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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직장생활

[호주 직장 생활] 출장이야기

고객사에 나가서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출장이 잦고 긴 편이다.
특히 어정쩡한 우리 팀 사이즈 때문에 해외 출장이 많다.

큰 조직들은 어차피 해외 각국에 인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자기 나라 일만 하면되고
작은 회사들은 해외에 일이 없으니 출장 갈 건수가 없는데
이도 저도 아닌 우리 팀 같은 경우는 APJ 각 나라를 돌아 다니며 일을 한다.

프로젝트가 있으면 사람이 없고 사람이 있으면 프로젝트가 없는 상황이 항상 벌어지기 때문에
호주에 노는 인력이 있는데 한국에 프로젝트만 있고 사람이 없으면
호주 인력을 한국에 보내서 프로젝트를 하는 식이다.

영업 조직은 매출이 곧 업무 목표이고 그에 따라 월급을 받지만
우리 같은 포스트 세일즈, 필드 조직은 유틸라이제이션 목표를 채워야 돈을 다 받는다.

분기당 근무 시간의 70%는 고객에게 돈 받고 하는 일을 해야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일이 없다고 계속 놀고 있으면 월급을 제대로 못 받고
이게 계속되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

팀 목표에도 유틸라이제이션이 한꼭지 있다보니
노는 애들은 다른 나라로라도 팔아 버리는 게;;; 매니저한테도 좋다.

그래서 우리 팀 사람들은 항상 여기 저기 돌아 다니면서 일을 하고 거의 잘 만나지도 못한다.
같은 사무실에 있어도 일년 동안 못 보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결론은 출장을 많이 다닌다.
처음엔 너무 자주 오랫동안 다니는 게 힘들기도 하고 별로였는데
이제는 한 3주 정도 시드니에 있으면 좀 심심하고 4주차 정도부터는 좀이 쑤시고 뭔가 불안하고 막 짜증이 나고 그런다 -_-

이번에도 인도 갔다온 후 일주일 있다가 타즈매니아에 휴가 갔다와서 3주 정도 시드니에 더 있었는데
혼자 막 열내고 열받고 씩씩대고 괜히 다른 사람들한테 틱틱거리고 까칠하게 굴고 막 그러다가
지금은 멜번에 와서 좀 진정 중이다.

이번 출장은 연기됐다가 취소됐다가 다시 한다고 했다가 또 취소했다가 금요일날 막판에 다시 오는 걸로 결정돼서
호텔을 잡았다 취소했다 잡았다 취소했다 다시 잡으려니
좋은 호텔은 없고 후진 호텔밖에 안 남았다 뎅장.

지금 이 고객은 단 한번도 일정대로 뭐가 진행 된 적이 없고 항상 두 세번 씩은 일정을 연기한다.
그러면 잡아 놓았던 일정이 비면서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
유틸라이제이션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런데 요즘 프로젝트들이 다 일정이 확정이 안되어 있고
지금 있는 프로젝트 매니저 두명이 다 별로라
엉망진창이 되어 가고 있다.

그 전에도 이런 일은 많았지만 PM들이 빠릿빠릿하고 눈치가 백단인데다
매니저도 순발력과 결단력이 좋아서 휙휙 대체 프로젝트를 물어오곤 했는데
지금은 매니저도 우유부단형으로 바뀌고.

특히 시드니에 있는 H는 내가 본 중 가장 이해력 떨어지는 PM으로
프로젝트에 방해만 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같은 얘기를 매번 볼 때마다 다섯 번은 해야 되는데
그러고도 결국 이해를 못해서 내가 그냥 직접 고객이랑 다 얘기하고 결정한다.

그런데다 의욕은 넘쳐서 하루에도 몇번씩 전화에 이메일.
진짜 없는 게 도움이 되는 PM 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나랑 친한 다른애가 먼저 얘기를 꺼내서
둘이 같이 뒷담화 하는데 어찌나 시원하던지.
우리가 걔 대신 PM역할까지 해야 한다며.

출장 얘기로 시작해서 뒷담화로 마무리.

최고의 출장지는 역시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