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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필립 K. 딕

[필립 K. 딕] 위 캔 빌드 유 (We can build you)

0.

잘 나가다 또 삼천포로 빠지는 소설.

후기 작품은 약에 취해서인지 정신질환 때문인지
정신병적인 망상과 환각 상태같은 묘사나 철학적인 내용이 많고
얘기가 샛길로 빠져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근데 이건 좀 심하다 싶게 산으로 갔다... -___-;;;




(아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스포임)





1.

전자 오르간과 피아노를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는 루이즈 로젠.

사업이 점점 쇠약해지자 로젠의 동업자는 엔지니어를 고용해 시뮬라크럼(안드로이드)을 제작한다.

첫번째 시뮬라크럼은 에이브라함 링컨의 국방장관이었던 에드워드 스탠튼.
동업자의 딸인 프리스가 뛰어난 미술적 재능으로
실물과 100% 똑같은 외형을 구현했다.

두번째 시뮬라크럼은 에이브라함 링컨.

원래의 계획은 사람들의 애국심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여
남북전쟁 시대의 인물들을 병사들까지 포함해 시뮬라크럼으로 복제,
인조인간에 의한 가상의 남북전쟁을 재현한다는 것이었다.

2.

대량 생산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백만장자 샘 배로우와 접촉하지만 협상은 결렬된다.

하지만 샘 배로우를 경외하던 프리스는 그쪽 편으로 자진해서 넘어가는데
자기를 좋아하던 엔지니어(시뮬라크럼을 만드는)까지 데리고 가버린다.

프리스는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지 얼마 안된 환자인데
프리스를 증오하고 무서워하면서도 사랑하던 루이즈 로젠은
정신적인 혼란을 겪다 결국 자기도 미쳐서
잘 안되면 샘 배로우를 죽일 계획을 하고 프리스를 데리러 간다.


여기서부터 산으로 가는 조짐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3.

이런 저런 방법을 궁리하던 로젠은 결국 포기하고 돌아가려고 하다가
로젠을 도우러 날아온 링컨 시뮬라크럼의 계획으로
결국 샘 배로우와 프리스를 만나게 된다.

샘 배로우는 이미 자체적으로 1호 시뮬라크럼을 만들었다며
로젠에게 소개하는데
존 윌크스 부스 (링컨 암살자)였다.

물론 이 사실은 프리스도 모르고 있었던 것인데
배신은 했지만 자기가 만든 시뮬라크럼을 파괴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던 프리스는
부스 시뮬라크럼을 박살내 버린다.

4.

(이제 이야기는 완전히 산으로...)

로젠은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거기서 몇달동안 망상치료를 반복하다가
다시 입원한 프리스를 만난다.

로젠은 꾀병(...)으로 재진단 되어 퇴원하고
프리스는 계속 입원 중.

로젠이 애초에 진짜로 미쳤었던 건지
상사병으로 잠시 이상 징후를 보인 건지
프리스를 사랑한 나머지 정신병까지 따라하려던 것인지는 모른다.

어쨌든 시뮬라크럼이니 남북전쟁이니 달 식민지 개척 (배로우의 야심) 이니는 다 흐지부지되고
매우 쌩뚱맞은 이야기로 끝나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건 또 아님.

하지만 시뮬라크럼으로 계속 가는게 더 재미있었을텐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