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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생활

[호주생활] 시드니에서 집 사기 - 3. 인스펙션과 오퍼


1.

인스펙션

몇 군데 서버브로 후보가 정해졌으면, 리얼 에스테이트나 도메인에서 원하는 조건을 저장하고 매물을 검색한다.
대부분 오픈 인스펙션은 토요일이라, 집을 사려고 굳게 마음 먹은 사람들은 거의 주말마다 인스펙션을 다니게 된다.
일반적으로 집을 100개 보면 마음에 드는 집이 뿅 나타난다고 하는데
우리도 한 5-60개 정도는 본 것 같다.


(이런 집이면 얼마나 좋겠냐마는...또르르..)

인스펙션을 다니다 보면 내가 원하는 집이 어떤 건지,
어떤 조건은 포기할 수 있고 어떤 조건은 포기할 수 없는지 좀 더 구체적인 리스트가 만들어진다.

우리가 처음 원했던 조건은

​* 안전하고 깨끗한 동네
* 대단지 커뮤니티나 타운하우스 선호
* 부쉬 X
* 도로변 X
* 기차역 근처 X (기차역이 너무 가까우면 치안이 별로)
* 단독 주택 (듀플렉스나 트리플렉스가 아닌)
* 2층집 (1층에 벌레가 너무 많아서 -_-;;;; 그나마 2층까지 대왕 거미가 올라온 적은 아직 없음)
* 방 4개 이상/ 욕실 2개 이상
* 집안으로 연결되는 더블 락업 가라지 (비올때 /장 보고 올 때 엄청 편함)
* 관리 쉬움 (작은 뒷마당, 수영장 X, 큰 나무 X)
* 뒷마당 북향
* 럼퍼스 룸 (악기 연습/홈 씨어터)
* 옥션 X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예산에 맞는 집은 물론 없었다.
그래서 조금씩 조건을 수정.

* 럼퍼스 룸이 제일 먼저 빠지고,
* 뒷마당 북향 (현실적으로 북향집 매물이 별로 없음) / 2층집 /단독주택 순으로 <있으면 좋지만 필수 조건은 아님>이 되고
* 옥션으로 나온 집도 오퍼가 가능한 지 알아보게 되고 (잠시 옥션도 고려)
* 수영장 있는 집을 사서 막아 버릴까 생각도 해 보고 (이건 결국 다시 필수 조건으로)
* 더블 락업 가라지는 있어야 되지만 인터널 액세스는 없어도 용서할 수 있는 수준 (하지만 뭔가 질척거리며 옷자락을 붙들고 안 놔주는 상태) 에 이르렀다.

한편 집을 보다 보니 추가된 조건도 있는데

​* 근처에 송전탑 X
* 버스정류장 앞 X (치안과 쓰레기 문제)
* 이즈먼트 X (뭔지 잘 모르지만 다들 피하라고들 함)
* 경사진 집 X (뭔지 잘 모르지만 다들 피하라고들 함)
* 공원 바로 앞 또는 뒤 X (치안 문제)
* 너무 오래된 집 (관리 문제, 고치는 데 한계가 있음)
* 클래식/페더레이션 스타일 X (인테리어는 다 뜯어 고치면 될 줄 알았는데 한계가 있음)


우리는 작년부터 집을 알아보기 시작하긴 했는데, 처음에 좀 알아보다 가격도 너무 높고 지쳐서
인터넷으로 계속 매물만 확인하고
괜찮은 집이 떴을 때 인스펙션을 가끔 가 보는 정도로, 소극적인 하우스 헌팅을 하다가
8월경부터 다시 적극적으로 인스펙션을 다니기 시작했다.
예산 잡을 때 부터 따져서 1년 정도 걸린 셈인데
2년 동안 집 보러 다니는 사람도 있다니 그래도 선방한 건가.

그동안 예산도 두번 상향 조정해서 처음보다 20만불 정도 높아졌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면 대출을 다 갚는 걸 목표로 했었는데,
결국 집을 팔아도 한동안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 ㅠ

그래도 우리가 찾던 조건 중 럼퍼스 룸과 뒷마당 북향을 빼고는 모든 조건에 맞는 집으로 골랐다.

2.

​​옥션의 경우

우리가 집을 보기 시작했을 때는 완전한 셀러 마켓이라서
괜찮은 집들은 거의 옥션으로 나와있었다.
우리가 옥션을 꺼려한 이유는
분위기에 휩쓸려 예산을 넘어설까 걱정되는 것도 있었지만
일반 세일과 달리 옥션에는 쿨링오프 기간이 없어서
집에 하자가 발견되거나 마음이 바뀌어도 계약을 무를 수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래서 진짜로 살 생각이 있는 옥션 참여자들은
미리 빌딩 인스펙션과 페스트 인스펙션을 해 둔다.
간혹 벤더가 미리 빌딩/페스트 인스펙션을 받아서 리포트를 나눠 주는 경우도 있는데
집이 오래되거나 인기가 별로 없는 집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바이어가 하게 된다.

