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주생활

[호주생활] 거미 이야기

1.

호주에는 벌레가 참 많다. 그래도 때마다 방역을 해 놓으면 생각만큼 많이 집안으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_-

거미도 많고 독거미들도 있는데
작은 거미들이야 널려 있고 무시무시하게 큰 거미들도 많다.

하지만 호주에 사는 6년 동안 한번도 큰 거미를 집에서 본 적은 없었는데,
몇주 전 출근하려고 차를 타고 나가다 보니
차고 벽에 과장 좀 보태서 내 손바닥만한 거미가 뙇!

너무 당황해서 일단 나온 후
잡아야 할 것 같기는 했지만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그냥 기차역까지 차를 몰고 가긴 했는데,
마침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서 차라리 잘됐다 생각하고 다시 집에 돌아가 거미를 잡기로 했다.

안 잡고 내버려 뒀다가 집이나 차 안으로 들어가면 그게 더 낭패인데다,
하필 그 때 남편이 출장 가 있어서 ㅠㅠ 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

집에 와서 차고 밖에 차를 세워두고 일단 집안으로 들어와 남편한테 문자를 쳤더니
벌레약 스프레이를 가까이에서 많이 뿌리라고,
멀리서 뿌리면 엄청 빨리 도망간다고 해서
심호흡을 한 후 덜덜 떨면서 새 벌레약을 꺼내
정조준하여 쉬지않고 엄청 많이 뿌렸다.

가만히 있나 싶더니 아래로 기어 내려오기 시작해서
기겁을 하고 더 많이 오래오래 뿌렸다. --;;

거의 녹아 없어질 때까지.
스프레이 반통 넘게 쓴 듯.

차마 뒷처리까지는 못하고 도망갔다. 그나마 눈이 나빠져서 자세히 안 보이는 게 다행이었다.

저녁에 돌아와 보니 죽은 거미가 안 보여서 허걱했는데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뭔가 엄청 쪼그라든 형체가 있는 듯 해서 일단 안심.

운전석 열면 바로 그 자리에 있었는데
거미 시체가 치워지기 전까지는 반대쪽 문으로 내리거나
차를 거꾸로 세우거나 해서 피해다녔다.

2.

몇 주가 지난 후 지난 주에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데
그 때보다 더 큰 거미가 거실 벽에 뙇!

아니 6년동안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두번이나.

그래도 그 때는 다행히 남편이 같이 있어서 나는 2층으로 도망가고 남편이 잡았다.

첫번째 거미는 비가 엄청 온 다음 날이었고
두번째 거미는 40도가 넘는 날이었다.

첫번째는 비를 피해 들어오고 두번째는 태양을 피해 들어온 건가 ㅡ.,ㅡ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부쩍 벌레들이 많은 것 같다.

기차에도 많고 며칠 전에는 회사 화장실에서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비교적 큰 거미 발견.

3.

그저께인가 울스톤크래프트의 어떤 아파트에서
새벽에 어떤 남자가 "넌 죽었어! 죽어! 죽어! 죽일거야" 라고 소리 소리 지르고
여자 비명소리와 가구 넘어지는 소리가 나서
이웃들이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이 와서 문을 열라고 한 후
그 남자에게 부인이나 여자친구 어디 있냐고 묻자
남자는 어리둥절해 하며 둘다 없고 자기 혼자 산다고 했다.

경찰이 이웃들이 신고를 했다고 했더니



"아 그거 거미였어요"
...
...
침묵.
...
...

거미를 잡느라고 그랬다며
자기가 거미를 엄청 무서워 한다고. ㅡ_ㅡ

그래서 경찰들이 잠시 멍하니 있다가
여자 비명소리도 들렸다는데, 했더니
자기가 소리 지른 거라고..
거미가 엄청 컸단다 --;;;

결국 경찰이 집안 살펴보고 나서 피해자가 없다는 걸 확인 후 돌아감.

참 그 남자도 벌레약 스프레이를 들고 쫓아다녔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