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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직장생활

[호주직장생활] 짜증유발자들

1.

이번 주에는 교육이 있어서 다른 사무실로 갔다.
(우리 팀은 세일즈 조직과 함께 메인 사무실에 있고
Customer Support는 다른 사무실에 있다)

인도에 있는 CE가 와서 CS 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인데 나는 그냥 꼽사리 껴서 들었다.
보통 문제가 생겨서 케이스를 열면 Helpdesk - CS - CE 로 에스컬레이션이 되는데, CS 는 보통 한두개 제품을 담당하고 CE 는 깊이 알아야 되기 때문에 한 제품 안에서도 특정 모듈만을 담당한다.

이번 교육은 준비도 제대로 안 되어 있었지만, 내용의 대부분이
티켓 열 때 제대로 열라는 둥
다른 모듈 문제인데 자기한테 보내지 말라는 둥
처음 티켓 열 때부터 다시 되묻지 않게 모든 상황을 자세히 쓰고 모든 필요한 자료를 다 준비해서 열라는 둥
버그가 아닌 건 열지 말라는 둥
구글링해서 알 수 있는 건 자기한테 보내지 말라는 둥
절대로 지식 부족으로 인한 티켓은 없어야 한다는 둥

나는 CS도 아니고 내가 직접 걔랑 일할 일도 없지만
상관 없는 내가 들어도 기분나쁜 말만 하고
자기는 아주 좁은 분야만 알고 다른 건 알지도 못하는 데다 자기 분야도 뭐 썩 그렇게 잘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잘난 척은 끝판왕에 어찌나 재수 없는지 토나올 뻔 했다.

CE 는 좁고 깊게 아는 게 당연하고 CS는 그보단 넓고 얇게 아는 게 당연하고, 그 한 가지 분야에 대해서는 CE보다 모를 수밖에 없는데, 확실한 버그인 것만 자기한테 연락하라니 말이 되나.

자기는 CS가 알아서 문제 원인 분석까지 다 해서 주면 그에 맞게 코딩만 하겠다는 얘기다. 뭐 저런 새끼를 월급을 주고 쓰는 지 모르겠다.

하여튼 마지막날은 다른 바쁜 일이 있기도 했지만
별로 도움도 안되고 재수없는 목소리 듣기 싫어서 교육 안 듣고 그냥 사무실에 앉아서 다른 일 했다.

2.

나는 좀 예민한 편이라 누가 옆에서 거슬리게 하면 집중을 잘 못한다.
CS 사무실에는 엄청 수다스런 애가 하나 있는데
사무실에 출근하는 날이 많지는 않지만 일단 나오면 하루의 반은 수다 떠는데 쓴다.
목소리도 크고 말투도 늘어지는 말투라 엄청 짜증나는데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옆에서 하루종일 떠들었다.

게다가 교육이 일찍 끝나고 그 재수없는 CE랑 교육받던 애들이 다 내려와서 또 한참을 내 뒤에서 떠들었다. 거슬리는 목소리로 거슬리는 웃음소리를 내며.

그래서 이어폰을 꽂고 귀가 먹을 정도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일을 하긴 했는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방해꾼들이 많은지.

3.

일주일씩 스케쥴 잡았다 취소하기를 대여섯 번 반복해서
내 유틸라이제이션과 월급을 엄청 깎아먹은 고객이 이메일로 또 뭘 물어봤다.
맨날 돈 드는 일은 안시키면서 남의 시간만 공짜로 뺏으려는 이런 메일들을 하도 보내서
처음엔 잘 대답해 주다가 나중엔 내가 바쁠 수도 있으니 다음부턴 CS로 연락하는 게 빠를 수도 있다고 몇 번을 돌려서 얘기했는데
오늘 또 메일을 보냈길래 그대로 CS로 Forward 해버렸다.

했던 말 또 하게 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싫은데, 한 한달은 잠잠하더니 왜 하필 오늘 또.

4.

계약한 지 일년이 지나도록 프로젝트 시작 안 하다가 몇달 전 드디어 시작했지만
고객이 제대로 환경을 준비 안해서 마무리 못했던 프로젝트에서 오늘 연락을 했다.
여기는 고객 PM이 계속 바뀌기도 하고 워낙 내부에서 일이 진행이 안되기도 해서 제대로 되는 일이 없는 곳이다.

원래 한달 전쯤 연락와서 다음 주로 일정을 잡아달라고 했는데,
너네 이거 이거 준비 다 되면 확정 해줘, 하고서는 준비 다 되면 그때 다시 일정 잡기로 하고 연락이 끊겼는데
오늘 갑자기 연락이 와서 다음 주부터 할 수 있냐고. =_=

게다가 리스트 다섯개 중 해 놓은 건 두개밖에 없고
PM이 워낙 무지한데다 담당자랑 커뮤니케이션도 안하는지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5.

다음주에는 다른 프로젝트가 있어서 어차피 일정도 안되는데,
우리 팀의 담당 PM은 다른 사이트 가서 이거 같이 할 수 있냐고 말도 안되는 소리나 하고 앉아 있고.
무슨 다른 고객사 나가서 얘네 일을 하라고 그게 말이 되냐고.
게다가 다음 주에 하는 프로젝트도 자기가 PM인 프로젝트인데.

6.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유틸라이제이션이 문제인데
일이 없을 때는 하나도 없다가 갑자기 요즘처럼 모든 프로젝트가 동시 다발적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음악 들으면서 일하는 멀티 태스킹은 잘해도 두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건 잘 못한다.
게다가 같은 제품만 한다면 몰라도 프로젝트마다 완전 다른 제품이라
절대 두 가지를 동시에 메모리에 띄워 놓고 일할 수가 없다.

두 가지 동시에 하면서 설렁 설렁 대충 마무리 하는 건 용납이 안되기 때문에 한번에 한가지만 제대로 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무지하게 싫어하고 할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것 자체도 너무 싫다. 분명히 옛날에도 그런거 못한다고 얘기했었는데.

7.

그래서 결론은 일찍 퇴근해서 낮술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