이 비용만 해도 700불 정도 들기 때문에, 정말 살 생각이 확실하지 않다면 밍기적거리다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옥션 전에 반드시 계약서를 받아서 솔리시터 (일반 변호사) 나 컨베이언서 (부동산 전문 변호사) 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솔리시터나 컨베이언서는 그냥 알음 알음 또는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또는 아는 부동산 에이전트가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할 수도 있다)

옥션 참여자가 별로 없을 경우에는 일반 세일보다 옥션에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도 있다.
특히 요즘 같은 바이어 마켓에서는 옥션이 많지도 않지만 경쟁도 치열하지 않아서
옥션도 한 번 해볼 만 하다.

옥션에서 낙찰되면 바로 계약금을 내야 하는데,
계약금이 정확히 얼마가 될 지모르고, 보통 옥션이 주말에 있어서 은행이 문을 닫으니
개인 체크북을 들고 가서 써 주거나, 계약금의 일부를 인터넷 뱅킹으로 보내고 나머지를 월요일에 뱅크 체크로 주거나 한다고 한다 (안 해봐서 잘 모름).
(인터넷 뱅킹은 보통 하루 최대 이체 한도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10% 디포짓을 한 번에 보낼 수가 없다)

요즘은 시장이 안 좋아서 옥션 클리어런스가 60% 약간 넘는 정도로, 매우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3.

​​오퍼 (일반 세일의 경우)

마음에 드는 집이 있으면 에이전트에게 Price Range 또는 Asking Price 가 어느정도인지 물어본다.
매매 가격이 리스팅에 표시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 시세가 형성되어 있지 않거나 처음 올라온 매물일 경우
일단 첫 주 인스펙션 때 간을 보고, 그 다음에 희망 가격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인스펙션 왔던 사람들에게 에이전트가 전화를 돌려
얼마정도가 적당할 것 같냐고 거꾸로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가격 범위가 명시된 경우라도 인기 있는 집의 경우는 최대 금액보다 약간 높게 팔리기도 하는데
요즘은 확실히 시장이 주춤해서 대부분 가격 범위 안에서 매매되거나
오랫동안 안 팔리고 있는 집들은 희망가격보다 10만불 이상 싸게 팔리기도 한다.

일반 세일의 경우 전문가인 부동산 에이전트와 직접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협상을 잘 못하는 경우 (=나) 오히려 옥션보다 훨씬 불리할 수도 있다.
우리는 둘 다 가격 협상에는 바보 천치들이라
뭘 사도 달라는 대로 다 주고 사고,
가격을 깎는다든지 하는 무시 무시한 일은 절대 생각도 못한다.

게다가 우리가 이번에 산 집은 1년 넘게 노리고 있던 단지에서 1년 반만에 처음 나온 매물이고
매물이 나올 때 마다 최고가를 경신하던 단지라 마음이 급했다.
매물이 금요일 밤에 올라오는 바람에 확인을 못하고 토요일에 다른 동네 인스펙션을 갔는데
내가 이 단지를 노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던 다른 에이전트가 여기 떴다고 전화해 줘서 알았다.
하지만 그날 아침 9시에 이미 오픈 인스펙션이 끝난 후.. ㅠ

월요일 에이전트에게 연락해서 주중에 인스펙션을 따로 잡고 (주말까지 기다리면 뻇길까봐 -_-;;)
수요일에 인스펙션을 하고 목요일에 오퍼를 했다.
금요일에 에이전트가 전화를 해서 더 올릴 수 없냐고 해서,
내가 생각한 최대치 (=_=) + 프리 어프루벌 받았음 + 세틀 빨리 할 수 있음을 무기로 해서 오퍼를 했고
(벤더가 이미 다른 집을 사 둔 터라 빨리 세틀하기 원함)
금요일 오후 5시 쯤에 오퍼가 받아들여졌다고 연락을 받았다.

계약서 싸인 전까지는 아직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계약서를 급히 받아 변호사에게 검토 요청하고
주말에 다시 오픈 인스펙션을 가 봤다.
다시 꼼꼼히 보고 싶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경쟁이 얼마나 심할 지, 사람들 관심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고
내가 너무 높게 불렀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최근 가 본 인스펙션 중 사람이 가장 많았다.
요즘 집 보러 가면 두 세 달 전과 다르게 많아야 서너 팀 정도였는데
이 집은 계속 끊이지 않고 대여섯 팀 씩 사람들이 꾸준히 모여 들었다.

초조해진 나는 토요일 저녁 변호사로부터 계약서 검토 결과가 오자 마자
에이전트에게 문자를 보내 월요일날 계약서 싸인하러 가겠다고 했다. =_=

인기 많은 집은 빨리 낚아채야지 어리버리 하다간 또 놓치기 십상이다.

(또 길어져서 다음에 계속... 다음은 론 안 나올까봐 똥줄 타는 이야기 -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