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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생활

[호주생활] 이스터 연휴, 이것 저것, 차별의 효과

1.

4일 간의 연휴 + 4일 휴가 + 주말 = 10일간 논다.

출장 다녀와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야근에 스트레스 받는 일들이 겹쳐서 피곤하고 짜증나는 한 주를 보내고, 연휴 첫날은 시체처럼 보냈다.
이스터 금요일에는 아무데도 문을 안 여니 갈데도 없지만, 하루종일 비가 와서 어차피 안 피곤했어도 집에서 뒹굴 일 밖에 없었을 것 같다.

생각해보니 요즘 짜증 나는 건 날씨 탓인 것 같기도 하다.
올해 들어 비 안오는 날이 드물 정도였고 습도는 항상 60%를 넘고 있는데다, 연휴 들어서는 쉬지도 않고 줄기차게 비가 오고 있다. 시내에서는 로얄 이스터 쇼를 할텐데 우울하겠군.

2.

며칠 전엔 시민권 세레모니가 있었다. 세레모니에 참석해야만 시민권 증서를 받고, 참석하려면 초대장이 있어야 하는데, 나가려고 준비하면서 찾아 보니 초대장이 보이질 않았다.
분명 그 전날 책상위에 고이 잘 모셔놨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남편이 알려나 싶어 전화를 해봤다.
여기 저기 찾아보라고 하다가 혹시나 싶어 자기 가방을 뒤지더니

"어 이게 왜 여기 있지"

......

아놔 얼척이 없어서 진짜.

부랴 부랴 이메일로 팩스 전송 받아서 프린트 해가지고 출발했다.
겨우 도착했는데 주차할 자리가 없어서 그냥 지나치고, 잘 알지도 못하는 길로 들어가 동네 한바퀴 돌고 다시 왔는데, 마침 카운슬 바로 앞 주차장에서 차가 한 대 빠지는 바람에 겨우 주차하고 시작 2분전에 겨우 도착했다.
그 날은 하루 종일 정신이 나간 상태로 보냈다. =_= 이것 때문에 스케쥴 조정하느라 힘들었는데.

3.

호주 사람들은 뒷담화를 참 좋아한다. 남녀 노소를 가리지 않고 뒷담화를 즐기는 걸 보면 그게 별로 나쁜 일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지만 물어보질 않았기 때문에 어떤지 잘 모르겠다.

너무 당당하게, 그것도 자주 하는 걸 보면 별로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가??

다른 서양권도 그런지 궁금해졌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뒷담화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이 하긴 한다.
다만 우리는 친한 사람들끼리만 몰래 몰래 하는 반면, 여기서는 나랑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나에게 다른 사람 뒷담화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 주변만 그런건가???? --;;;;

뒷담화를 시작할 때는 패턴이 있다.

"I know she is a great project manager, but..."
"He is a nice guy and I like him very much, but.."

항상 칭찬으로 시작한다. 욕만 하면 안되는 규칙이라도 있나보다. 죄책감 때문인가 --;;

4.

뜬금없지만 어차피 잡담이니.. Price of inequality 에서 가장 기억나는 것은 작가의 글이 아니라 다른 논문인지 책인지에서 인용한 어떤 연구 결과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도에서 한 반에 같은 카스트만 모여있게 한 후 문제를 풀게 했을 때에는 각 카스트별로 점수에 차이가 없었는데,
여러 카스트들을 한 반에 모아 놓고, 서로가 어떤 카스트인지 아는 상태에서 문제를 풀게 하자
낮은 카스트의 학생들에게서 낮은 점수가 나왔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른 카스트와 같이 있는 것 자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자기의 카스트를 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 낮은 카스트의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편견과 차별의 대상이 되는 그룹의 사람들이 그 사실을 인지하면 그에 따라 스스로 능력의 발휘를 제한하게 된다. 그 결과 편견은 사실로 굳어지고 차별은 심해진다.

그러니 사회적 주류에 있는 사람들은 좀 겸손해 질 필요가 있다. 모든 편견과 차별이 사라졌을 때 자기의 위치는 지금의 그 위치가 아닐테니.
주류로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비주류에게 좀 미안한 마음이라도 들어야 하지 않을까.

5.

아 축축해. 집안은 72%라고 나오는데 날씨앱에선 81%. 요즘 계속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