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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생활

무미건조한 크리스마스/조지마이클의 추억

0.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여기 저기서 어김없이 나오는 라스트 크리스마스를 들으며
조지 마이클은 이 노래 저작권료만 가지고도 평생 배불리 먹고 살겠다고 한 게 불과 며칠전이었는데 ㅠ

마이클 잭슨이 죽었을 때보다 더 충격이었다. 그것도 하필 크리스마스에.

이제 라스트 크리스마스를 들으면 넘나 슬플 듯.

1.

나는 어릴 때 팝송을 무지 좋아했는데
아마 그 중 제일 좋아했던 게 조지 마이클이었던 것 같다.

왬 시절에는 잘생긴 앤드류 리즐리를 더 좋아했지만
(처음 나왔을 때 짧은 머리 시절에는 정말 예뻤음...)
해체 전에도 딱히 하는 일 없던 앤드류 리즐리는 해체 후에도 여전히 하는 일이 없어서
그 후 조지마이클로 넘어갔는데, 솔로로 발표하는 노래들이 다 너무나 좋은 것이었다.

얼마나 좋아했냐면

1) 연습장을 새로 살 때마다 맨 앞장에 WHAM 이라는 글자로 꽉 채우기

(작은 W를 여러개 써서 큰 W를 그리고 작은 H로 큰 H... 등등)

조지마이클의 외모는 내 취향이 아니었기 땜에 솔로가 된 이후에는 더이상 이런 짓은 하지 않았다.

2) 그걸로 부족하다 싶으면 노래 가사로 다음장 채움..

3) 모든 앨범은 엘피 두장씩 사서 하나는 듣고 하나는 고이 보관.

4) 그것도 모자라 고가의 정전기 방지 비닐을 별도 구입하여 먼지로부터 보호.

5) 제일 비싼 크롬 공테이프를 사서 전곡 녹음하여 들고 다니며 늘어질 때까지 듣기.

아마 국내가수였으면 맨날 쫓아다니고 난리도 아니었을 듯.

2.

올해는 손님도 없고 여행도 없고 파티도 없는 오랜만에 평온한 연말 휴가를 보내고 있다.

12/26, 27, 1/2 이 공휴일이고 1/3 은 회사 공휴일이라
3일만 휴가를 내면 11일을 노는데
그냥 암것도 안하고 매우 게으르게 놀기로.

나이를 먹으니 이제 크리스마스도 시들하고 아무 감흥도 없어서
그나마 예전에는 특식 (그래봤자 스테이크) 이라도 해 먹고
케잌이라도 사 먹고 했는데
올해는 그냥 매주 먹는 월남쌈에 케잌 대신 바클라바.

3.

토요일에 연휴 전 폭풍 장을 보러 갔다가
구경삼아 들어간 Berklowe 책방에서 발견한 필통세트.
12불밖에 안 하길래 냉큼 집어옴.

첫번째는 펼친 상태, 두번째는 접은 상태. 버클로우 책방 넘나 좋다. 책방도 예쁘고 문방구도 예쁜거 종종 많이 본다.


4.

케잌을 사려다 바클라바가 땡겨 케잌 대용(=디저트)으로 사왔다. 땅콩가게에서 파는 바클라바. 그래서 그런지 땅콩이 너무 많... --;


어느날 회사에서 누가 유명한 베이커리에서 바클라바를 사왔다며
캔틴에 갔다 놨으니 먹으라고 하길래 처음 먹어봤는데,
하나 집어서 먹으며 자리로 돌아가다가
다시 캔틴으로 되돌아가 하나를 더 집어왔다.

진심 태어나서 먹어본 디저트 중 단연 최고였다.
디저트계의 간장게장이라고나 할까 -_-;;;

미친듯이 달지만 미친듯이 맛있다.

그 전까지는 마카롱을 제일 좋아했는데,
마카롱은 원래는 안 좋아하다가 엄청 맛있는 걸 한번 맛 보고 난 후
그 뒤로 웬만한 건 다 좋아졌고

바클라바는 처음 먹어본 게 인생 바클라바로 꼽을 정도로 맛있어서 그 뒤로 여러번 사먹어 봤는데
어떤건 진짜 달기만 하고 별로지만 웬만하면 다 맛있어서
이제 마카롱 따위, 훗
하며 지나칠 수 있는 패기가..=_=


그러다가 처음 먹었던 그 바클라바를 능가하는 맛을 찾아냈다.
혼스비 웨스트필드에 있는 엠포리엄 카페의 바클라바.


5.

말이 나온 김에 엠포리엄 카페.


6.

어제 저녁은 집에서 테판야끼. 야채가 너무 많아서 실패. 축축해졌음.



7.

요즘 애정하는 스트링 치즈. 매일 두개씩 먹는다.
그냥 먹으면 맛없고 세로로 가늘게 쭉쭉 찢어먹어야 맛있다.
오리지널과 체다가 있는데 체다가 더 맛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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