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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직장생활

[호주직장생활] 프로젝트 이야기

0.

요즘 새로 맡아서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원래 내 일이 아니었는데 담당자가 프로젝트 중간에 퇴사하는 바람에
엉겁결에 내가 맡게 됐다.

거지같은 놈이 어찌나 X을 싸질러 놓고 수습도 안하고 갔는지
12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X 치우느라 정신이 없다.

그만두더라도 내 전화는 꼭 받기로 약속해 놓고
전화, 메일, 문자 몇 번을 보내도 답이 없다.

나이는 처먹을 대로 처먹은 게 어떻게 그렇게 무책임할 수 있는지.
어딜 가든 꼭 폭망하기를.

1.

프로젝트 팀원 중에
나랑 직접적으로 같이 일하지는 않지만
남들 하는 일마다 딴지를 걸며
입만 나불대고 자기 일은 제대로 안/못하는 놈이 있다.

컨설턴트로 일하는 것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언젠가는 프로젝트가 끝나기 때문에
이런 꼴보기 싫은 놈을 보는데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이다.

고객사에 진상이 있을 경우 짧고 굵게 보면 되고
회사 내에 진상이 있을 경우 가끔밖에 볼 일이 없으니
싫은 사람을 계속해서 오래 봐야할 일은 거의 없다.

한국에 있을 때는 가는 곳마다 대부분 진상이기 때문에
어차피 어딜 가든 진상을 볼 바에야 차라리 고객이 되고 싶었지만
호주 고객들 중에는 웬만해선 큰 진상이 없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는 게 지루하지 않고 좋다.

2.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개발이 많이 들어간다.
나는 개발자도 아니고 개발 프로젝트는 처음 해보는데
애자일 Agile 메소드인지 뭔지를 한다고
맨날 아침마다 스탠드업 미팅에
2주마다 정해지는 업무 범위
매일 바뀌는 요구사항

아주 짜증나 죽겠... --;;;

정리도 안되고 일은 널부러져 있는데다
전임자가 이것 저것 다 된다고 개소리를 해 놓고 도망가 버려서
총체적 난국.

일할 시간도 모자라는데 자꾸 회의한다고 귀찮게 하고
계속 이것 저것 벌여 놓기만 하고
이렇게 하자고 했다가 저렇게 하자고 했다가
오픈일이 다 돼 가는데, 프로젝트 초기에 나올만한 아이디어나 뜬금없이 꺼내고 앉아 있고.

뭐든 정리된 상태에서 시작해야 일이 되는 나에게는
정말 안 맞는 환경이다.

3.

이 포스팅도 쓰기 시작한 지 몇 주 된 것 같은데
그동안 모든 의욕이 사라져서
포스팅 하나 하기도 힘들다.

그나마 인도에 있는 버추얼 서비스 팀에서
괜찮은 애 한 명을 데리고 와서
어찌 어찌 핵심 기능은 개발이 거의 다 되가는 상태인데
인도인은 처음 호주 입국 후 최대 4주까지만 있을 수 있다고 해서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인도로 돌아간 후 4주가 지나야 다시 입국할 수 있는데,
그동안 문제가 없으면 두번째 입국부터는 몇달씩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버추얼 서비스 팀은 정말 복불복이라
괜찮은 애는 아주 괜찮고 아닌 애들은 없는 게 도움될 정도인데
다행히 이번에 온 애는 아주 괜찮은 애였다.

4.

어쨌든 이번 프로젝트로 얻은 교훈은
애자일 메소드는 무조건 피해야 겠다는 것과
이 솔루션은 무조건 프로젝트 공수 산정을 세배는 해야겠다는 것이다.
지금 이 솔루션 관련 프로젝트는 죄다 예산 초과에 몇달씩 지연되고 있다.
애초에 발을 들이는 게 아니었는데.

5.

애자일의 장점도 있는데
안될 것 같으면 바로 목표 수정.
그래서 1차 딜리버리 범위가 매우 축소 됐다.
대신 그동안 하던일이 모두 삽질화 되었다는.
다음번 차수에서 하긴 하겠지만
또 완전 대폭 수정되겠지.

결국 삽질과 시간낭비의 되풀이.
정말 보람도 없고 재미도 없고
얻는 건 스트레스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