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 How we got along after the Bomb.
원래 Terran Odyssey라는 제목의 단편으로 나왔던 걸
결말이 뜬금없고 흐지부지하다 싶더니
잘 다듬어서 장편으로 만들어낸 작품.

단편의 결말이 흐지부지하긴 했지만 거기 나왔던 아이디어들은 너무나 참신해서 충격이었는데
장편은 거기에 이것 저것 살을 더 붙이고 스토리마저 완벽하게 구성해서 재미도 있고 완성도도 있다.

원래 제목은 In Earth's Diurnal Course 랑 Terran Odyssey 였는데
편집자가 당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Dr. Strangelove 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 을 패러디 해서
Dr. Bloodmoney, or how we got along after the bomb 으로 바꿨다고 한다.


이제부터 스포일러




스포 많음 무지 많음




진짜 제대로 스포일러임 읽은 지 얼마 안돼서 생생함




1.

실패한 핵실험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기형아나 돌연변이들이 많아지는 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실험을 주도한 Dr. Bluthgeld (Bloodmoney의 독일어 버전이라고함) 는 계산 실수 + 실험을 밀어 붙인 죄로 공공의 적이 되었다.

미국은 중국, 러시아 등 공산 국가들과 전쟁중인데
다시 대규모 핵무기의 사용으로 전 세계가 쑥대밭이 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고 지구는 거의 멸망상태가 되었다.

그나마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든 문명이 사라진 상태에서
원시적이고 웃픈 생활을 하고 있고
사람 뿐 아니라 동물들도 다 돌연변이 천지가 되었다.

자동차도 엔진을 구할 수 없어서 말이 끌고 다니고
음악이나 책 등 문화생활을 할 거리도 모두 사라졌다.

2.

핵폭발 직전에 화성 개척을 위해 떠났다가 궤도가 꼬여 영원히 지구를 돌고 있는 월트 댄저필드는 핵폭발을 우주에서 지켜보고나서
우주선에 탑재된 자료들을 이용해 책을 읽어주거나 음악을 틀어 주는 등 불쌍한 지구인들을 위한 위성 방송을 하고 있다.

살아 남은 지구인들은 이 방송을 듣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
우주선의 공전 궤도에 따라 이동하는 방송이 자기 지역에 수신되는 시간마다 마을 회관에 옹기종기 모여 방송을 듣는다.

호피 해링턴은 핵실험 이전부터 사지가 불완전한 기형아로 태어났는데, 의수임에도 불구하고 손재주가 좋고 머리가 비상해서
핵폭발 이후 모든 것이 사라진 이후에는 마을에서 매우 필요한 만능 엔지니어가 되었다.
점차 강해지고 있는 염력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저런 능력치가 올라감에 따라 점점 더 거만해지고 있다.

에디 켈리라는 일곱살짜리 여자아이는 핵폭발로 지구가 멸망(하다시피)한 날 생겨난 아이로
항상 빌이라는 자기 쌍둥이 오빠인지 남동생인지와 얘기를 한다.

부모는 가상의 아이인 줄 알고 있는데 사실 빌은 에디와 같은 날 잉태되었지만 태어나지 못하고 에디의 뱃속에 기생하고 있다
(단편에서 이 내용이 나왔을 때 가장 충격 + 멘붕. 어떻게 이런 생각을)

빌은 사후세계와 반쯤 걸치고 있어서 죽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있지도 않은 빌 얘기를 한다며 사람들 앞에서 에디를 놀리던 호피 해링턴이 에디의 배에 귀를 댔을 때
호피가 알고 있는 죽은 사람의 목소리로 죽은 사람이 생전에 했던 말을 해서 호피는 혼비백산하고 그 이후 빌과 에디를 두려워하게 된다.

게다가 다른 동물을 에디의 배에 갖다대면 빌의 정신은 그리로 이동하고 그 동물의 혼이 에디의 뱃속으로 들어오게 할 수도 있다
(여기서 또 멘붕).

3.

그러던 중 위성 DJ 댄저필드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고,
모든 사람들은 그가 죽을까봐 전전긍긍하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편 닥터 블러트겔트는 다른 사람으로 위장해서 살고 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분노해서 다시 세계를 멸망시키겠다고 광기를 부린다.
핵실험 실패 후 사람들이 자기를 미워해서 자기의 잠재된 분노가 그 이후 지구를 멸망시킨 핵 폭발을 일으켰다고 생각해서,
다시 분노하여 폭발을 일으키겠다고 여기 저기 분노를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여러분)

당연히 망상이어야 하는데 역시 황당하게도 진짜로 그게 효과가 있다.
엄청난 힘을 집중해서 강력한 재앙을 불러오려는 찰나
호피 해링턴이 엄청나게 강해진 염력으로 무려 집에 앉아서 블러트겔트를 날려버린다.

마을 사람들은 닥터 블러트겔트, 또는 닥터 블러드머니의 정체를 알게되고, 호피에게 감사하면서도 두려워하게 된다.

4.

사실 호피는 오래전부터 어떤 음모를 진행중이었다.
염력을 이용해(!) 댄저필드를 죽이고 자기가 대신 방송을 해서 (성대모사도 함) 전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세계를 장악하려는 것이다.

댄저필드는 결국 병에 걸린 게 아니라 호피의 지속적인 염력 공격때문에 아팠던 것이었다.

죽은 사람들을 통해 호피의 음모를 알게 된 빌은 에디에게 호피를 잡으러 가자고 종용하는데,
이미 눈치챈 호피는 염력으로 빌을 에디의 배에서 꺼내버린다.

에디는 도망가고 밖으로 나와 혼자 남은 빌은 그냥 작은 뭉치가 되었는데, 이 상태로는 오래 살 수가 없다. 어찌 어찌 올빼미에 들어갔다 뱉어져 나온 빌은 다시 필사적으로 호피 안에 들어가 죽은 사람 성대모사로 겁을 주어 호피를 쫓아내는 데 성공한다.

밖으로 쫓겨난 호피는 쭈그러진 뭉치가 되어 사망. 호피의 몸을 차지한 빌은 해피엔딩.

PKD 장편은 보통 스토리보다 디테일한 상상력이지만, 여기선 디테일은 물론이고 스토리도 훌륭하다.

Posted by 기동이오빠만세