카드도 키우던 양이 죽어서 전기양을 대신 키우고 있지만
수치심에 이웃들에게는 비밀로 한다.

다른 사람에게 전기 동물인지 진짜 동물인지 묻는 것은 엄청난 실례이고
전기 동물 수리 센터도, 동물병원 상호가 쓰여진 트럭을 몰고 다니며 고장난 동물들을 수리한다.

릭 데카드는 진짜 동물을 사기 위해 안드로이드 사냥에 열을 올린다.
안드로이드 하나를 죽이면 현상금을 천달러 받는데
몇 개를 잡아야 원하는 동물을 살 수 있다.
그러니까 전기양은 결국 소설 속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모든 일의 목적이 진짜 동물을 사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때 양을 세는 것처럼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세는 것인가라고만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진짜 양을 사는 게 꿈(=희망)인 것처럼
안드로이드도 전기양을 사는게 꿈일까
라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소설 속에서 릭 데카드는 아내도 있고
무드 조절기라는 기계로 그 때 그때의 기분도 바꿀 수 있고
머서리즘이라는 종교 비슷한 것이 있어서
교주 비스무리한 윌버 머서의 고행을 공감 박스 (Empathy Box)를 통해 그대로 체험하고
심지어 머서가 돌에 맞아 피를 흘리면 수행자도 같은 고통을 느끼고 피까지 흘린다 =_=;;
보익트 캄프 기계는 소설에서도 똑같이 등장하긴 하지만
어쨌든 소설에는 영화에는 없는 설정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소설속에서 로이 배티는 시적이거나 철학적인 인물이 전혀 아니라
감정 없는 그냥 짐승같은 안드로이드일 뿐이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제일 유명한 로이 배티의 죽기 전 독백은
소설과는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



(스포 주의)



레이첼 로젠도 소설 속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지도 않고
릭 데카드와 바람은 피우지만 진짜로 교감같은 걸 느끼지도 않고
릭 데카드도 레이첼의 계략이었다는 걸 알고 나서는 배신감에 정이 뚝 떨어지고
결국 레이첼의 계략은 실패, 릭 데카드는 목표 달성.

하지만 결말은 해피엔딩..이라고 보기는 절대 어려운 매우 허무 엔딩. 인생 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