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주생활

[호주 생활] 호주의 커피 문화와 에티켓

0.

호주 사람들은 커피를 참 좋아한다.
커피가 맛있기도 하고.

처음 호주 와서 카페에 갔는데
메뉴에 아메리카노가 없었다.

대신 숏 블랙, 롱 블랙이라는 게 있었는데

소심하고 직관력이 뛰어난 나는 -_-;;
모르는 걸 물어보는 대신

<롱 블랙이 아메리카노이고 숏 블랙이 에스프레소인가보군>

이라고 멋대로 생각하며 당황하지 않고 롱 블랙을 주문했다.

물론 내 생각이 맞았다 --v

1.

엄밀히 말하면 롱 블랙과 아메리카노는 살짝 다르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부은 거고
롱 블랙은 뜨거운 물에 에스프레소를 부은 거라
크레마가 살아있다.

더블 샷을 쓰고 물 양은 적어서 스타벅스에서 파는 아메리카노 보다는 맛이 훨씬 진하다.

호주 사람들은 대부분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선호하는데
호주와 뉴질랜드에는 독특하게 플랫 화이트 Flat white 라는 게 있다.

라떼와 카푸치노의 중간 정도로
아주 고운 우유 거품이 살짝 올려져 있어서
고소하고 부드러우면서 농도도 적당히 진하다.

호주에서는 카푸치노에 시나몬 대신 초콜렛 가루를 얹어 준다.
처음엔 이상했는데 시나몬보다 초코가 확실히 낫다.
이제는 커피에 시나몬 뿌리는 게 더 이상하게 느껴짐.;;;

카푸치노와 플랫 화이트. 남편은 항상 카푸치노를 마신다.


플랫화이트 단독 샷.​


나는 주로 아침에 잠을 깨기 위해, 또는 밥 먹고 바로 배가 부를 때는 롱블랙을 마시고
두번째 잔이나 식후가 아닐 때는 플랫 화이트를 마신다.

우유도 설탕도 넣지 않은 롱 블랙을 마시면
그 쓴걸 어떻게 먹냐며 놀라워 하는 사람들도 아주 가끔 있다.
=_=

런던에 여행 갔을 때 플랫 화이트가 있길래 두번 사먹어봤는데
호주의 그 맛이 아니고 어정쩡한 이상한 맛이라
그 다음부턴 계속 아메리카노만 마셨다.

딱 봐도 맛없어 보이는 런던의 플랫 화이트. 어쩜 커피까지 맛이 없니.



2.

그동안 관찰한 바에 따르면 커피와 관련해서 몇 가지 에티켓이 있다.


첫번째,

커피를 사러 나갈 때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 지금 커피 사러 갈건데 너도 사다줄까>

라고 물어보고, 주문을 받아서 나간다.


두번째,

괜찮다고 하면

<정말이냐>
Are you sure? 또는 You sure? 또는 Sure?

라고 한번 더 물어봐 준다.


세번째,

같이 커피를 사러 갔을 때 누가 사 주겠다고 하면

<정말이냐>
Are you sure? 또는 You sure? 또는 Sure?

라고 예의상 꼭 물어본다.


사실 에티켓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다들 이런다. 안 그런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나는 에티켓따위 지키지 않는다 -____-;;;;
특히 첫번째는 귀찮아서 안한다. 맨날 혼자 몰래 나가서 사옴.

3.

호주에서는 멜번 커피가 맛있기로유명하다.
거의 아무데나 들어가도 중간은 간다.

롱 블랙이야 맛이 있건 없건 그냥 대충 다 마실만하지만
우유 들어간 커피는 커피와 우유의 비율, 거품의 질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잘 못하는 데서 마시면 더럽게 맛이 없을 수도 있다.

멜번에서는 더럽게 맛없는 커피를 만나기 쉽지 않다.
멜번 커피는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지
커피가 맛있는 도시 탑 x 를 뽑으면 거의 항상 들어간다.

4.

호주에서는 아이스 커피를 시키면
백이면 백 우유 또는 크림 + 시럽이 들어간 커피를 준다.

처음에 왔을 때 아이스커피에 우유나 크림 넣지 말고 달라고 했더니
이해를 못하며 어리둥절해 해서
몇 번을 설명한 후에야 겨우 주문해 먹었다.

그 후론 어디서 아이스드 롱블랙을 달라고 하면 된다는 얘기를 들어서
아이스드 롱블랙을 달라고 했더니
그게 뭐냐며

<에스프레소 + 뜨거운물 + 아이스???>

이렇게 묻길래 --;;;;

<에스프레소 + 찬물 + 아이스>로 달라고 했다.

요즘은 그래도 시티나 번화가에 가면 아이스드 롱블랙을 먹을 수 있는 것 같지만,
어쨌든 그 후로 한국사람이 하는 카페가 아니면 아이스 커피는 다시 사먹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