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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생활

[호주생활] 쉬는 동안 한 일들





...이라고 해 봤자 맨리가서 낮술 한번 한 것 빼고는 딱히.. ㅠ




1.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맥주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4 Pines.
그 브루어리가 맨리에 있어서 맨리에 갈 때 마다 가 보고 싶었지만 항상 여의치 않아 입맛만 다셨었는데
하루 날 잡고 서큘러키에서 페리 타고 가서
맥주 두 잔과 칩스 먹고 옴.



그 다음주에는 록스에 있는 탭 룸에 가고, 매주 하루씩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었는데

너무 귀찮아서 한 번으로 끝...=_=

2.

이사 가기 전에 살던 집을 팔려고 내 놓았다.
수요일, 토요일 일주일에 두 번씩 오픈 인스펙션한다고 청소하고 잡동사니 치우고 한 달 동안 난리 법석.

대부분 오픈 인스펙션을 하면 주로 토요일에 떼거지로 몰려와서 구경하는데
대충 치우고 보여주는 게 아니라
청소 하고 잡동사니들 하나도 없이 다 치우고 숨기고 유리창 닦고 불 켜고 에어컨 켜고 블라인드 올리고 모델하우스처럼 해 놓고 나가야 된다.

게다가 그냥 개인적으로 에이전트에게 연락해서 보러 오는 사람들도 꼭 일주일에 한 두명 있어서 그 때마다 또 치우고 나가서 방황하고 -_-

이 짓을 한 달 정도 했지만 이 모든 건 헛수고였고
우리 이사가기 전 날 난장판일 때 굳이 와서 한 번 보고는
이사 나간 후 먼지 뭉테기 굴러다닐 때 남편 데리고 와서 또 보고 간 사람이 결국 계약 함.. -_-;;

집이 그렇게 팔릴 줄 모르고 이사 나간 후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페인트 새로 칠하고 청소업체 불러서 청소도 싹 했었는데 -0-.

3.

마지막 주는 이사한다고 또 난리 법석.
한국에서도 이사를 여러번 다녔고 여기서도 두 번 이사 했는데
이삿짐 업체마다 숨겨져 있는 짐을 파악 못하고 항상 견적을 잘못 내서 고생한다.
이삿짐 사장이 이런 집은 처음 본다며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고 했는데
그 말도 이사 갈 때마다 듣는 말이다. -_-;;

남편이 일종의 호더 (hoarder) 이면서 동시에 정리의 신이라
10년 20년 안 쓰는 물건을 안 버리고 쌓아 두는데
엄청 잘 압축해서 꼭꼭 잘 숨겨 두기 때문에
아무도 우리 집에 그렇게 많은 짐이 있다는 걸 모른다.
압축이 풀리면 이삿짐 헬이 시작되면서 싸면 쌀 수록 짐이 많아지는 신기한 현상..

그래도 이번엔 내가 난리 쳐서 10년 넘은 프린터 하나랑 7년된 프린터 하나 버리고 언제 껀지 모를 VCR 테잎들도 버리고;;; 나머지도 많이 버렸다. 근데 고스란히 다 이고 지고 이사 온 후에 정리하면서 버림;;;

어쨌든 이사 온 지 열흘 됐는데 그래도 펼쳐져 있는 짐들이 많아서 아직 난장판.

4.

노는 동안 다른 일이 없으면 그동안 밀려 있던 책들을 봤다.

일단 필립 K. 딕.
노는 동안 발리스 3부작 마저 읽고


Radio free Albemuth를 마지막으로 필립 K. 딕은 이제 다 읽었다.

이 마지막 네 권은 진짜 필립 K. 딕의 광팬이 아니면 끝까지 보기 힘든 책이다. =_=
나는 재미있게 봤지만 누구에게도 추천할 수는 없는 이상한 PKD 월드;;;

몇 년 전에 사 놓고 안 보고 있던 말콤 글래드웰 Outliers.
PKD에 비하면 너무 술술 잘 읽혀서 이틀만에 클리어.


한 5년 쯤 전에 사 놓고 안 보고 있던 스티그 라슨의 밀레니엄 3부작. 내가 산 책은 이 표지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밀레니엄 3부작은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x 5636593741028 재밌어서 틈만 나면 읽었다.

내가 본 범죄+추리 소설...아니 읽은 모든 책 중 제일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고 흡입력 있고 짜임새도 좋다. 이렇게 푹 빠져서 본 책은 아마 없었던 듯.

틈만 나면 이거 읽느라 그동안 블로그는 커녕 뉴스도 안 보고 인터넷도 티비도 멀어졌다. 진짜 다른 꼭 해야 할 일만 없으면 손에서 놓을 수가 없는 책.

처음 두 권은 3분의 2 사이즈로 각각 644페이지, 724페이지인데
3일 만에 한 권 다 보고 또 3일 만에 한 권 클리어.

마지막 편은 일반 페이퍼백 사이즈로 658페이지라서 훨씬 긴데다, 이사 가는 날 부터 읽기 시작해서 이사하고 정리하는 틈틈이 읽느라 결국 출근할 때까지 다 못 읽다가
기차에서, 커피 마시면서, 집에 와서 틈 나는 대로 읽어서 어제 끝냈다.

이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자 마자 작가가 죽었는데
아직 살아 있었으면 아직도 계속 시리즈가 나왔을 것이고
다음 시리즈 산다고 또 아마존 뒤지고 있었을 듯.
(다른 사람이 이어 받아 두 권 더 쓰기는 했지만 그만큼 재미있을 지 모르겠다. 그래도 한 번 사 보게 될 것 같긴 하다.)

이제 볼 게 다 떨어져서 아마존에서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락, 어슐러 르 귄, 레이 브래드버리 단편집들과 닥터 스트레이지러브를 주문했는데
단편집들은 다들 너무 커서 들고 다니며 읽지는 못할 것 같아서 또 들고 다니며 읽을 책을 사야할 것 같기도 하고. ㅠ

이제 새 책들 좀 보려고 생각해 보니 또 몇 년 전에 사 놓고 안 보고 있던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도 있다. 그거 마저 다 보고 새로 시작해야지.

5.

출근을 하긴 했는데 컴퓨터 로그인이 안된다. 벌써 4일 째.
그래서 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