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독일 2017

[독일여행] 27. 분노의 잘츠부르크(행)

​​뮌헨 2차 다섯째 날.

0.

시작은 좋았다.

뮌헨으로 돌아 온 이후 처음으로 보는 맑은 날씨,
오랜 만에 일찍 서둘러 무려 9:55 분 출발 기차 탑승,
맨 앞 1등칸, 주변에 사람 하나 없고 평화로운 분위기.

하지만 출발 직전 세 모자가 달려와서 헐레벌떡 탑승하더니
시끄럽게 떠들고 코 들이마시고 -_____-;;
(진짜 너무너무너무 x10000000 싫다. 독일에도 이런 사람이 있을 줄이야)
난리 법석을 피우는 바람에 기분이 급 나빠졌다.

그리고 오늘도 역시 정시에 출발 안하고 늦게 출발하는 열차.
도대체 누가 독일인들이 시간 잘 지킨다고 한 겨.
제 시간에 출발하는 열차를 한 번도 못 타봄.

1.

몇 정거장 안 가서 독일어로 방송이 나왔다.
뒤에 앉은 애들이 Fuck Fuck 거리고 난리치더니
(왜 욕은 영어로 하는 거지 -_-a)
주섬 주섬 내릴 준비를 한다 (...)

뭐지. 우리 내려야 되는 건가.

차장이 나와서 안되는 영어로 더듬거리며
내려서 버스타고 가야 된다고 한다.

헐 이 무슨 x 같은..

차장이 영어를 잘 못해서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면서
사람이 죽어서 기찻길이 일부 막혔다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아무리 뉴스를 찾아 봐도 아무 것도 없었던 걸 보면
기차에 치어서 죽은 것 같지는 않은데
뭐 어떻게 됐다는 건지 아직도 미스테리임)

2.

어쨌든 뭐 어쩔 수 없이 Grifing 이라는 작은 역에서 다들 내렸다.
다들 우왕 좌왕 하며 기차역 앞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는
버스가 오자 우르르 몰려가서 타려고 하다가
다시 우르르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뭔 영문인지 몰라 또 우리끼리 궁금해 하다가
무리 중에 영어 가이드가 있는 일일 관광팀이 있길래 슬금 슬금 가서 엿들었더니
그 버스는 우리가 탈 버스가 아니라며 -_-;;

그래서 다들 또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 와중에 다음 기차도 도착해서 기다리는 사람은 두 배가 됐지만 버스는 여전히 안 오고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 웅성 하더니 다시 기차 플랫폼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또 뭔 일인 지 몰라 우리의 희망 남의 가이드가 하는 말을 또 엿들었는데
버스가 여기로 안 올 거고 다시 기차 타고 한 정거장 가서 다음 역에 내리면
거기서 버스를 탈 수 있다고 했다.

아 놔;;;

그렇게 다들 우르르 다시 플랫폼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다음 역인 Aßling 역으로.

3.

아슬링 역에 내렸는데 버스는 몇 대 안 되고 사람들은 개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서 있기도 힘든 버스에 억지로 낑겨서 갔다.
조금만 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가도 가도 목적지인 Rosenheim 역은 나오질 않고
결국 3-40분 정도를 목도 제대로 못 펴고 엄청 불편한 자세로 서서 갔다.

겨우 로젠하임 역에 도착해서 역에 들어가니 또 사람들은 역무원을 붙들고 설명을 듣는데 다들 표정이 좋지 않고 이상한 분위기.

눈치를 보니 또 버스를 타야 된다는 것 같다.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또 더듬거리는 영어로
버스를 타고 Prien 역으로 가란다. 아 놔 -_-;;;;

이것들이 진짜 장난하나.

알고 보니 로젠하임 역에서 잘츠부르크 가는 기차는 한시간 반을 기다려야 오는데
프리엔 역에 가면 잘츠부르크 가는 다른 기차가 중간에 하나 더 있어서
더 빨리 갈 수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속았는데, 버스가 언제 올지도 모르고
또 얼마나 낑겨서 서서 가야 할 지도 모르고
기차 시간 맞춰 프리엔 역에 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그래서 그냥 여기서 점심이나 먹고 한 시간 반 기다렸다 다음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이 때 시간이 이미 12시. 기차는 1시 35분 출발 예정.

4.

역 안에 마땅히 먹을 게 없어서 길을 건너 빵집 + 카페로 갔다.
독일에선 역시 빵이 제일 맛있으니;;;

빵을 고르는데 직원이 진짜 영어를 단 한 마디도 못한다.
옆에서 구경하던 다른 손님이 <도와줄까?> 그러더니 막 통역해 주고 그래서
겨우 빵을 사 먹을 수 있었다.

화장실도 가고 좀 쉬다가 슬슬 시간이 돼서 기차역으로 다시 갔다.
우리처럼 버스 안타고 그냥 죽치고 기다린 사람들도 한 가득이고
우리 이후에 온 사람들도 많아서 기차는 거의 만석,
일등석도 꽉 차고 아까 뮌헨에서부터 따라 붙던 더럽고 시끄러운 세 모자도 또 또 ! 같이 탔다.

이런 뎅장.

타고 나서 한참 동안 기차가 출발하지 않아 불안하게 하더니
결국 2시가 넘어서야 출발했다.

하 나 참 진짜 시간 개념 없는 독일 넘들. 어이가 증발한다.

5.

가다가 중간에 어떤 역에서 또 서더니 한참 동안 서 있는 등
이후에도 계속 느릿 느릿 세월아 네월아 하더니
14:44 도착 예정인 기차가 15:24 돼서야 잘츠부르크에 도착했다.


떠날 땐 화창한 맑은 날씨였는데
도착하자 마자 또 비.

아 놔 진짜...=_=

원래 애초의 계획대로였다면 11:44에 도착했어야 하고
그 때는 비도 안 왔을 거고
시티투어 버스 타고 모짜르트 생가에도 가고 모짜르트 박물관에도 가고 하려고 했었는데
비는 오고 시간은 늦고.

내일 일찍 일어나 체크아웃 해야 되는데. 다섯 시 기차로 돌아 가야 밥 먹고 짐 싸고 일찍 잘 수 있는데.

일단 나가서 몇 발짝 가다가 넘나 짜증이 나서 다시 돌아와
그냥 역안에 있는 카페에서 달달구리나 먹기로 했다.
(비 맞고 돌아 다니는 거 진짜 싫어 함 + 퓌센에서도 비 맞고 돌아다녔는데 또)

6.

카페에서 케잌과 카푸치노를 시켜서 분을 좀 삭히고



좀 있다 보니 비가 그쳐서 한 바퀴 돌아볼 까 하고 나갔다.
미라벨 플라츠 입구까지 갔다가


예쁜 거리는 한참 가야된다고 해서 그냥 다시 돌아 왔다.



기차 시간도 다 됐고
뭐라도 건지기에는 이미 기분이 너무 잡쳐서 아무 의욕도 없음.

7.


돌아 가는 기차 역시 또 늦게 출발.
그래도 이번 열차는 급행이고 빈에서부터 출발한 좋은 열차라
1등석 자리도 많고 텅텅 비고 아주 쾌적했다.

저녁은 집 근처에서 베트남 + 타이. 마지막 날이라 과식.



일일 관광 두 번 한 거 두번 다 비오고 대실망 대실패.
이틀을 그냥 날려버려서 넘나 억울했음.

언젠가 독일에 다시 가게 된다면 베를린은 꼭 다시 가겠지만
뮌헨은 절대! 근처에도 가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