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리뷰

A Promised Land (버락 오바마 회고록 1)

버락 오바마의 회고록이 나온다는 소식에 아마존에 예약 주문을 해 두었더니 출고된 지 이틀만에 집에 도착했다. 아마존 프라임 칭찬해.

 

 

읽으면서 든 느낌은

말 더럽게 많네. 

글보단 말에 강하구나. (하이픈 왜 이렇게 많이 써...) 

월스트릿 억만장자들과 공화당에 대한 깊은 빡침이 느껴진다.

등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재미있었다. 사람들의 감정과 동요를 이끌어 내고 움직이게 하는 특별한 힘이 있고 역시 인간적인 매력이 넘친다. 그리고 사람을 잘 쓰는 듯.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두 권으로 나눴다고 하는데 아직 2권은 안 나왔고 1권만 해도 큰 양장본에 본문만 700페이지.

대통령 되는 데까지 200페이지 걸렸고 1권이 다 가도록 아직 첫 번째 임기도 안 끝났다.

크게 어린시절~상원의원~대통령 출마 결심까지,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 있었던 드라마와 그 후 본격 대선 캠페인을 거쳐 당선까지 (실제 대선보다는 후보 경선이 훨씬 더 드라마틱하고 긴장감 있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있었던 굵직한 사건들 - 
경제위기 대책, 이라크 및 아프간 파병 문제, 오바마 케어,   BP 석유 시추 사고 수습, 중동의 봄 사태와 리비아 공습, 그리고 마지막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등에 대한 뒷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중간 중간 유머도 많고, 위기를 극복해가는 과정도 스릴있고, 특히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은 무슨 영화 보는 줄.

사실 경선과 대선도 모두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실이긴 했다.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고 나서 현장에서 빈 라덴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키 185짜리 대원을 시신 옆에 누우라고 해서 키를 비교했는데 (빈 라덴은 190)
이걸 라이브로 보면서 오바마가 "그렇게 치밀한 작전을 완벽하게 짜면서 줄자 하나 없냐"라고 농담을 했다.

그러고 나서 나중에 공로패를 주면서 줄자를 끼워 줬다고. ㅋㅋㅋ


리비아 공습 명령을 내릴 때는 대통령 전용 전화기가 먹통이 돼서 딴 사람 전화기 빌려서 명령....


친구이기도 한 초대 비서실장과 산책하면서 종종 은퇴하고 뭐할까 얘기했는데
하루는 오바마가 "뭔가 단순한 거. 하와이로 가서 해변에서 스무디나 팔까" 했더니 비서실장이
"스무디는 너무 복잡해, 티셔츠를 팔 거야. 미디엄 사이즈 흰색으로만. 다른 사이즈나 색깔이나 패턴은 없어.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고 싶어"

한 번은 어떤 경제관련 정책을 내려고 하는데 오바마가 "그걸 대중들이 이해할까"라고 묻자 언론 담당 비서가 "몰라도 돼요. 은행들이 싫어하면 사람들은 좋은 거라는 걸 알 거임요"

진짜 재미있었던 건  코펜하겐 기후협약에 대한 뒷얘기.  

교토 협약은 오래돼서 BRICS 국가들의 책임이 너무 미미하고 미국 의회에서 수정없는 교토 협약 이행은 절대 반대, 그래서 책임 부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한데 중국이 브릭스의 대장 격으로 절대 굽히지 않고 이리저리 숨으며 협의를 피하고 있었다.

비행기 뜨기 1시간 전 구석에 숨어서 작당 중이던 브릭스 국가 원수들을 찾아내어 힐러리와 함께 습격, 협약서를 흔들며 사인하지 않으면 내려가서 언론에 다 밝히겠다고 협박해서 결국 사인을 받아 냄. ㅋㅋㅋ
완전 깡패 짓이지만 넘나 사이다에 멋있음.

초당적인 정치를 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고 야당과 타협하려 노력했으나 공화당의 비협조로 무산되어 가는 걸 보면 미국놈들이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은 듯.

그리고 월스트릿  CEO 들은 정말 개쓰레기들 아웃 오브 터치로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막판에 리비야 공습할지 말지 등 어려운 문제들로 정신없고 머리 싸매고 있는데
트럼프가 뜬금없이 출생의 비밀 캠페인을 벌이고 언론들은 재밌다고 그거 띄워주다가 사람들이 진짜로 믿게 되고...

그래서 진짜 빡쳐서 긴 출생증명서 뽑아 오고
우리 할 일 많다, 팩트를 팩트가 아니라고 우기는 이따위 주장으로 시간 낭비시키지 말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하고

코레스판던스 디너에서 트럼프에게 사캐스틱한 농담을 공개적으로 하게 된다. 

트럼프가 원래는 오바마 경제 정책에 대해 잘한다고 했었는데 이후 몇 번 무뜬금으로 백악관에 자기가 이거 저거 해주겠다고 했다가 거절당한 후 앙심을 품게 되었나 보다. 그리고 그 만찬에서의 망신살로 더욱더...? 이건 그냥 나의 억측.

(그런데 처음에 무슨 코미디 처럼 시작됐던 일이 멍청한 놈들 꼬드겨 트럼프를 대통령까지 만들 줄이야.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도 너무 황당해서 나가리 될 만한 스토리)

어쨌든 오바마가 없었으면 트럼프도 없었을 지도.
둘 다 있는 것 vs 둘 다 없는 것 중 뭐가 더 나았으려나.

북 다트로 하이라이트 해 놓은 거 다시 들춰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부분들이 많다.

훨씬 더 많은데 너무 길어져서 오늘은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