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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얘기

[잡담] 기동이오빠만세 / 바이올린 이야기

0.

예전에 쓰던 닉네임으로 돌아왔다.
기동이오빠 = 기돈 크레머.
우리집에서만 부르는 애칭이다.

자매품으로 벵겔오빠 = 막심 벤게로프 도 있음.

1.

기동이오빠는 살아있는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린다.

바로크부터 현대음악까지 엄청나게 다양하고 폭넓은 레파토리를 연주하는데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다 잘함. 미친듯이 잘함.

원래 입 벌리고 연주하는 게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버릇을 고쳤는지 요즘엔 입도 다물고
심지어 섹시하기까지 하다.

2.

호주는 클래식 공연에 있어서는 거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공연도 좋은 공연도 많이 없다.

한국은 일본 가는 길에 많이 들르기도 하고, 호주보다는 시장이 훨씬 크기도 해서
이래 저래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지휘자, 연주자들이 많이 와서 좋은 공연들을 많이 하는데.

호주는... 음..

가수들이 은퇴해서 갈 곳이 없으면 미사리 가듯 호주에 온다.

워킹 홀리데이 오는 거냐. -_-;;

랜드마크가 오페라 하우스인데
정작 내용은 별거 없...

그 와중에 얼마전에 벵겔오빠가 오긴 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보러 못 가기도 했지만, 교통 사고 후 연주 은퇴하고 지휘하다가 재활해서 다시 연주를 시작한 거라 어땠을라나 모르겠다.

어쨌든 그래서 기동이 오빠를 못본지 너무 오래됐다.
한국에 있으면 2년에 한번은 볼텐데.


3.

나는 다 크다 못해 늙어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파비오 비욘디와 그 일당의 사계 연주를 엘지 아트센터에서 보고 갑자기 필 받아서

바이올린을 배우겠어!

라고 결심,

인터넷에서 중고로 5만원 짜리 바이올린을 샀는데
소리가 안 나서 판매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저... 송진은 바르셨죠?"


"........"

".......?"

"???!!?"


아.....

......


송진을 발라야 소리가 나는 거였구나.

......
.....,

ㅡ.,ㅡ


판매자가 엄청 정성스럽게 활 털을 다 빨아서
송진이 1도 안 남은 아주 깨끗한 상태로 줬는데
사는 사람이 무식해서 몰라쥼 -_-;;

4.

5만원 짜리로 몇달 배우다가
계속 해도 될 것 같아서 30만원 짜리로 갈아타고
5만원 짜리는 몇달 뒤 나 따라 배우기 시작한 내 친구에게 줬다.

친구도 계속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거금 100만원을 들여 악기를 샀는데
결국 몇 달 안가 포기하고, 그 악기를 나한테 무상 영구 대여해줬다.

한국에서 5년 정도 배우다가 호주로 오면서
친구에게 그 바이올린을 사려고 했는데, 그냥 영구 임대해서 쓰라길래
5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이랑 술 등등을 선물로 주고
내가 가져버렸다.

호주에 와서는 처음에 돈 없어서 레슨 못받고
방음이 안 돼 있어서 연습도 못하고 (소심)
그러다 보니 한 일년에 다섯번 할까말까..


바흐의 샤콘느가 목표였는데
바흐는 커녕 비탈리도 못하게 생겼다.

5.

오늘 아침에 까르미뇰라 사계를 들으면서
옛날 파비오 비욘디 사계를 듣고 바욜린에 꽂혔던게 새삼 생각이 났다.

지금 들어보면 파비오 비욘디는 너무 촐싹맞게 연주해서 더이상 안 듣는다는 건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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