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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얘기

짜계치...


토요일에 한국 식품점에 갔다가 신기한 컵라면을 발견해서 사 가지고 왔다.
짜장 + 계란 + 치즈 = 짜계치.
뭔가 읭? 싶었지만 호기심에 한 번 사 와 봤다.


원래 토요일 아침엔 떡 계란 라면 일요일 아침엔 짜장 라면을 먹는데
오늘은 이걸 먹어 보기로 했다.

치즈 가루 스프가 좀 많다 싶었는데 역시.
결론은 폭망.

느끼하고 달고 완전 괴식이다. 이렇게 맛 없는 라면은 처음이야.

맛 없는 거 먹고 배 부른 게 제일 싫은데 소듕한 일요일 아침을 이딴 쓰레기로 망치다니 일요일이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억울하고 아마도 일주일 내내 억울할 것이며 다음 주 일요일 짜파게티로 입맛을 회복하기 전 까지는 계속 억울할 것이다.


****

나는 라면도 좋아 하지만 짜장 라면을 훨씬 더 좋아한다.
내가 어릴 때 짜장 라면이라는 정직한 이름의 짜장 라면이 최초로 나왔었는데
엄마는 외출하고 아빠랑 나만 있던 어느날, 평소 부엌엔 얼씬도 않던 아빠가 짜장 라면을 끓여 줬는데 그냥 라면 끓이듯이 물도 안 따라버리고 그대로 스프를 넣고 끓여서 줬다 -_-;;; 띠용 그래도 충격적으로 맛있었다. 내 인생에서 제일 맛있었던 짜장 라면이었다.
(추가: 알고 보니 이름이 짜장라면이 아니고 짜장면이었나 봄. 게다가 그 때 처음 나온 것도 아니고 나온 지 오래된 시점이었음 다만 내가 그 때 처음 안 것일 뿐 ㄷㄷ)

그 이후 나는 항상 짜장 라면을 먹고 싶다고 외쳤지만 엄마와 언니가 그딴 걸 왜 먹냐며 차라리 짜장면을 먹으라고 했다. 나는 짜장면보다 짜장 라면이 훨씬 좋았는데. ㅡㅜ

그 짜장 라면은 어느 샌가 사라지고 그 이후 짜파게티가 득세했지만 그 때 그 맛에는 못 미치는 듯.

아쉽지만 다른 짜장 라면들이라도 일요일 아침에 먹는 게 소소한 낙이었는데 이걸 짜계치 따위가 망쳐 버리다니.

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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